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1위 삼성전자 지위 ‘흔들’… SK하이닉스에 자리 뺏기나
‘반도체 겨울론’ 피해간 SK하이닉스·마이크론
“삼성전자, HBM·서버용 D램 고부가 시장서 부진”
범용 메모리 의존도 낮추고 ‘맞춤형’ 전환 필요
올해 3분기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해온 독보적인 입지가 흔들리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범용 D램,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굳건한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새롭게 부상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만년 2등’으로 인식되어온 SK하이닉스에 1위를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4조원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가 합산해 1조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수익처인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은 5조원 혹은 그 이하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증권사에서 추정하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1262억원, 6조7679억원 수준이다. 예측대로라면 3분기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 격차가 1조원에서 최대 2조원 수준까지 달할 수 있다.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두 회사 모두 전통적인 강세 영역인 범용 D램, 낸드 시장 수요 부진에 따라 직격탄을 맞았지만,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램보다 3~5배 이익률이 높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최첨단 HBM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으며 연내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3E 8단·12단 제품은 엔비디아 퀄(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9월로 예상됐던 엔비디아용 HBM3E 납품 인증이 지연되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건스탠리를 시작으로 제기된 ‘반도체 겨울론’을 비웃듯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 역시 D램, 낸드 시장의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3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3분기에 6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경우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이다.
업계에서는 D램 3강 중 삼성전자만 홀로 반도체 겨울 한파를 맞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범용 메모리 중심의 시장에서 AI 메모리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것을 패착으로 파악하고 있다. 범용 메모리 중심의 사업은 모바일, PC, 서버용 D램 시장의 수요와 가격 변동에 큰 타격을 받는 반면 연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HBM은 ‘맞춤형 메모리’로 불릴 정도로 고객사와의 협력이 중요한 데, 이 부분에서 삼성의 역량이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범용 D램 시장에서도 가격대가 높고 이익률이 높은 서버용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삼성의 수익성이 비교 열위에 놓이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서버용 D램의 비중이 크다.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응용처별 매출 비중을 보면 서버용이 40% 이상, AI와 고성능컴퓨팅(HPC)에 활용되는 그래픽용 D램이 약 20%로 추산된다. 그래픽용 D램에는 최근 매출 증가세가 가파른 HBM이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범용 메모리 중심의 메모리 시장 판도도 이전과 다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HBM 시장의 ‘게임의 법칙’은 전통적인 범용 D램, 낸드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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