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중국에 안 판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와 손을 잡은 이유로 경영능력과 비전을 꼽았다. 영풍은 경영권 획득 후에도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고,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은 집안끼리 몇몇이 경영할 규모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경영 감각과 능력, 비전을 가지고 있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다. MBK가 그런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사장은 “현재 영풍 경영진이 고려아연을 우리가 계획하는 방향으로 키워나갈 역량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공동 창립했다. 그동안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75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최근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과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등이 경영권 확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했다. 또 지난 3월 고려아연이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정관 변경이 무산된 후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대가 이룬 75년 동업 관계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먼저 깼다”며 “최윤범 회장은 영풍과 모든 주주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최 회장이 추진한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이고, 원아시아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 운용사”라며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원대의 손상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MBK는 전날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 향후 MBK가 공개 매수가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지와 관련해 강 사장은 “추가 인상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MBK가 부담하는 것이라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회장 입장에서는 대항 공개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항 공개매수는 최 회장의 권리이니 이래라저래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최 회장이)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사장은 영풍의 부실한 경영 실적에 대해서는 “이익 수준을 초과하는 환경개선 투자에 자금을 써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강 사장은 “영풍이 배당금을 받아 주식 사는 데 다 썼다고 하는데 배당금은 환경예산에만 쓰기로 하고 제가 묶어두고 집행하고 있다”며 “내년까지는 이익이 나기 어렵고 내후년부터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제기한 폐기물 떠넘기기에 대해서는 “당시 고려아연과 협의를 했지만 그쪽에서 마땅치 않아 해서 없었던 일이 됐다”고 반박했다.
강 사장은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고려아연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며칠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만약 공개매수가 끝나서 주요 주주가 되면 울산에 내려가 고려아연 노동조합 분들이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직접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두 가문에 의한 경영 시대를 매듭짓고 전문경영인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며 “영풍은 MBK와 함께 지배권 강화를 통한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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