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Q’ 명태균, 尹 탄핵 스모킹건 되나
김준일 시사평론가 2024. 10. 21. 09:01
[추적 | ‘기술자’인가 ‘협잡꾼’인가…명태균·김대남의 입] ‘불법’ 여론조사 지시 확인 여부가 방아쇠!
이 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명 씨가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시한 대목이다. 강 씨에 따르면, 이 조사는 비공표 자체 조사였는데, 결과는 명 씨 주문대로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보다 3.9%포인트 높은 결과가 나왔다. 참고용이었다면 비공개 여론조사를 왜 조작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 조사가 윤 후보 측에 보고돼 활용됐다면 명 씨의 그간 주장(비공표 여론조사는 자체 비용으로 실시한 참고용이며, 윤 후보 측에 제공된 적이 없다)과 배치된다. 결국 수사를 통해 진실을 파헤칠 수밖에 없다.
같은 날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2월 28일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A씨에게 여론조사 데이터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조사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하루 전에 실시된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였다. 미래한국연구소 측은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할 때 인구비례를 적용한 조사와 더불어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조사를 하나 더 만들었다. 당시 노년층의 지지세가 높았던 윤석열 후보의 경우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하면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명 씨는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며 윤 후보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옴을 인지했다. 특히 마지막에 "다 챙겨주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누군가의 말을 전언으로 옮겼다.
이 보도만으로는 '챙겨주라'고 말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 녹취록을 보면 윤 후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명 씨 측근이었지만 지금은 틀어져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강혜경 씨는 10월 6일 유튜브 언론 스픽스와 인터뷰하면서 2022년 3월 3일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된 이후 3월 8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는 윤 후보를 위해 비공개 여론조사를 매일 실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선된 뒤인 3월 20일 명 씨는 3억6000만 원의 내역서를 들고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만나러 갔다고 했다. 하지만 명 씨는 빈손으로 돌아왔고, 돈 대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대가'로 받아왔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창원 의창구 재보궐선거에서 '깜짝 공천'을 받고 당선됐다.
수사를 통해 명 씨 측의 불법 여론조사 조작을 당시 윤 후보 측이 지시 혹은 방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비공표 여론조사를 후보 측이 의뢰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은 정권의 위기로까지 번지지 않을 사건이었다. 군 수뇌부가 해병대 조사단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으면 될 일이었다. 수사단이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해 다수의 중간-하급 간부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더라도 경찰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경찰청은 임 사단장을 빼고 기소했다.
윤 대통령 개인 전화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이 확인됐고,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용산 대통령실의 많은 직원이 국방부와 경찰 등에 전화한 것이 확인됐다. 결국 '임성근 구하기' 시도가 있었다는 의심은 확신이 됐다. 그리고 대통령의 월권 논란이 커졌고, 탄핵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이 탄핵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전화와 일명 '임성근 구하기' 시도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반박의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수차례 채 상병 특검 거부를 통해 민심이 악화돼 현재는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향후 수사가 진행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최근엔 앞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이 더해졌다.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보궐선거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세 차례 의원을 하고 창원에는 연고가 없는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 의창구에 공천하는 데 힘을 썼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녹취록이 뉴스토마토 보도를 통해 이미 지난 9월에 나온 상태다.
또 올해 4월 총선에서 명 씨가 김영선 의원의 컷오프를 사전에 알고 김건희 여사에게 이른바 '구명 활동'을 한 정황증거도 나온 상태다.
