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가입시키면 돈 주는 틱톡 라이트… ‘SNS판 다단계’ 비판

임경진 기자 2024. 10.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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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20만~30만 원 용돈벌이 확산… 유럽은 디지털 중독 문제로 영구 중단

"제가 보낸 초대 링크를 통해 친구가 틱톡 라이트에 가입하니 가입자 인당 1만 포인트씩 저에게 들어왔어요. 제가 초대한 친구 2명이 열흘간 매일 앱(애플리케이션)을 켜 출석 체크를 하니까 10만 포인트가 더 들어왔고요. 한 달 만에 총 20만 포인트를 모아 현금 20만 원으로 교환했어요. 성인만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서 저는 형 계정으로 성인인증을 해 돈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황모 군이 소개한 '틱톡 라이트'로 용돈 버는 방법이다. 황 군은 7월 틱톡 라이트를 통해 총 20만 원을 벌었다. 부모님은 공부할 시간에 틱톡 라이트를 봐야겠느냐며 말렸지만 황 군은 '공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미성년자라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없는 황 군은 성인인 형의 계정을 빌려 열심히 모은 포인트를 돈으로 바꿨다.

한 명 가입시킬 때마다 6만 원

틱톡 라이트 로고(왼쪽). 10월 2일 영상 플랫폼 틱톡 라이트가 친구를 초대하고 영상을 보면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틱톡 라이트 애플리케이션 캡처]
짧은 영상(쇼츠)을 보거나 지인을 가입하게 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앱 틱톡 라이트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어린이 디지털 중독 문제로 영구 중단된 현금 보상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는 보상 금액을 2배로 늘린 단기 이벤트까지 진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틱톡의 경량화 버전인 틱톡 라이트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출시된 이후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10월 2일 기자가 틱톡 라이트 앱을 직접 설치해보니 '친구를 초대하면 너도나도 6만 포인트'를 준다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초대에 응한 친구가 열흘간 앱에 매일 출석하면 가입을 독려한 사람과 신규로 가입한 사람 모두가 6만 포인트씩 받을 수 있다. 친구 10명을 가입하게 하면 총 60만 포인트를 받는 식이다. 이외에도 20분마다 앱을 열거나 쇼츠를 시청하면 몇십에서 몇백 포인트가 계속 적립된다. 모은 포인트는 '1포인트=1원' 비율로 은행 계좌로 송금받거나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보상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4개월 만에 600만 원 수익을 올린 사례도 나왔다. 틱톡 라이트로 9월 한 달 동안 30만 원을 벌었다는 이모 씨(37)는 "매일 앱에 출석 체크를 하고 이동 중에 영상을 보면서 포인트를 모았다"며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현금 보상이 점점 줄어드는 데 반해 틱톡 라이트는 영상을 보면 볼수록 포인트가 쌓이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열흘 만에 30만 원을 벌었다는 송모 씨(34)도 "아버지와 친한 형에게 부탁해 앱에 가입하게 하고 10일 동안 출석 체크를 하라고 매일 연락했다"고 전했다.

틱톡 라이트의 보상 프로그램은 디지털 중독성 문제로 유럽에서는 영구 중단된 상태다. 현금 보상이 영상 시청 시간·횟수 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4월 틱톡이 중독 행동 등에 대한 사전 위험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틱톡 라이트 보상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 담당 집행위원은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끝없는 동영상 스트리밍은 어린이가 사용할 경우 중독, 불안, 우울증 등에 빠질 수 있다"며 "우리는 틱톡 라이트가 라이트 담배만큼 유해하고 중독성이 있다고 의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가 계속되자 틱톡 라이트 측은 8월 EU 가입국 지역에서 보상 프로그램 운영을 영구 중단했다.

특히 미성년자의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크다. 틱톡 라이트는 "만 14세 이상부터 가입이 가능하며, 포인트 교환 및 출금은 만 19세부터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걸고 있다. 실제로 포인트를 현금으로 교환하기 전 문자메시지 또는 패스(Pass)로 성인인증을 해야 하지만, 성인인 가족 명의를 사용해 포인트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청소년이 적잖다. 이에 성인인증 시스템이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군은 "포인트를 모으려면 쇼츠를 억지로라도 봐야 해서 쇼츠에 중독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를 초대할수록 많은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는 사실상 'SNS판 다단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친구 초대로 틱톡 라이트에 가입했다는 임모 씨(36)는 "직장 동료와 친한 친구들에게 가입을 독려했는데 한 친구가 틱톡 라이트가 중국 사이트라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며 가입해주지 않았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틱톡 라이트 앱을 깔아달라고 부탁하는 게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모 씨(21)는 "4월에 친구 10명으로부터 틱톡 라이트에 가입해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틱톡 라이트에 가입하고 싶지 않아 이벤트에 이미 참여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여러 사람에게 연락이 와서 귀찮았다"고 말했다.

"청소년 현금 보상 금지해야"

전문가들은 틱톡 라이트의 현금 보상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틱톡 라이트의 현금 보상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을 불어올 수 있고 건전한 가치관 함양을 방해한다"며 "청소년의 현금 보상은 금지하고 현금 보상이 가능한 시간이나 금액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플랫폼이 공짜 혹은 출혈 마케팅으로 독점화를 완성한 뒤에는 가격 인상, 혜택 제한 등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정부가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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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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