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활동 '자제→중단' 촉구까지…한동훈의 용산 '선 긋기'
이어진 '김 여사 문제' 대책 촉구…당정 지지율 타개 '고심'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친한계(친한동훈계) 의원들과의 만찬 회동 후 지난 2주간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당내 장악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재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발언은 지난 9일 "(공개 활동 자제)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에서 시작해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관련)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 12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14일 "(김 여사)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 17일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순으로 수위가 세졌다.
친한계 회동으로 세력화 시동 건 한동훈…김 여사·명태균 문제 공개 언급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 시작한 건 지난 6일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한 후부터였다. 그는 당내 친한계 의원 20여명이 모인 만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앞장서겠다",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본격적인 당내 세력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만찬 회동 다음날인 7일엔 한 대표가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이어 한 대표는 지난 8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 씨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명 모 씨와 관련한 일들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구태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 대외활동 자제·인적 쇄신 주문부터 '불기소' 겨냥까지 차별화 '본격화'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를 촉구한 건 지난 9일이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윤일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한계에서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도 날을 세웠다. 한 대표는 10일 인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에 대해선 "당초 대선 과정에서 이미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김 여사가 대선을 앞두고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것을 꺼냈다.
한 대표는 곧이어 김 여사 라인에 대해 언급하며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그는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 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찾은 노포동 오시게시장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재보궐선거 전날인 15일에도 명 씨가 공개한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논란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제가 이미 말씀드린 조치들을 신속히 그리고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국민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재차 대통령실의 대책을 주문했다.
재보궐선거에서 선방한 후 한 대표는 17일 공개적으로 세 가지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기존에 언급했던 대통령실 인적 쇄신에 이어,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에서 더 나아간 '중단'을 촉구했다. 김 여사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적극 협조할 것도 요구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건 배경엔 최근 최저치를 기록한 당정 지지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의힘도 함께 지지율이 하락하는 '커플링'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파다했다.
실제로 친한계에선 한 대표가 낮은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긴 건 최근 2주간의 차별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친한계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에 "금정 보궐선거 결과가 민심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며 "앞으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주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차별화 전략이 오는 21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한 세 가지 주문을 한 만큼 대통령실도 인적 쇄신과 김 여사 활동 중단 등에 명확한 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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