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간신의 역사와 오늘의 교훈

강준의 2025. 11. 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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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의 가치향상경영연구소장·칼빈대학교 대우교수

역사를 돌이켜보면, 나라의 흥망성쇠에는 언제나 '간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현명한 인재 한 명이 국운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탐욕과 배신에 물든 한 간신이 나라를 무너뜨린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수히 많다. 중국 사마천이 <사기>에서 굳이 '간신열전'을 따로 기록한 것도 그만큼 이들의 존재가 역사의 어두운 실체였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그 열전에도 빠져 있으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전국시대 말 조나라의 간신 곽개이다.

곽개는 당시 진나라와 맞서던 조나라의 실세 재상이었다. 조나라는 '전국 4대 명장'으로 꼽히는 염파와 이목 같은 걸출한 장군들을 거느린 군사 강국이었다. 그러나 그 강대한 군사력이 있음에도 조나라는 결국 진나라의 발아래 무너지고 말았다. 원인은 외적이 아니라 내부의 배신이었다. 곽개는 황금과 권세에 눈이 멀어 진나라로부터 뇌물을 받고, 자국의 충직한 장수들을 모함하여 전장에서 배제하였다. 군사의 중심이 무너진 조나라 전선은 속수무책이었고, 이는 곧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결정적 발판이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조나라는 곽개의 창고가 채워지면서 무너졌다"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우리 역사 속에도 곽개 못지않은 간신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인조 시대의 김자점이다. 그는 사육신을 밀고한 김질의 후손으로, 집안의 불명예를 씻기는커녕 오히려 그 길을 답습하였다. 인조반정에 가담해 공신에 오르고, 정묘호란 때 공을 세워 도원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그 화려한 경력의 이면은 철저한 권력욕과 야망이었다. 병자호란 당시 그는 총사령관임에도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했고, 이후에는 권력 유지를 위해 음모와 모략을 일삼았다. 소현세자 빈 강씨에게 사약을 내리는 데 앞장서며 정적을 제거했을 뿐 아니라, 효종이 북벌을 준비한다는 국가 기밀을 청나라에 밀고해 나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결국 그의 만행은 드러났고, 삼족이 멸문하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김자점의 몰락은 간신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역사를 통틀어 간신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행태가 있다. 첫째, 나라의 존망과 백성의 안위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둘째, 오직 개인의 탐욕과 권력욕에 집착하여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셋째, 더 무서운 점은 자신이 국가로부터 받은 권력을 이용해 나라를 좀먹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곽개가 그랬고, 김자점이 그랬으며, 동서양의 수많은 간신이 그러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둘러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름과 시대만 달라졌을 뿐, 권력과 이익을 위해 공동체를 기만하고, 국민의 안녕보다 개인의 영달을 앞세우는 행태는 여전히 되풀이된다. 역사는 결코 박물관 속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며, 내일을 위한 경고다.

곽개와 김자점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충성과 지조는 한 시대의 미덕을 넘어 사회를 지탱하는 영원한 기둥이다. 반대로 탐욕과 배신으로 세운 권력은 반드시 무너지고, 간신의 이름은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뿐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분명하다. 오늘 우리는 나라와 공동체를 위하는 길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간신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길 위에 서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분명한 답을 내리는 것, 그것이 과거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강준의 가치향상경영연구소장·칼빈대학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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