이 모든 의혹이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고, 일부는 수사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일부 사실관계가 밝혀지더라도 김건희 여사가 잘못한 것이지 대통령이 직접 불법적인 일을 지시한 정황을 찾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이다. 김건희 여사가 잘못을 했는데, 각종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증거까지 있음에도 수사도 받지 않냐, 기소가 되지 않느냐 묻고 있다. 가장 폭발력 있는 이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11월 10일이 정확히 절반이다. 혹자는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사실상 레임덕이 왔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임기 절반도 되지 않아 레임덕에 빠진 사례는 없다. 관가와 정치권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사실상 레임덕을 지나 무정부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레임덕은 쉽게 얘기하면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끈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창의적으로 일을 만들어서 하지 않는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을지에 관심을 갖고 이 정권의 끝이 좋을지 나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윤 대통령은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며 '4+1개혁'의 완수를 얘기한다.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에 저출산 대응을 의미한다. 그런데 4대 개혁의 내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들도 본인이 무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은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인지 궁금하다. 학원가에선 최근 킬러 문항이라는 표현 대신, 새로운 유형의 고난도 문제라고 부른다. 킬러 문항이라고 하면 세무조사가 들어올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연금개혁은 국회에 24가지 방안을 던졌다고 무책임하다고 욕을 먹은 뒤 최근 정부 안을 냈지만 이번엔 합의가 매우 어려운 연령별 차등화와 연금 자동 조정장치 탓에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노동개혁 관련해선 노동유연화를 공식적으로, 노조 약화를 비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국회 다수당도 아니고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개혁은 2000명 증원(정확히는 1509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의료계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다. 결국 국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행정부는 입법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개혁을 잘하고 싶었다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도록 정책을 잘 펼치든지, 아니면 야당과 협력, 협치를 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명 씨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나눈 문자 내용은 대통령 부부를 가십거리로 만들었다. 이 문자에서 김 여사는 '오빠'를 "철없이 떠드는, 무식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지가 뭘 안다고"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명 씨가 공개한 문자에 등장하는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를 뜻한다고 해명했다. 명 씨도 10월 17일 유튜브 채널 '정규재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등장하는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 씨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김 여사는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라고 말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대통령을 "꼴통"이라며 무지하고 고집이 세다고 묘사했다. 이런 식의 폭로가 정당한지에 대해 지적해 봐도 이미 타격받은 대통령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다. 무식하고 멍청하고 고집 센 인물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의혹의 실체가 점차 드러날 때, 혹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증거가 제시될 때 그 지지층은 계속 버틸 수가 있을까. 지금은 '시계(視界)제로' 상황이다.
향후 전망 관련 몇 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최선은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정치'를 하는 거다. 잘못은 인정하고, 일부 특검은 수용하고, 일부 사안은 야당과 타협하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다음은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에 기대 남은 임기 2년 6개월을 지금처럼 각종 의혹 속에서 보내는 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결국은 정권 말기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20% 정도 가능성으로 보는 건 임기 단축 개헌 승부수다. 윤 대통령이 능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즉 탄핵이나 하야를 피하는 대신의 선택지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탄핵이다. 탄핵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결국 탄핵은 보수층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달렸다. 도저히 대통령의 행태를 참을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정치인들은 그 민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보수는 분화되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역사적 불행이다.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탄핵만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탄핵은 절대 안 된다는 분들에게는 "지금 같은 상태에서 앞으로 윤 정부 2년 반을 지내는 것이 맞냐"고 묻고 싶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전부 패배해도 받아들이겠냐고. 모든 키는 '상남자'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 여론조사 빙자한 여론조작 의심
● 쌍방 ‘은밀한 거래’ 여부가 핵심
● 채 상병 사건, ‘여사 리스크’에 明까지
● ‘朴 탄핵 트라우마’ 있는 보수층마저 흔들리면…
● 김건희·김대남 대화 공개로 대통령 가십거리 됐다
● 尹의 길은 ‘잘못 인정, 특검 수용, 야당 타협’
요즘 정치권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탄핵이다. 한쪽에서는 "이대로는 못살겠다, 3년은 너무 길다"며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고, 다른 쪽에서는 "탄핵 음모를 막겠다"고 한다. 여야 막론하고 당대표도 원내대표도, 국회의원도 정치평론가도, 유튜버도 탄핵을 언급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이 시작됐을 때는 탄핵의 'ㅌ'만 나와도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탄핵에 대한 무게감과 값어치가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될 것인가.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 그리고 향후 정국에 대해 전망하겠다.
