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 씨는 최근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혹시 큰 병원에서 검사 한 번 받아보셔야 하는 건 아닐까?” 시댁에 방문할 때마다 시어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매우 힘들었던 현정 씨는, 최근 들어서 그 빈도가 더욱 잦아졌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수도 없이 반복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내가 처음 이 집에 시집 오던 날…”
“비가 많이 왔었죠? 아버님이 예쁜 양장을 한 벌 선물해 주셨고요. 그리고 특별한 날이면 그 옷을입고…”
현정 씨는 하도 여러 번 들어서 이제는 시어머니가 운만 띄워도 그 다음 이야기를 먼저 술술 뱉을 정도라고 한다. 더구나 시어머니는 지금은 며느리의 모든 게 불만스럽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때는 그랬지. 요즘은 며느리들이…” 현정 씨는 그런 시어머니가 걱정이 되면서도, 지겹고 힘든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과연 현정 씨의 시어머니는 치매 초기 증상에 의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걸까?

그러나 인지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절대로 많이 늙지 않는다’고. 특히나 생각을 담당하는 뇌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이다.
나이가 들어 똑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장기기억보다 단기기억이 저하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이미 여러 번 말한 내용은 ‘장기기억’이라서 정확히 기억하고 이야기하면서도, 그걸 최근에 말했다는 사실은 ‘단기기억’이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시어머니가 겪은 결혼 생활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실제보다 많이 미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혼 초 고된 시집살이와 생활고를 겪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을 전하려 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상황이나 사건을 정신적으로 재구성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정 씨의 시어머니는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 건강에 대한 불안과 같은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있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억력 감퇴는 반드시 치매로 이어지지 않지만, 기억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람은 사실상 기억력 감퇴와 치매에서 모두 벗어날 수 있다. 결국 기억력을 연마하고 유지한다면 알츠하이머병이과 같은 다른 치매의 피해로부터 가능한 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에, 스스로의 기억력에 신경 써야 한다.

단기기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하루 30분씩 꾸준히 낮잠을 자거나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는 완벽하게 끝마친 작업보다 도중에 중단하거나 아직 완벽하게 끝마치지 못한 작업을 훨씬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한 분야가 드라마다. 항상 극이 진행중인 결정적 상황에서 끝나버리는데, 이것이 오히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다. 이처럼 사람은 완결된 상황보다 미완성된 상황에서 기억력이 더 좋아질 수 있다.
휴대전화는 장기기억을 강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일화 대신, 장기기억강화에 도움이 될 소재를 찾기에 훌륭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장황하게 긴 숫자를 무작위로 생성한 후에 암기한 후, 다시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흥미롭거나 복잡한 환경을 기억하고 싶을 때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사진으로 찍어둔 책이나 신문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기억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때는 장기 기억이 강화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과 암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