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은 아니지만 이만한 국내 선수 없네".. '노송' 김용수까지 넘은 LG 임찬규

9일 잠실구장 SSG전 3회 1사, 임찬규가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통산 1146탈삼진이 됐다. LG 영구결번 레전드 김용수가 가지고 있던 구단 최다 탈삼진 기록 1145개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경기 후 임찬규는 "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어릴 때 김용수, 이병규, 박용택을 보며 자란 선수가 그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특급은 아니지만, 꾸준함으로 레전드를 넘었다

임찬규 본인도 리그에서 정점을 찍을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그런데 그 선수가 LG 구단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썼다. 비결은 단순하다.

안 아프고 꾸준하게 마운드에 섰다는 것으로, "꾸준하게 안 아프고 나가다 보니까 대단한 선수들도 따라갈 수 있었다"는 말이 이 기록의 본질을 담고 있다. 강속구 없이도 34세까지 LG 프랜차이즈 선발로 버텨온 투수가 만들어낸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 고전, 체인지업 두 가지로 돌파구 찾았다

올 시즌 3~4월 평균자책점이 5.58이었는데 주무기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은 게 가장 컸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스프링캠프부터 개막 직후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커터도 던지고 스위퍼도 시도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최근 체인지업을 두 가지 속도로 섞어 던지는 방식에서 답을 찾았는데, 기존에는 120km 중후반에서 130km 초반 범위로 던지던 걸 110km 초반대와 130km 초반 사이로 속도 차이를 더 크게 벌리면서 체인지업 스윙률이 높아지고 경기가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5월부터 살아난 임찬규는 이날 경기로 6승 1패 평균자책점 3.72가 됐다.

버티는 마음으로 이겨낸 부침

잘 안 풀릴 때도 임찬규는 막연하게 좋아지겠지가 아니라 페이스가 올라올 때까지 최소 실점으로 꾸역꾸역 버티자는 마인드로 이겨냈고, 그 과정에서 송승기와 톨허스트가 흔들리지 않고 버텨준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날도 4볼넷을 내주는 등 커맨드가 자유롭지 못했다고 스스로 평가했지만 5이닝 1실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직구 최고 구속 146km로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멀지만, 감독이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임찬규의 철학이고 그 철학이 이번 기록으로 증명됐다.

다음 목표는 LG 최다승

LG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도 김용수가 126승으로 가지고 있다. 현재 임찬규의 통산 승수는 92승으로 34승 차이가 나는데, 임찬규는 "승리는 팀이 이겨야 나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지금처럼 한 타자 한 타자 잘 잡다 보면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탈삼진에 이어 최다승까지 넘어선다면 임찬규는 LG 역사에서 김용수를 완전히 뛰어넘는 투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