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까지 갖춘 아메리칸 투어러의 진화,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 & 로드 글라이드

많은 모터사이클 브랜드들 중에서도 할리데이비슨이 특별한 이유는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독특한 라인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브랜드들은 슈퍼스포츠, 네이키드, 투어러, 스쿠터 등 다양한 장르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최근 팬아메리카 발매 전까지는 오로지 크루저 하나의 장르만으로 제품을 선보여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섰다.

로드 글라이드

그렇다고 할리데이비슨이 단일모델로 성공한 브랜드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할리데이비슨의 라인업을 보면 알겠지만 형상이나 특성을 달리한 크루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스포스터, 다이나, 소프테일, 투어링, CVO, 트라이크 등으로 제품군을 나눴던 반면, 현재는 스포츠, 크루저, 그랜드 아메리칸 투어링, 트라이크의 4개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신규 입문자들이 제품군별 특성을 좀 더 파악하기 쉽도록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트 글라이드

이 중 장거리 투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름 그대로 그랜드 아메리칸 투어링의 제품들에 마음이 갈 것이다. 전면의 대형 페어링과 3개의 대형 패니어 케이스로 대륙 횡단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울트라 리미티드와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도 있고, 반대로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페어링 하나 없이 주행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릴 수 있는 로드 킹 스페셜 같은 모델도 있다. 여기서 좀 더 디자인에 초점을 둔다면 크루저에 속하는 제품들로 눈을 돌려야겠지만, 적당한 스타일에 편의성까지 갖춰 투어링을 즐기기에도 문제 없는 제품이라면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로드 글라이드가 있다. 이번 2024년 신제품으로 변경된 두 모델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스타일과 편의성을 동시에

스트리트 글라이드(위)와 로드 글라이드. 전면 페어링 장착 방식이 달라 전반적인 디자인에서도 느낌이 조금 달라진다

로드 글라이드나 스트리트 글라이드 모두 전면의 페어링과 후면의 사이드 케이스의 조합으로 1박 2일 정도의 가벼운 투어링을 소화하기에 적합한 모델이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페어링의 장착 방식인데,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페어링이 핸들바에 장착된 형태인데, 로드 글라이드는 프레임에 장착된다. 따라서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조향에 따라 페어링이 함께 움직이지만 로드 글라이드는 페어링은 움직이지 않고 서스펜션과 바퀴만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형태 덕분에 각자의 디자인 취향에 따라 선택지가 갈릴 수도 있을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롱 앤 로우 스타일이라면 전면부 볼륨을 더한 로드 글라이드가 마음에 든다.

로드 글라이드의 전면부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전면부

이런 기본적인 구조의 차이와 함께 신형에서는 디테일한 디자인에서도 다른 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면 헤드라이트 디자인으로, 로드 글라이드는 주간주행등이 헤드라이트를 W자 형태로 감싸고 있으며,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페어링 중앙에 작은(?) 헤드라이트를 U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감싸고 그 좌우로 직선의 주간주행등을 더해놓았다.

이런 페어링은 단순히 디자인 강화만을 위한 변경은 아니다. 모터사이클 탑승자에게 주행풍은 즐기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장시간 주행풍을 맞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피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를 경감시킬 수 있는 공기역학적 설계가 필요한데, 로드 글라이드나 스트리트 글라이드 모두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진 디자인이 적용됐다. 먼저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고 풍동 분석과 실제 고속 주행 테스트 등을 통해 기본적인 주행풍 차단과 함께 헬멧 주변의 공기 흐름으로 헬멧이 떨리는 현상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페어링 중앙의 송풍구의 열림 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라이더가 조건에 맞춰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풍동 테스트에서 2022년형 모델 대비 헬멧 흔들림이 평균 60% 정도 감소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페어링에서 시선을 옮기면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연료탱크다. 크루저라면 당연히 ‘물방울(teardrop)’ 모양의 연료탱크가 떠오를텐데, 꽤나 컴팩트해 보이겠지만 이래뵈도 무려 22.7L(6갤런)에 달하는 대용량이다. 경량화를 위해 가벼운 강철 소재를 적용했으며, 팝업식 주유구 뚜껑을 적용해 한손으로 뚜껑을 쥐고 주유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또한 연료탱크 주입구 쪽은 연료가 튀지 않도록 설계를 변경했다고.

