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회장의 애마, 그랜저의 사촌형으로 불렸던..현대차 ‘다이너스티’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그랜저의 사촌 형”
1996년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다이너스티는 에쿠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상품성도 뛰어난 덕분에 13년간 단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도 없었던 장수 차량이다.
당시 고급 세단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이었다. 외관 디자인은 유려하면서도 중후한 분위기를 풍겨냈다. 전면부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고급스러운 헤드램프 디자인은 다이너스티의 아이코닉함을 더했다. 차량의 후면부는 비교적 간결했다. ‘길고’, ‘낮은’ 수직형 후미등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세단 특유의 우아함을 선사한다.
독보적인 외관만큼, 옵션도 ‘빵빵’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내장 AV 시스템 및 글라스 안테나, 사이드 에어백 및 뒷좌석 전면 에어백이 장착됐다. 이 밖에도 고급 가죽 시트와 우드 그레인 트림, 전동 조절식 시트, 고성능 오디오 시스템, 전자동 공조 시스템 등도 탑재됐다. 요즘 시판 중인 염가형 자동차들이 아직 수동 조절식 시트, 반자동 공조 시스템이 장착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심지어 2열 열선시트와 후석 리모컨, 냉장고도 장착됐으니 말이다.
차체의 플랫폼은 ‘Y3’로, 2세대 그랜저, 3세대 쏘나타, 마르샤, 1세대 에쿠스와 공유한다. 실제 사이즈를 살펴보면, 전장 4980mm, 전폭 1810mm, 전고 1445mm, 축거 2745mm로 그랜저와 사이즈가 매우 비슷하다. 전륜구동 방식이 채택됐다.
파워트레인의 경우 V6 2500cc과 v6 3000cc, v6 3500cc가 마련됐으며 모두 4단 변속기가 장착된다. 주행 안전 시스템의 경우 ABS, TCS도 탑재됐으며, 전 모델에 액티브 ECS(전자제어식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다.
고급스러움을 넘어서 ‘사치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옵션들 덕분에 차량의 가격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2.5 시그니처 트림이 2674만원, 3.5 트림은 3931만원, 리무진 모델은 4925만원에 달했다.
덕분에 고위급 인사들과 주요 정치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한 당시, 3박 4일 동안 사용할 의전차량으로 대우 체어맨 리무진 됐다. 쉽게 말해, 다이너스티의 채택 받지 못한 것. 하지만 현대차는 참지 않았다. 대우에게 자리를 빼앗긴 현대는 당시 외교통상부에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라는 후광을 이용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이에 외교부는 함께 방한한 여왕 부군의 차량으로 다이너스티를 배정하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 밖에도, 김대중 前 대통령이 애용하던 차량이었으며, 故 정주영 회장도 소천 직전까지 ‘다이너스티’만 고집했다.
이후 다이너스티는 2005년 7월 단종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그랜저TG가 갓 출시된 시기였던 만큼, 오늘날에도 여러모로 한국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차라고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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