2022년 대선 기간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도왔던 정책 책사, 혹은 그림자로 불리는 명태균 씨의 발언과 그와 관련된 폭로가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핵심 의혹은 명 씨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과 대선 본선 기간 중 윤석열 후보(측)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여론조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2022년 대선 기간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도왔던 정책 책사, 혹은 그림자로 불리는 명태균 씨의 발언과 그와 관련된 폭로가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핵심 의혹은 명 씨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과 대선 본선 기간 중 윤석열 후보(측)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여론조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명태균 여론조사 조작 관여 의혹
10월 15일 뉴스토마토와 노컷뉴스는 동시에 다른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토마토는 2021년 9월 29일 국민의힘 당내 경선 당시 명 씨가 측근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강 씨는 이후 김영선 의원실에서 근무하며 김 의원의 국회의원 월급 절반을 받아 명 씨에게 전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명 씨가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시한 대목이다. 강 씨에 따르면, 이 조사는 비공표 자체 조사였는데, 결과는 명 씨 주문대로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보다 3.9%포인트 높은 결과가 나왔다. 참고용이었다면 비공개 여론조사를 왜 조작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 조사가 윤 후보 측에 보고돼 활용됐다면 명 씨의 그간 주장(비공표 여론조사는 자체 비용으로 실시한 참고용이며, 윤 후보 측에 제공된 적이 없다)과 배치된다. 결국 수사를 통해 진실을 파헤칠 수밖에 없다.
같은 날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2월 28일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A씨에게 여론조사 데이터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조사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하루 전에 실시된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였다. 미래한국연구소 측은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할 때 인구비례를 적용한 조사와 더불어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조사를 하나 더 만들었다. 당시 노년층의 지지세가 높았던 윤석열 후보의 경우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하면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명 씨는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며 윤 후보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옴을 인지했다. 특히 마지막에 "다 챙겨주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누군가의 말을 전언으로 옮겼다.
이 보도만으로는 '챙겨주라'고 말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 녹취록을 보면 윤 후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명 씨 측근이었지만 지금은 틀어져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강혜경 씨는 10월 6일 유튜브 언론 스픽스와 인터뷰하면서 2022년 3월 3일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된 이후 3월 8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는 윤 후보를 위해 비공개 여론조사를 매일 실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선된 뒤인 3월 20일 명 씨는 3억6000만 원의 내역서를 들고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만나러 갔다고 했다. 하지만 명 씨는 빈손으로 돌아왔고, 돈 대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대가'로 받아왔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창원 의창구 재보궐선거에서 '깜짝 공천'을 받고 당선됐다.
수사를 통해 명 씨 측의 불법 여론조사 조작을 당시 윤 후보 측이 지시 혹은 방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비공표 여론조사를 후보 측이 의뢰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최근 명 씨와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잠시 세간의 이목에서 멀어졌지만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윤석열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는 사건이다. 지난해 7월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 본부중대 병사가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색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 사망했다. 무리한 수색 지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도 한 점 의혹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수사 결과 보고를 통해 이종섭 국방장관으로부터 "수사를 잘했다"는 칭찬도 받았고 결재도 받았다. 하지만 한 통의 전화가 이 장관에게 걸려왔고 모든 사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과실치사 혐의가 있던 임성근 사단장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박 수사단장에게는 항명수괴죄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이 적용됐다. 안보는 보수라던 환상은 깨졌고, 억울하게 사망한 병사 한 명의 진실도 밝히지 못하는 무능하고 사악한 정권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사실 이 사건은 정권의 위기로까지 번지지 않을 사건이었다. 군 수뇌부가 해병대 조사단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으면 될 일이었다. 수사단이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해 다수의 중간-하급 간부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더라도 경찰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경찰청은 임 사단장을 빼고 기소했다.
윤 대통령 개인 전화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이 확인됐고,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용산 대통령실의 많은 직원이 국방부와 경찰 등에 전화한 것이 확인됐다. 결국 '임성근 구하기' 시도가 있었다는 의심은 확신이 됐다. 그리고 대통령의 월권 논란이 커졌고, 탄핵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이 탄핵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전화와 일명 '임성근 구하기' 시도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반박의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수차례 채 상병 특검 거부를 통해 민심이 악화돼 현재는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향후 수사가 진행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은 너무나도 많기에 여기서 모두를 다룰 수 없다. 최근 민주당이 상설 특검으로 규명한다는 사건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 및 구명 로비 사건이다. 모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유죄를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관련된 사건이다. 이 밖에 '김건희 특검'에 수사 대상으로 오른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 백 수수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의 불법행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 특혜 의혹 △허위 경력 기재를 통한 사기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의 대통령 부부 국외 순방 동행 등이 있다.
최근엔 앞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이 더해졌다.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보궐선거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세 차례 의원을 하고 창원에는 연고가 없는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 의창구에 공천하는 데 힘을 썼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녹취록이 뉴스토마토 보도를 통해 이미 지난 9월에 나온 상태다.
