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봐도 모른다"…중국에 공장 지은 현대차 '철통 보안'[르포]
최대 수소차 국가 유력 중국서 한·일·독 미래 정조준,
"핵심 보안기술 '봐도 모르게' 관리하는 게 핵심"
글로벌 현대차의 수많은 국내외 공장 중 가장 보안 등급이 높은 공장들, 그 중 한 곳은 중국에 있다. 현대차의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로 지난해 6월 문 연 HTWO(현대차수소) 광저우 수소연료전지(퓨얼셀) 공장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우리 정부가 정한 최고 보안산업이다. HTWO 광저우도 공장 설비는 물론 인력 구성까지 비밀이다. 23일 첫 언론 공개에도 삼엄한 보안이 체감됐다.
공장이라지만 차라리 깔끔한 랩(연구소)의 느낌이었다. 그럴 만했다. 아직 개화 단계인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그것도 당연히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 될 중국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중국 시장을 직접 열어가고 있다. 실증연구와 생산이 동시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오승찬 HTWO 광저우 법인장은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 중심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을 쌓아 스택을 만드는 과정은 '쌓는다'는 방식, 그리고 극단적으로 청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정에 비견된다. 스택 생산라인은 두 겹 유리상자로 차폐돼 있었다. 설비를 체크하는 인원도 최소화했다. 스택이 케이스에 들어간 후에는 자동 이동이 시작된다. 첫 수소를 주입해 연료전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액티베이팅(활성화) 단계를 포함해 각종 추가 부품 장착 등 조립이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는 완성 제품에 대한 최종 테스트다. 실제 출고 제품에 대해 수소 주입량을 조정하며 주행 시 연료전지에 가해지는 부담들을 실주행 여건 그대로 테스트한다. 공장 관계자는 "출고 직전 테스트에만 3시간50분이 걸린다"며 "급감속과 급가속, 오르막과 내리막 등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주행 상황을 설정해 테스트한 후 출고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넘은 기술이다. 수소연료전지 자체를 베끼기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 중국 기업 중에만 연료전지 제조사가 60개, 메이저만 10개고 그 중 4개사는 탑티어로 꼽힌다. 현대차의 차별점은 제조기술과 노하우다. 중국 기업들은 "현대차의 90% 수준까지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10%가 문제다.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10%에 엔진 결함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현대차엔 2018년부터 수소차를 만들어 전세계 누적 3만8000대를 판매한 경험이 쌓여있다. 오 법인장은 "경쟁사들의 기술력을 직접 평가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격차는 언제든 줄어들 수 있지만 현대차는 20년 이상 수소사업을 진행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뢰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갖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성능 격차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전략의 핵심은 미래에 있다. 중국 정부는 올 4월 에너지법 초안에서 최초로 수소를 '에너지'로 정의하고 본격 육성하기로 했다. 2007~2008년 전기차 사업을 키울 당시 무차별 보조금 살포 부작용에서 얻은 교훈으로 수소차 사업은 신중하게 접근한다. 당분간 전기차 시장을 먼저 키우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다. 일단 5개 시범지역을 통해 최대 3만3000대 수소차를 4~5년에 걸쳐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2035년까지 목표는 무려 100만대 누적판매다. 시장에 불꽃이 튈 어떤 분명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 법인장은 "2035년 100만대 계획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방향을 맞추고 있다"며 "2030년을 넘어서며 중국 수소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우선 내년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인프라와 기술 성숙 전략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용틀임을 준비하는 건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일본 토요타는 중국 1위 이화통과 JV(조인트벤처) 합작 전략을 선택했다. 베이징 남부에 연 1만대분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중국 시장 본격 성장을 대비한 전략이다. 독일 보쉬도 충칭(중경)에 공장을 세웠다. 5대 시범도시가 아닌 충칭을 선택한 것 역시 미래전략의 일환이다. 내년 발표될 15차 계획에 충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은 현대차가 연 1000대분 정도를 생산하는 가운데, 토요타JV도 비슷한 양을 생산하는 데 그친다. 보쉬는 이보다 규모가 더 작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생산라인은 확충 가능하다. 현대차도 현 생산설비로 언제든 연 6500대가량의 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캐파를 늘릴 수 있는 유휴부지가 넓다. 중국 수소시장 상황에 따라 곧장 3자 대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핵심 기술인 수소연료전지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만큼 기술유출 문제와 보안문제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당장 가기엔 쉬운 길인 합작 전략을 일단 선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 법인장은 "셀 등 핵심부품은 모두 한국에서 갖고 나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언제든 기술격차는 줄어들겠지만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봐도 모르게' 관리하는 게 핵심 보안전략"이라고 말했다.
광저우(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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