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IFRS17 훈풍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타고 '트리플 크라운' 달성할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순익 2조 달성에 높은 기여를 한 메리츠화재가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4963억원으로 분기 기준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삼성화재(4295억원)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메리츠화재가 1조2400억원으로 1조1642억원의 삼성화재보다 높았다.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3353억원으로 DB손해보험을 앞지르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1조6433억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화재와는 3000억원 격차다.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산수익률(ROA)도 상당히 양호하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3분기 ROA는 5.22%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보업계 상위 4개사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2022년에도 3.59%를 기록, 상위 4사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계약유지율 성적도 준수하다. 기존 공시됐던 13회차, 25회차 유지율은 상위 4개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한 이후 새로 공시를 시작한 37회차, 49회차, 61회차 유지율은 상위 4개사에 비해 높아 회차별 편차가 적었다.
IFRS17 체제하에서는 계약유지율이 수익성 지표인 고객서비스마진(CSM)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계약 체결 성과만큼 중요한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메리츠화재는 올해를 장기인보험 매출, 당기순이익, 시가총액에서 1위를 달성한다는 ‘트리플 크라운’ 목표 달성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당기순이익 약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중현 대표는 신년 첫 사내 CEO 메시지에서 △전속영업채널(TA) 월 1600명 도입, 매출 70억원 △법인보험대리점(GA) 월 매출 70억원, 시장점유율 23% △TM 분야 월 매출 22억원, 가동인원 3188명 △장기보험 매출 월 150억원, 언더라이팅 손해율 40.4%, 연간 손해율 92.0% 달성 등을 부문별 3개년 목표로 설정하며 이를 구체화했다.
채널의 다변화와 양적‧질적 성장을 함께 추구해 빠른 시일 내에 삼성화재를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분기 개인연금을 제외한 장기보험 수입보험료에서 7조12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19년에 비하면 상위사들과의 격차를 많이 줄인 상황이다. 당시 삼성화재는 10조4397억원의 수입보험료를 올렸는데 메리츠화재는 6조7701억원에 그치며 약 4조원 가까운 차이를 보여왔으나 4년만에 1조원대 격차로 줄였기 때문이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추진한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을 업계 최고 수준인 3%로 결정했다. 또 지난해부터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본격적으로 자동차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메리츠화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위 4개사의 과점체제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보도한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까지 상위 4개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85.2%로 2022년 말(84.9%)에 비해 증가했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2분기까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4%에 못미치고 있다. 원수보험료도 4011억원으로 조 단위가 넘어가는 상위 4개사와 비교된다.
김중현 대표는 올해가 자동차보험시장에 온라인 플랫폼이 도입되는 첫해라는 점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경쟁력 있는 요율을 제시할 경우 독점적으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이는 보험사 간 점유율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요소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자동차 및 일반보험 시장 활성화나 경쟁구도 재편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플랫폼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