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 크루저의 계보를 잇는 ‘랜드크루저 FJ’
개발 목표는 북미가 아닌 신흥 시장 공략
주요 시장의 ‘대형차 선호’가 발목 잡아

토요타가 정통 오프로드 SUV의 상징인 랜드크루저(Land Cruiser) 라인업에 새로운 파생 모델을 추가하며 주목받고 있다. 21일(오늘) 공식적으로 공개된 ‘랜드크루저 FJ‘가 그 주인공이다. 이 모델은 단종된 레트로 오프로더 FJ 크루저의 후계 모델 성격을 가지며, 토요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오프로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랜드크루저 FJ의 가장 파격적인 점은 바로 시장 전략이다. 이 차량은 북미, 유럽, 한국 등 자동차 선진 시장 대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라틴 아메리카 등의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저가형 모델로 차별화되었다. 특히, 2026년 중반 일본 내수 시장 출시 계획은 있지만, 북미 및 유럽 등 메이저 시장에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못을 박았다. 이는 과거 북미 시장의 수요와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구형 FJ 크루저와 정반대의 전략이다.
랜드크루저 라인업의 확장: 정통 오프로드에 ‘자유와 즐거움’을 더하다


토요타의 랜드크루저 라인업은 본래 대형 플래그십 300, 헤비듀티 모델 70, 그리고 핵심 모델 250 시리즈로 구성되어 신뢰성, 내구성, 오프로드 성능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여기에 새롭게 합류하는 랜드크루저 FJ는 이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랜드크루저를 즐기는 자유와 즐거움’이라는 라이프스타일 측면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랜드크루저 FJ는 정통 오프로더의 클래식한 박스형 디자인과 현대적인 감각을 융합했다. 알려진 제원(프로토타입 기준)에 따르면, 2.7L 4기통 가솔린 엔진(최고출력 161마력)과 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길이는 4,575mm, 휠베이스는 2,580mm로 랜드크루저 250 시리즈보다 약 270mm가 짧아, 컴팩트함에서 오는 용이함과 민첩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탈부착이 가능한 앞뒤 범퍼를 적용하여 오프로드 주행 시 파손 위험과 수리 비용을 절감하도록 설계하는 등, 실용적인 오프로드 기동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북미를 외면한 전략적 이유: 규제와 수익성의 딜레마


토요타가 랜드크루저 FJ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배제한 결정은 단순한 시장 선호도 문제가 아닌, 수익성과 규제라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기반한다. 토요타 수석 엔지니어는 랜드크루저 FJ가 북미 시장 기준으로는 “너무 작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북미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더 크고 강력한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을 고려한 판단이다. 만약 출시된다면 포드 브롱코나 지프 랭글러 등 레트로 오프로더와 직접 경쟁하며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겠지만, 토요타는 다른 계산을 했다.
가장 큰 장벽은 수입 관세와 규제 문제다. 랜드크루저 FJ는 태국에서 생산될 예정인데, 이 모델을 북미로 수출할 경우 19%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당초 저가형 엔트리 오프로더로 차별화하려던 전략에 치명적이며, 차량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또한, 랜드크루저 FJ의 기반이 된 하이럭스 픽업트럭의 저가형 IMV 플랫폼이 미국 내 엄격한 안전 및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개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북미 미출시를 결정한 주요 이유다.

토요타의 랜드크루저 FJ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택과 집중’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북미 시장의 열렬한 레트로 오프로더 수요를 외면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저가형 모델을 집중하는 것은 단기적인 판매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입지 강화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거 FJ 크루저가 북미 시장의 향수를 자극하며 탄생했다면, 랜드크루저 FJ는 토요타의 글로벌 오프로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계산된 전략의 산물이다. 이 모델은 정통 랜드크루저 라인업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접근성이 높은 엔트리 모델의 역할을 수행하며 토요타의 글로벌 판매 전략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