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오수가 주가조작 안 알렸을 것” 추정만으로 김 여사에 면죄부
“잘 모르겠다”며 일반투자자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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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등을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한 뒤에도 3년 가까이 김건희 여사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항소심까지 거치면서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관여된 정황을 더욱 뚜렷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17일 최선의 결과라며 무혐의 결론을 내놓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못했다.
‘7초 거래’에 추정 들이대며 면죄부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7초 거래’는 주가 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주가 조작의 2차 주포 김아무개씨는 2010년 11월1일 공범 민아무개씨에게 ‘12시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란 문자를 보냈고, 20분 뒤 ‘매도하라’는 문자를 거듭 보냈다. 주가 조작을 위한 물량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이로부터 7초 뒤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선 이들이 말한 가격과 수량이 정확히 일치하는 매도 주문이 나왔고, 민씨 명의 계좌 등에서 이를 사들였다. 1·2심 모두 이를 불법적인 통정거래(주식을 주고받아 주가를 조작하거나 매수를 유인하는 방법)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통정매매를 직접 실행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여사는 그러나 올해 7월 서울중앙지검 대면 조사에서 “증권사 직원 등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직접 매매를 결정하고, 개별 거래를 할 때 권 전 회장에게 물어본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 권 전 회장과 논의를 한 것도 아닌데 주가 조작 일당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내놓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매도 주문 2회는 피의자(김 여사)가 당시 권오수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오수가 자신을 신뢰하는 피의자에게 자신의 범행 내지 주가관리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일당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엔 증거가 없다며 눈을 감은 반면, 권 전 회장의 지시로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인식 없이 물량을 내놓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들이대며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알았다는 직접 증거 없어”
재판 과정에선 주포 김씨가 2011년 1월 김 여사 계좌를 통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실행해, ‘왜 싸게 팔아 손실을 보게 했느냐’는 김 여사의 항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김 여사에게 ‘권 전 회장과 이야기하라’고 했고, 권 전 회장에게선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 상황에 대해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건희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면 주포가 필요해서 팔았는데 항의를 했다는 것은 조금 어색한 정황으로 보인다. 시세조종 인식의 반대 상황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권 전 회장에게서 ‘주가 조작 상황’이라는 설명을 듣고 항의를 멈췄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또 주가 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자산운용사 블랙펄인베스트에서 문제의 블록딜 상황이 담긴 ‘김건희 엑셀파일’이 발견된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주가 조작 항소심에선 ‘돈줄’ 역할을 한 손아무개씨의 방조 혐의에 유죄가 선고되면서 김 여사 혐의 입증이 더 용이해진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적극적인 공모까지 아니어도 주가 조작이 있다는 미필적 인식만 입증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관련된 직접적 증거나 진술이 없다며 방어막을 쳤다. 최 부장검사는 “손씨와 달리 김건희는 주식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 투자자”라며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른다’는 주가 조작 ‘1차 주포’ 이아무개씨나 증권사 직원들의 진술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도이치파이낸셜(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전환사채(CB)를 매수한 김 여사를 ‘일반 투자자’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차 주포’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비피(BP, 블랙펄인베스트) 패밀리의 일원’이라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 최 부장검사는 “비피패밀리가 (무엇인지 의미를)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 여사, 줄곧 “기억 안난다”
김 여사는 검찰의 대면조사에선 “기억 안 난다”고 답했다고 한다. 최 부장검사는 “(김 여사가) 대부분 조사에서 ‘잘 기억이 안 난다’ ‘10여년 전 일이라 잘 기억 안 난다’라고 했다. 녹취록을 보여주니 ‘내가 이런 대화를 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10년 전 기억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 안 할 수 없었다”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의 답변이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검찰은 추가로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초기인 2020년 11월 김 여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기각된 이후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최 부장검사는 “10년이 지난 사건이라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장을 청구해도 영장이 나오기 어려웠고, 영장 청구가 기각된다면 수사는 더 어려운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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