청문위원 주진우를 위한 변명!

[박민재 대륙아주 파트너변호사]

'악마의 변호인'

정치인 한 명에 대한 변명 같은 얘기를 늘어놓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정치 편가르기에 의해 악마의 정치인으로 각인된다면 그 또한 온당치 못하다. '악마의 변호사'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신분이라면, 그 역할로 인해 인격까지 매도되어선 안될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주진우 의원 이야기다. 그는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총리인 김민석 총리가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을 때, 국민의힘 측 청문위원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하게 됐다.

사법연수원 동기 주진우

잊고 있었던 옛날 일을 꺼내 본다. 나는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형벌이 “그대를 사법연수생 1년차에 처한다”라던 시절이 있었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법시험 시험에 붙은 사람들에게 사법연수원은 참 이상한 곳이었다. 시험을 치다가 쓰러져서 유명을 달리하는 사고도 있었던 시절이었는데, 대부분 고시 ‘합격’이라는 행운(?)에 약간 들떠 있었지만, 그는 조용했다.

그러나 장난끼 넘치는 얼굴, 말쑥한 차림새, 깍듯한 매너. ‘B형 간염환자’라는 단 한 가지를 제외하면 그는 나무랄 데 없는 청년이었다. 양평으로 동기생들 MT를 갔던 때가 생각난다. 속담 맞추기 등 여러 가지 게임에 이어 동기생들이 알코올에 절여진 뇌로 ‘맨 정신’의 그가 출제하는 ‘스무고개’를 맞추느라 강원도의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그가 내는 스무고개 시험 문제는 이러했다.

“어떤 시각장애인이 조그만 항구에 있던 식당을 찾아가, ‘갈매기 수프’를 주문해서 먹고는 눈물을 흘렸어요. 왜일까요?”, “어떤 사람이 부러진 성냥개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어요. 왜일까요?”, “어떤 자동차 운전자가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지자 낙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왜일까요?”라는 스무고개는 모두를 궁금증 천국에서 허우적거리게 했다.

"그 남자는 그 전에도 갈매기 스프를 먹은 적이 있나요? ", '아니요." 이렇게 시작은 평이했는데, 질문과 답의 여러 고개를 지나 결정적인 고비를 넘은 후 결론은 이러했다.

남자는 친구, 그리고 여자 친구와 함께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고, 그 남자는 사고로 시각을 잃게 되었지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는 친구가 끓여주는 갈매기 스프를 먹었는데, 그때 친구는 남자의 여자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전해주었죠. 오랫 세월이 지나 그때의 갈매기 스프가 생각나 수소문 끝에 작은 항구의 식당을 찾았는데 일고보니... 풋내기 사법연수생들이었지만, 스무고개를 넘는 순간순간의 재치는 숙련된 탐정의 추리를 방불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측 청문위원으로 활동한 주진우 의원.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MT 등 숙박 일정이 아니면, 그는 좀처럼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 모임을 시작할 때에는 분위기를 맞추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그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럴 때는 그 다음 날 “야! 너, 도망자냐?”라고 핀잔을 주었겠지만, 동기들 아무도 그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흔한 폭탄주도 건네지 않았다. 가끔 그가 작정하고는 “오늘은 내가 한잔 마신다”라고 했던 적은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다들 그러려니 했다.

그는 겨울이면 늘 보온병을 들고 다녔더랬다. 뭐냐고 물었더니, "대파 뿌리, 대추 등을 달인 물"이라면서 나눠주기도 했다. 감기 들었을 때마다 마셨던 옥수수 수염 달인 물도 지긋지긋한데, 대파 달인 물이라니? 하는 심정으로 "약은 나눠 먹는 거 아냐!"라고 나는 손사래를 저었다.

청문위원을 검증하다니

'사법연수원 생활'이라는 긴 형벌의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그 후 가끔씩 직·간접으로 안부를 전해들었다. 최근에는 TV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청문위원으로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칼날이 날카로왔단다. 그 반격도 만만찮았는데, 그 중 하나는 그의 군면제였다. 그 사유가 '급성간염' 때문이었다고 기재된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 신청서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믿을 수 없다는 공격이 들어왔다. 갑자기 인사청문위원이 시민들로부터 검증을 받았고, 공격을 받았다. 주진우 의원은 그런 상황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다.

세상사에 좋은 이야기만 할 순 없다. 나쁜 이야기라도 진실이라면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나쁜 이야기는 근절되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젊은 시절 그는 급성간염 환자로 걱정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위원이 정당한 직무수행으로서 한 행동에 대해 보복의 감정으로 위원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위원의 정당한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증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가? 인사청문 대상이 된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왜 필요한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재명 정부 첫 국무총리가 된 김민석 총리. 사진= 연합뉴스

공직자 검증은 국민을 위한 역할

현행 「인사청문회법」의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면 그건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이 쪽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고, 저 쪽이 하는 짓은 무조건 나쁘다는 태도는, 합리적인 비판조차 불가능하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어제 대통령실 출입기자와의 기자회견에서 그와 비슷한 뜻을 밝혔다. 통합의 국정운영을 강조하면서 "마음에 드는, 색깔이 같은 쪽만 쓰면 위험하다.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 등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되는데, 시멘트만 모아두면 시멘트더미가 된다"고 했다. 자갈, 모래를 함께 섞어야 하는데 상대를 부패하고 부정한 재료라는 식으로 매도하면 되겠는가.

자식이 귀여워도 때로는 따끔한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바로 자란다. 공직자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중심을 잘 잡아야 행정부도 제대로 일하고 나라가 발전한다. 공직자를 대하는 국민의 마음은 엄정해야 하고,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국회의원에겐 응원을 보내야 마땅하다. 청문위원의 의혹제기가 비록 가볍게 끝나는 것일지라 해도, 공직에 몸담는 동안 공직자는 긴장된 마음으로 국가의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파트너변호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