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쓰레기도 들어오면 갇힌다"..공무원 역사 시작되는 '여기'
"스마트폰 반납하셨어요? 소지하신 전자기기는 모두 두고 가셔야 합니다. 애플워치도 안돼요."
경기도 과천시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 국가고시센터를 들어가는 출입구는 단 하나 뿐이다. 이 문을 지나는 순간 세상과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된다. 가방과 주머니에 넣어둔 모든 전자기기를 하나도 빠짐 없이 보안요원에게 맡겨야 한다. 보안검색을 마친 후 입구를 지나면 철제문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허가를 받기 전까지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는 셈이다.
건물에 흔한 이름판 하나 없는 국가고시센터 내부가 최초로 공개된 배경엔 신임 김승호 인사처장의 의지가 컸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보안 때문에 외부 공개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공무원 시험이 어떻게 출제되는건지 궁금해하는 경우도 많단 점에서 국가고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함께 가장 큰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무원시험은 출제 과정이 베일에 쌓여 있다. 매년 수 많은 시험이 치러지는데도 누가 문제를 어디서 어떻지 만드는지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일각에선 시험 전 호텔 같은 시설에서 만든다거나 출제 과정에서 손 쉽게 유출이 가능할 것이란 추측까지 나돌 정도다.
인사처에 따르면 △국가직5·7·9급공채 △지방 7·9급 임용시험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 등 매년 치러지는 17종 347개 과목의 시험이 모두 국가고시센터에서 만들어진다. 문제를 만드는 시험위원들은 신분이나 주관하는 시험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이 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연간 2400여명의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오가며 4660개의 문제를 출제한다. 그간 만들어진 9만5000여개의 문제은행 서버도 오직 이 곳에서만 접속할 수 있다.
국가보안시설로 관리되면서 보안이 철저한 이유다. 실제로 대학교수와 고등학교 교사,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시험위원들은 센터에 입소하면 1~2주 간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내야 한다. 음주는 불가능하고 흡연자의 경우 미리 사서 들어오지 않으면 담배도 구할 수 없다. 직계 존·비속이 상을 당하거나 급하게 병원을 가야할 때도 시험출제과 직원, 보안요원 등 3명과 동행해 감시를 받아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도 합숙이 끝나서야 배출된다.
이 고시센터에서 출제한 공무원시험의 오류율은 0.06%에 불과하다. 민간 자격시험은 물론 법원행정처(0.16%)나 국회사무처(0.18%) 시험 오류율보다도 확연히 낮다. 그러다보니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지방시험들까지 출제해달라는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대통령경호처7급공채시험, 중앙선관위 7·9급공채시험도 수탁해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낮은 오류율에 따른 지방시험 수탁출제는 지방재정 예산 절감이라는 의외의 효과까지 낳고 있다. 공무원시험 출제와 관련해 약 65억원에 달했던 시·도 및 교육청 예산이 인사처 위탁 후 22억원으로 43억원 가량 절감된 것.
다만 공정한 시험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고시센터 공무원과 시험위원들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시험위원들이 고시센터에서 합숙한 일수만 180일에 달하는데, 합숙공간이 낙후되고 2인 이상이 함께 써야 할 만큼 부족하다보니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게 아침부터 때로는 새벽까지 격무에 시달리는 출제위원 수당(하루 32만원)도 14년째 그대로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못하는 연금생활에 가까운 합숙 등 근무여건이 녹록지 않다보니 고시센터는 인사처 직원도 선호하지 않는다. 연락 두절이 일상이다보니 연애도 쉽지 않아 이별 사례도 숱하다. 인사처 관계자는 "시험출제과 직원이 장기간 방을 비웠다 나타나길 반복하자 집주인이 수상한 사람이라고 경찰에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며 "합숙 중엔 코골이나 잠꼬대, 이갈이 같은 다양한 민원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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