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 신문 사설 막은 베이조스…트럼프 눈치 보나?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10. 29. 18:12
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주요 언론은 대선 때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합니다. 다만, 사설과 같은 의견(오피니언) 코너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고, 다른 뉴스 보도는 지지 선언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WP)가 36년 만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충돌했던 워싱턴포스트 사주 베이조스가 관계 개선을 위해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을 막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구독자 20만 명 떠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신문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사주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지시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독자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 엔피알(NPR)은 28일(현지시각) 오후까지 20만 명 넘는 독자가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종이 신문이나 디지털 신문을 보는 유료 독자 250만 명의 8%에 해당합니다.
일부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자기 친척들도 구독을 취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대표적 진보 성향 신문으로 분류됩니다. 베트남 전쟁 기밀 문서를 특종 보도한 내용이 영화 '더 포스트'로 그려졌고,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도 이 신문 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빼고는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미국에는 사설 등 의견(오피니언)을 싣는 코너에 특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언론사가 많습니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는데요, 뉴욕타임스의 이런 전통은 무려 160년 됐습니다.
미국 언론이 사설로 지지 후보를 표명해도 일반 뉴스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 뉴스는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하면서 사설과 칸막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대선 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전통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조스 "신문 신뢰성 제고 위한 결정"
'개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체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내용입니다.
베이조스는 "특정 신문의 대통령 지지 선언은 선거의 향방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런 지지 선언은 해당 매체가 편향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인상만 만들 뿐"이라고 특정 후보 지지 사설 철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불허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향후 대가를 계산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베이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SNS 등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해왔습니다. 지난 2019년엔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놓친 아마존이 트럼프 행정부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영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베이조스가 환심을 사기 위해 해리스 지지 사설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쉽게 얘기하면 베이조스가 사업을 위해 트럼프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건데요, 사실이라면 사주의 이익 때문에 사설을 포기한 것이 됩니다.
베이조스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내부선 '부글부글'
또 워싱턴포스트(WP) 논설위원 3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WP의 전 편집장인 마티 배런은 "만약 이 결정을 3년 전, 2년 전, 혹시 1년 전에 했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라면서 결정의 시기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분명 타당한 결정이지만 이 결정은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으며 신문의 편집국과 실질적인 진지한 숙의가 없었다. 이 결정은 분명 숭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겠다는 선언을 미리 했으면 문제가 없지만,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선거 막판에 하는 건 저널리즘을 위한 게 아니라 사주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신문의 주요 칼럼니스트였던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에게) 뭘 할지 몰라, 미리 무릎을 꿇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언론사 사주이자 재벌, 베이조스의 한계?
베이조스는 트럼프와 관계가 나빠도 워싱턴포스트의 트럼프 보도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베이조스도 이제는 보복을 두려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자신이 다시 백악관에 들어가면, 자신을 비판한 미디어와 언론인들에 보복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것이 비겁한 언론으로 간주되는데요, 한국 언론이 대선 때 지지 후보를 밝히면 어떨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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