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기미상궁 납신 줄, 백종원 안성재 작두급 심사 압권[TV와치]
[뉴스엔 김범석 기자]
바둑의 흑백 대결이 양문형 냉장고와 그릇으로 옮겨졌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다. 음식 대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이탈하기 어렵다. 적어도 ‘한식대첩’, ‘마스터 셰프 코리아’보다 만듦새가 뛰어나다.
주방에 돈 쓴 흔적도 보이고 도전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긴장감 역시 적잖은 도파민이 터진다. 무엇보다 악마의 편집이 없는 고품격을 지향했다는데 한 표다. 제작진을 보니 KBS 출신이자 jtbc ‘슈가맨’, ‘싱어게인’을 만든 윤현준 PD다. 어쩐지. ‘슈퍼스타K’를 비롯해 엠넷이 악마의 편집으로 욕을 먹을 때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MSG 없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실력파 아닌가.
◆미친 섭외력 일단 출연자들의 면면이 화려하고 역대급이다. 우승 상금 3억 원이 걸렸다지만 어떻게 이런 유명 셰프들을 한자리에 모았는지 섭외 작가 인센티브 각이다. 파인 다이닝을 본격 대중에 알린 스타 셰프 최현석을 비롯해 ‘마셰코2’ 우승자 최강록, 중식 셰프 정지선이 상위 계급 백수저로 나왔다. 여기에 중식 대가 여경래, ‘한식대첩2’ 우승자 이영숙, 15년 연속 이탈리아 미슐랭 1스타 파브리도 보인다. 미슐랭에서 별을 받은 셰프만 무려 5명. 하지만 중식하면 떠오르는 이연복과 이탈리아 유학파 박찬일 셰프가 안 보이는 건 다소 섭섭했다.
심사위원 조합도 신의 한 수. 은근히 섭외가 어려운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가 합을 맞췄는데 1대1로 표가 동률일 때 아슬아슬하면서도 서로의 주장에 묘하게 설득이 됐다. 둘은 예선, 본선에 오른 다양한 음식을 극소량만 먹고도 작두 탄 듯 재료와 요리법을 알아맞혔다. 특히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한다는 안성재 셰프는 많은 도전자에게 탈락을 선언하며 깐깐함을 보여줬지만, 간 맞춤을 잘했거나 미각에 충실한 뜻밖의 음식 앞에선 환한 아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미국 공군 출신다운 각 잡힌 모습이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수저 든 기미 상궁 12회 중 4회까지 공개됐는데 하이라이트는 예선에서 살아남은 흑수저들이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1대1 대결을 펼치는 대목이었다. 흑수저 입장에선 선배를 꺾기만 한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되면서 몇 달치 가게 예약까지 기대할 수 있는 천우신조 같은 기회. 이때 제작진의 묘수가 등장하는데 심사위원이 빌헬름 텔처럼 눈을 가린 채 맛으로만 평가하는 블라인드 심사 방식 도입이다.
음식의 비주얼은 시청자만 볼 수 있고 백종원, 안성재는 숟가락에 올려진 음식을 받아먹은 뒤 평가해야 한다.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한다’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두 평가자는 각각 남성 도우미가 숟가락을 가까이 대면 냄새를 맡은 뒤 음식을 먹었다. 마치 기미 상궁의 조력을 받는 것 같은 낯선 장면이라 긴장감과 흥미가 배가됐다. 눈 가린 채 정지선 셰프의 빠쓰를 입에 넣은 백종원이 ‘이게 뭐여’라고 혼잣말할 때는 더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클리셰 파괴한 고품격 음식 서바이벌 프로에는 몇 가지 클리셰가 있다. 심사위원의 독설도 그중 하나. 외국 프로그램에는 시식 도중 뱉거나 도전자 음식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모습도 나온다. 도전자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화를 내며 도발하는 모습도 종종 등장한다. 모두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갈등 조장 연출 결과다. 이젠 시청자 수준도 높아져서 웬만한 눈속임이나 과도한 연출은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이 점에서 ‘흑백요리사’가 괜찮은 프로그램으로 여겨지는 건 음식 대결을 통해 남녀, 세대 갈등을 좁히려는 선한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흑수저 중엔 백수저들의 제자들이 여럿 나오는데 이중 탈락한 이도 있지만 살아남아 스승에게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20명의 톱 클래스 백수저들은 어찌 보면 잘해야 본전인데도(물론 가게 홍보가 되겠지만) 제자, 지역 맛집 후배들의 도전을 받아주며 또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격려한다. 음식은 취향의 차이일 뿐 정답은 없다. 대결은 흥미를 위한 도구일 뿐. 20년 넘게 주방을 지키며 산전수전 겪은 고수들은 이미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들의 관심은 늘 자신을 넘어서는 일 뿐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준석 아내, 승무원 과거 씁쓸 “주변서 왜 살쪘냐고, 힘들어서”(한이결)[결정적장면]
- 신현준, 철통보안 아내 최초 공개 “김재경 닮은꼴” 걸그룹 미모 깜짝(아빠는 꽃중년)
- 이세영, 파혼 후 원룸→42평 한강뷰 아파트 이사 “사진 나와 마음 아파, 눈물”(영평티비)
- 김혜수 전신 쫄쫄이 입고 수중 러닝, 53세 탄탄 글래머 몸매 비결
- “유영재가 다른女 와이프라 부른 증거有” 선우은숙 소송, 쟁점은 사실혼 여부[이슈와치]
-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발리서 외국인 男과 해변 데이트? 자유로운 근황
- 이나은, 움직이는 논란 폭탄 됐다‥덱스→곽튜브 스치면 터진다 [이슈와치]
- 소녀시대 서현 탐나는 직각 어깨, 민소매 입고 농염 윙크
- 박지윤 나홀로 “집콕” VS 최동석 자녀들과 “행복”‥극과극 추석 풍경[종합]
- ‘최동석과 이혼’ 박지윤, 이렇게 자유로운 추석이란‥지인 모임→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