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866만 명이라는 대단한 관객 몰이에 성공하며 이른바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위세를 떨쳤던 만큼, 후속작을 향한 세상의 기대감은 천만 관객을 손쉽게 넘볼 기세로 부풀어 올랐었다.
그러나 막상 돛을 올린 후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은 온갖 기대감을 뒤로한 채 100만 명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한국 영화계에 뼈아픈 실패의 상징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화려한 제작비와 톱스타들을 총동원하고도 어째서 대형 참패를 맛봐야 했는지, 그 처참했던 몰락의 내막을 낱낱이 해부해 본다.

영화는 스스로 고려 제일검이라 칭하는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바다를 주름잡는 해적 단주 해랑(한효주)이 우연히 의기투합하면서 거대한 모험의 서막을 연다.
이들은 왜구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자취를 감춘 막대한 규모의 왕실 보물이 세상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극비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가로채기 위해 목숨을 건 일대 항해에 돌입한다.
여기에 보물을 탐하는 야욕에 사로잡힌 역적 부흥수(권상우)까지 가세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력 간의 피비린내 나는 삼파전 양상이 스크린 위로 펼쳐졌다.

전편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뽐냈던 손예진의 존재감은 후속작의 해랑 역을 맡은 한효주에게 넘겨졌으나,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해랑은 부하를 아끼고 신입 단원 해금을 살뜰히 챙기는 매력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었지만, 캐릭터 자체의 깊은 서사보다는 겉멋 든 화려한 액션 연출에 지나치게 치중되면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전작 캐릭터가 남긴 선명한 잔상을 지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입체감이었다.

이번 작품이 대중의 매서운 질타를 받으며 외면당한 가장 결정적인 패착은 다름 아닌 극심한 정체성 혼란에 있었다.
해외의 유명 해양 어드벤처물이나 대중적인 인기 만화 원피스의 콘셉트를 무리하게 차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특히 해적왕을 연상시키는 작위적인 설정들은 영화의 전체적인 몰입도를 무참히 깨뜨렸다.
한국적인 해학 코미디와 인간미 넘치는 정서를 절묘하게 버무려 흥행을 이끌어냈던 전편의 강점을 까맣게 잊은 채, 엉성한 CGI와 개연성 없는 설정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강하늘, 권상우, 이광수 등 충무로에서 내라라 하는 티켓파워를 지닌 최고급 배우들이 총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품 제작에 투입된 막대한 규모를 감안했을 때 손익분기점은 대략 450만 명 선으로 추산되었으나, 최종적으로 극장에 발을 들인 누적 관객 수는 고작 133만 명에 머물렀다.
이는 전편 흥행 성적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수치로, 사실상 흥행 참사를 넘어 재정적 타격까지 안겨준 처참한 결과였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몰락은 영화계에 덩치만 키운 화려한 겉모습보다 결국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탄탄한 각본과 철저한 고증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최근 탄탄한 원작의 힘을 업고 찬사를 받는 작품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한국형 해양 어드벤처 장르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두 번째 항해의 참담한 실패로 인해 향후 국내에서 대규모 해양 블록버스터가 기획되고 제작되는 흐름은 당분간 상당한 위축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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