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이자 부담 연 2.5조원 감소…대출 규제에 부동산 영향 제한적
1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분석 자료를 통해 한은의 이번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대출 금리는 누적 0.14%포인트, 기업 대출 금리는 누적 0.1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은 가계 2조5000억원, 기업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경협은 “가구당 이자 상환 부담액이 연평균 21만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부채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대출 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수요 억제로 돌아선 만큼 가산금리 인상과 같은 대출 옥죄기 강도가 더 세질 수도 있다는 예상에서다. 9월 이후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비롯한 대출 제한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월 이후 정부의 금융정책 규제와 대출금액 제한으로 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적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는 보합권(0.10%)에 머물렀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기 때문에 당장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내린다면 주택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지역과 상품에 따라 차별화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전문위원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주택 시장은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거래가 줄더라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분양 시장에서 잔금 납부 시기의 금리가 중요한데, 지금 새 아파트 분양을 받으면 2026~27년 잔금을 내게 된다”며 “한은의 이번 피벗으로 2~3년 후 금리가 지금보다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분양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 전국 미분양 주택이 2개월 연속 감소(7만4037→7만1822→6만7550가구)하고 있는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침체에 빠진 건설 업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금리로 부실 위기에 빠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주택 공급 확대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을 경계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 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던 8월 9조3000억원에 비하면 3조600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달 금융권 총 가계대출 증가 폭도 5조2000억원으로 8월(9조7000억원)에 비해 4조원 이상 감소했다.
곽재민·김원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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