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객기 추락: 한국 여행객에도 익숙한 노선...한국인 부자 여행 중 사고 당해

한국 외교부는 15일 추락한 네팔 예티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한국인 2명이 육군 상사인 유모 씨(45)와 그 아들(14)이라고 확인했다.

추락한 네팔 예티항공 691편은 15일 오전 10시 33분(현지시간)께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서부 포카라 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당 항공편은 도착지인 포카라 공항 인근 숲에 오전 11시께 추락했다. 추락 지점은 구공항과 신공항 사이 세티 강둑으로 착륙 예정 불과 10~20초를 남겨두고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신공항은 이번 달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129㎞ 떨어진 포카라는 비행기로 25분 거리에 불과하다. 네팔 유명 관광지 포카라는 안나 푸르나 서킷으로 가는 길목에 있으며, 한국 여행객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추락 사고 현장

'나도 갔던 곳인데.. 안타깝다' 반응 이어져

이번에 사고를 당한 유 씨는 지난 14일 아들의 방학을 맞아 함께 여행하려 네팔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여객기 탑승 전까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족과 연락했지만, 이후 도착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한국인들 중 해당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온·오프라인 상에서 경험을 공유하며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울에 사는 40대 한 씨는 2017년 12월 안나푸르나 등반을 위해 예티 항공을 이용했다.

한 씨는 BBC 코리아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기 위해 포카라로 가야 했다"면서 "당시 탑승했던 비행기가 좌우 2열씩 총 4열의 상당히 작은 비행기라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그런 작은 비행기는 처음이라 좀 무섭기도 했지만 산에 가려면 그 비행기를 타야했고 안나푸르나 간다는 설렘이 더 컸다"면서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내가 탔던 그 항공사라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산에 가려는 사람들이었을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 트위터 이용자도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가는 저 비행기, 나도 타본 적이 있다"며 "작고 어쩐지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행기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거리를 저공에서 주로 비행할 때는 비교적 소형의 프로펠러기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고가 난 지점은 항공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착륙이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등 8000m급 히말라야 고봉에서 불과 수십km 떨어진 고지대로, 이착륙 시 주변의 높은 산 사이를 곡예하듯 비행해야 한다. 또 짙은 안개가 자주 끼는 등 변덕스러운 기상 상태도 항공기 운항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5월에도 네팔 타라에어 소속 소형 여객기가 이번 사고 발생 지역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22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16일 카트만두 항공당국이 추락한 네팔 항공기의 조종석 음성 녹음기와 비행 데이터를 담은 블랙박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 사고 원인과 당시 정황에 대한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허술한 장비 점검 같은 안전 불감증도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네팔의 훈련 및 유지보수 기준을 우려해 네팔 항공사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