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찬다? 뭉치면 덥다" 끓는 지구에 2026 월드컵 일정 변경 요청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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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월드컵 위협한다"…과학자들, FIFA에 여름 개최 재고 촉구

폭염 경기에 현기증 호소한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내년 월드컵은 제발 밤에 좀.."

전문가, "90년대보다 운동선수 및 일반인의 중등도 이상 열 노출 위험이 28%나 증가한 상태" 지적
사진 : 픽사베이

지구 온난화가 본격화되며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의 ‘여름 개최’가 선수와 관중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더위 속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의 경험을 토대로, 본 대회 일정과 운영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2026년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며, 예년과 같이 6월~7월에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 시기 북미 전역은 극심한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로, 선수들은 물론 수만 명의 관중이 온열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리즈대 프리스틀리 기후미래센터의 피어스 포스터 교수는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겨울 개최나 더 서늘한 지역에서의 경기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FIFA가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폭염 속 치러진 클럽 월드컵…선수들 ‘현기증’ 호소

FIFA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미국 11개 도시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서 극심한 더위를 경험했다.

대회 도중 일부 경기에서는 경기 중 물을 마시는 쿨링 브레이크가 추가되고, 벤치에는 냉풍기와 차양막이 설치되는 등 긴급 대응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는 경기 중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며 “내년 월드컵은 낮 경기 대신 저녁이나 밤에 열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2026년 월드컵 개최지 16개 도시 중 최소 6곳이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전통, 기후변화 앞에 흔들리나

FIFA는 통상적으로 월드컵을 유럽 축구 시즌 종료 직후인 6~7월에 개최해 왔다. 이는 1930년 첫 대회 이래 유지된 전통이다. 그러나 기후 전문가들은 더 이상 이 일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기후학자 프리데리케 오토(임페리얼 칼리지)는 “지금처럼 경기를 치르려면 새벽이나 해질 무렵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열사병으로 인한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국제기상기구(WMO)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구의 6~8월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5℃ 상승했으며, 유럽은 무려 1.8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기온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일정 변경, TV 중계와 유럽 리그가 걸림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11월~12월로 일정을 조정해 사상 최초로 겨울 월드컵이 열렸다. FIFA는 이와 같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일정 변경의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유럽 축구 리그와 중계권 시장이다. 유럽 방송사들의 시청률을 고려하면 낮 경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시즌 도중 월드컵 개최는 유럽 주요 리그 및 챔피언스리그 일정에 큰 혼선을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월드컵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기후변화에 맞춰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호주 시드니대 올리 제이 교수는 “현재는 1990년대보다 운동선수 및 일반인의 중등도 이상 열 노출 위험이 28%나 증가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단순한 ‘불편’ 아닌 ‘위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교수는 “기후변화는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포츠를 포함한 우리의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위기’ 임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폭염 속 스포츠 개최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이며,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FIFA가 기존 일정을 고수할지, 아니면 기후 위기에 맞서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릴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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