 

성능을 강화한 밀워키에이트 엔진

연료탱크 아래로는 모터사이클의 심장인 엔진, 그 중에서도 크루저를 대표하는 V형 2기통, V-트윈 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탑재된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은 117큐빅인치, 즉 1,923cc의 배기량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흡배기 흐름을 개선한 덕분에 최고출력 105마력/4,600rpm, 최대토크 176Nm/3,250rpm로 성능이 향상됐다. 강력한 성능은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출력 특성 및 각종 기능들의 설정을 한꺼번에 변경할 수 있도록 4종류의 라이딩 모드도 함께 제공한다.

높은 배기량으로 높은 성능을 내는 엔진인 만큼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엔진열이 제대로 냉각되지 않으면 엔진도 데미지를 입게 되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냉각되지 않은 열이 운전자에게 전달되면 심한 경우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새로운 냉각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실린더 헤드 디자인을 변경해 배기 밸브 주변 냉각수 흐름을 개선했고, 냉각수 전체의 흐름을 후면 실린더 헤드에서 전면 실린더 헤드를 거쳐 라디에이터로 보내는 최적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냉각수 순환은 전기 펌프를 통해 이루어지며, 온도 조절 팬은 공기 흐름이 아래로 향하도록 구성해 저속에서 탑승자 쪽으로 열이 덜 전달되도록 했다.

다음으로 시트가 눈에 띈다. 새로 디자인한 일체형 시트는 내부 패딩 소재 역시 변경해 장거리 라이딩에서의 편안함을 높였다. 또한 시트의 형상 변경으로 라이더의 허리나 목에 가해지는 피로를 줄여준다. 시트 높이는 두 모델이 약간 차이가 있는데, 로드 글라이드가 658mm이고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664mm로 8mm 더 높다. 시트 아래쪽으로 열선 장비를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가 2개 마련되어 있으므로 추운 날씨에 주행할 경우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체온을 유지하기 수월하다.

후면으로 가면 대형 새들백이 눈에 들어온다. 전과 달리 더 입체적인 형태를 갖춰 전면 페어링과 연료탱크, 측면 커버와 어우러져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한다. 새들백은 적재량이 늘어나 화물 수납은 물론이고 더 큰 출력의 스피커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디오 시스템은 이전보다 2배로 출력이 늘어난 4채널 200W 구성으로, 옵션으로 록포드 포스게이트 시스템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경량화에 첨단 시스템을 더해

이렇게 차량 전반을 살펴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의 경량화로,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이전 대비 8.2kg, 로드 글라이드는 7.3kg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이런 다이어트는 앞서 설명한 연료 탱크 외에도 단조 트리플 클램프 등 차량 곳곳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진 덕분으로, 이로 인해 제동이나 핸들링, 가속 등에서 전보다 향상됐으며, 사이드 스탠드를 걷어올리거나 정차 시 균형을 잡는 것, 심지어 시동을 끈 상태로 차량을 이동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고 한다.

서스펜션도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먼저 앞 포크는 내부 조정을 통해 부드러운 승차감, 안정적인 핸들링과 제동성능, 처음부터 균일하게 발생하는 댐핑 성능을 보여준다. 후면 서스펜션은 대표적인 서스펜션 브랜드 쇼와의 기술을 적용해 향상된 댐핑 반응과 승차감을 제공하며, 작동 범위를 50% 늘린 76mm로 확대했다. 또한 쇼크 업소버의 프리로드(예압) 조절이 가능한데, 특별 공구 없이 차량에 구비된 기본 공구를 활용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계기판은 반사 방지 및 지문 방지 코팅이 더해진 12.3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다양한 정보를 선명하게 표시한다. 또한 화면의 터치 기능은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조작이 가능하지만, 주행 중 빗방울이나 벌레 등의 요인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카이라인 전용 OS로 구동되며, 스마트폰 연동이나 충전 시 보관할 수 있는 수납 공간과 USB-C 충전 포트도 마련해놓았다. 스마트폰 연동으로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오토는 적용되지 않지만 블루투스 연결로 음악 재생이나 전화 수신이 가능하다. 신형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로드 글라이드는 국내에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처럼 크기가 큰 나라였다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 모델을 추천하는 것이 조심스러웠겠지만, 한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 만에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만큼 스타일과 편의성을 갖춘 스트리트 글라이드나 로드 글라이드라면 멋을 챙기면서 여행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