또 올해 4월 총선에서 명 씨가 김영선 의원의 컷오프를 사전에 알고 김건희 여사에게 이른바 '구명 활동'을 한 정황증거도 나온 상태다.
이 모든 의혹이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고, 일부는 수사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일부 사실관계가 밝혀지더라도 김건희 여사가 잘못한 것이지 대통령이 직접 불법적인 일을 지시한 정황을 찾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이다. 김건희 여사가 잘못을 했는데, 각종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증거까지 있음에도 수사도 받지 않냐, 기소가 되지 않느냐 묻고 있다. 가장 폭발력 있는 이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11월 10일이 정확히 절반이다. 혹자는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사실상 레임덕이 왔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임기 절반도 되지 않아 레임덕에 빠진 사례는 없다. 관가와 정치권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사실상 레임덕을 지나 무정부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레임덕은 쉽게 얘기하면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끈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창의적으로 일을 만들어서 하지 않는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을지에 관심을 갖고 이 정권의 끝이 좋을지 나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윤 대통령은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며 '4+1개혁'의 완수를 얘기한다.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에 저출산 대응을 의미한다. 그런데 4대 개혁의 내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들도 본인이 무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은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인지 궁금하다. 학원가에선 최근 킬러 문항이라는 표현 대신, 새로운 유형의 고난도 문제라고 부른다. 킬러 문항이라고 하면 세무조사가 들어올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연금개혁은 국회에 24가지 방안을 던졌다고 무책임하다고 욕을 먹은 뒤 최근 정부 안을 냈지만 이번엔 합의가 매우 어려운 연령별 차등화와 연금 자동 조정장치 탓에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노동개혁 관련해선 노동유연화를 공식적으로, 노조 약화를 비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국회 다수당도 아니고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개혁은 2000명 증원(정확히는 1509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의료계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다. 결국 국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행정부는 입법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개혁을 잘하고 싶었다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도록 정책을 잘 펼치든지, 아니면 야당과 협력, 협치를 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명 씨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나눈 문자 내용은 대통령 부부를 가십거리로 만들었다. 이 문자에서 김 여사는 '오빠'를 "철없이 떠드는, 무식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지가 뭘 안다고"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명 씨가 공개한 문자에 등장하는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를 뜻한다고 해명했다. 명 씨도 10월 17일 유튜브 채널 '정규재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등장하는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 씨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김 여사는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라고 말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대통령을 "꼴통"이라며 무지하고 고집이 세다고 묘사했다. 이런 식의 폭로가 정당한지에 대해 지적해 봐도 이미 타격받은 대통령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다. 무식하고 멍청하고 고집 센 인물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다.
향후 정국 4가지 시나리오
윤 대통령이 아직까지 탄핵당하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 덕분이다.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훨씬 깊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탄핵을 했는데 민주당과 문재인, 이재명 좋을 일만 시켰다고 생각한다. 20% 중반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특히 70대 이상의 노년층이 상대적으로 열정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도 탄핵 트라우마 탓이 크다. 그런 보수층에서도 격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김건희 여사의 '월권'이다.
앞에서 언급한 의혹의 실체가 점차 드러날 때, 혹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증거가 제시될 때 그 지지층은 계속 버틸 수가 있을까. 지금은 '시계(視界)제로' 상황이다.
향후 전망 관련 몇 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최선은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정치'를 하는 거다. 잘못은 인정하고, 일부 특검은 수용하고, 일부 사안은 야당과 타협하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다음은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에 기대 남은 임기 2년 6개월을 지금처럼 각종 의혹 속에서 보내는 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결국은 정권 말기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20% 정도 가능성으로 보는 건 임기 단축 개헌 승부수다. 윤 대통령이 능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즉 탄핵이나 하야를 피하는 대신의 선택지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탄핵이다. 탄핵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결국 탄핵은 보수층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달렸다. 도저히 대통령의 행태를 참을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정치인들은 그 민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보수는 분화되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역사적 불행이다.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탄핵만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탄핵은 절대 안 된다는 분들에게는 "지금 같은 상태에서 앞으로 윤 정부 2년 반을 지내는 것이 맞냐"고 묻고 싶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전부 패배해도 받아들이겠냐고. 모든 키는 '상남자'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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