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먹는 뽁뽁이 발판

이 영상을 보라.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개찰구 앞 바닥에 넓은 은색 판이 깔려있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뽁뽁이 같이 동그란 구슬 형태의 무언가가 빼곡하게 박혀있다.

바로 앞엔 ‘밟으면 먼지가 제거된다’라는 안내도 써있는데, 조심스럽게 판 위로 발을 딛어보니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느낌도 왠지 오묘하다.

이 발판, 왱구님들 한번씩은 밟아보셨을텐데, 이메일로 “지하철역에 있는 미세먼지 발판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요 은색 판의 정식 이름은 미세먼지 흡입발판.이 발판을 밟는 지하철 승객들의 신발에 붙어있는 미세먼지를 빨아 들이는 장치다. 엥? 밟기만 했는데 어떻게?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사람이 발판 가까이 간다. 그러면 센서가 작동하고, 장치가 가동된다. 발판 아래의 모터가 돌아가면서,장치 내부 기압이 낮아진다.

이후 사람이 돌출된 구슬을 밟으면, 구슬이 발판 안쪽으로 쑥 들어가면서 발판 내부와 외부 사이에 틈이 생긴다.

틈을 통해 외부 기압이 발판 내부로 유입되는데, 이때 먼지들도 같이 빨려 들어가는 방식이다

요런 과정을 거쳐 흡입된 먼지는 ‘집진함’이라는 장치로 모여 보관된다.그러니까 진공청소기와 원리가 비슷한 셈.

발판을 밟게되면, 특유의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구슬이 장치 안으로 들어갈 때 스프링이 수축하면서 나는 소리인데, 발판이 스테인리스 재질이라 더 크게 들린다.

이 발판을 가장 쉽게 볼수 있는 곳은 바로 지하철역이다. 시청역, 종각역, 종로5가역 등 서울 지하철 노선의 12개 역, 그리고 코레일이 담당하는 수인분당선의 서울숲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딱히 지하철역에만 있는 건 아니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병원, 그리고 공장이나 데이터센터같이외부 먼지를 차단할 필요가 있는 일부 시설에도 이 발판이 설치돼 있다고 한다. 예술의 전당이나 킨텍스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보이니, 우리 주변에 은근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 미세먼지 흡입발판, 가격이 심상치 않다. 서울시 예산 집행 내역을 뒤져보니, 지하철역 12곳에 요 발판을 설치하는 데에만 약 43억원이 들었다. 역 한 군데에 미세먼지 발판을 만드는데 3억6000만원 정도를 쓴 것이다.

발판 한 대당 가격이 궁금해서 더 찾아보다 지난해 말 요 발판을 강남구 보건소에 설치한 내역을 발견했다.이 곳에 설치된 미세먼지 흡입발판 가격은 대당 약 1000만 원. 물론 발판의 크기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단 비싸게 느껴진다.

발판 설치 비용이 이렇게 비싸면, 효과가 상당해야 할 것 같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1년 동안 수유역에 발판을 시범 설치했더니승강장 내 초미세먼지가 5% 감소했다고 한다.

반면에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석순 교수]

사람의 코 높이는 1m 20cm를 코 높이로 보거든요. 바닥에 있는 미세먼지는 우리 다리 수준에서 머무는 거지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코에는 영향을 안 주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 발판이 우리 신발에 있는 먼지를 제거한다고 해도, 아예 호흡기로 들어오는 미세먼지 정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상식적인 얘기.

[환경연구원 A (음성대역)]

우리가 생각하는 초미세먼지는 부유 물질 성향이 강하고 신발에 묻어오는 거는 일반 먼지나 습기일 거 같은데요. 신발의 먼지가 미세먼지에 영향이 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취재하다가 알게된건데, 서울시 쪽도 명분은 있다. 이건 환경부 발표 자료인데, 지하철역은 22개 다중이용시설 중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다. 레일의 마모와 선로 주변 자갈과 흙이 갈리면서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지하 구조상 환기가 어렵기 때문.

그런데 이렇게 생긴 미세먼지는 흡입발판보단 공기청정기를 통해 정화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석순 교수]

차가 이렇게 달리다가 (승강장) 들어올 때 미세먼지가 바닥에서 일어나고 하는 거예요. 지하철 내에도 기류가 안정된 데 하고 흐름이 갑자기 생기는 데. 그런 데가 미세먼지가 많거든요. 그런 데는 이제 공기청정기로 빨아들여가지고 효과를 볼 수가 있지요.

종합해보면, 신발에 붙은 먼지를 제거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비용 대비 편익을 생각했을 때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효과는 공기 청정기가 더 나을 거라는 것이 중론.

현재 서울 지하철역 내 미세먼지 흡입발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너무 돈이 많이 들기도 하고,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여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설치 비용이 세긴 한데, 미세먼지 절감은 필요한 과제이긴 하니까 정부나 서울교통공사가 요 발판의 단가를 낮추고,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