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안임신' 노경무 작가 "가장 할말 많은 임신·출산 다뤘죠"
(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30년 가까운 미래의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합계출산율이 0.4명까지 떨어지던 중 새로운 해법이 나온다. 바로 남자도 임신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된 것.
이처럼 도전적인 상상에 바탕을 둔 만화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이하 안임신)을 만든 노경무(35) 작가 겸 애니메이션 감독을 지난 3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비즈니스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안임신'은 노 작가가 다니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장편 애니메이션 과제에서 출발했다.
그는 "3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라는 과제를 받고서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넣어보자고 생각했다"며 "30분을 채워야 하는 만큼 제가 가장 할 말이 많은 소재를 골랐고, 그게 임신·출산·육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딩크'(무자녀 기혼)인 친구가 있는데 시댁의 압박을 덜기 위해 양가 부모님께 당신 자식이 불임이라고 속이고 있다"며 "여기서 착안해 딩크와 남성임신을 소재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만큼 초기 버전은 좀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노 작가는 '안임신'을 "남성임신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라고 소개하며 "처음에는 좀 더 화 나는 이야기였는데, 점점 코미디로 방향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자 주인공 정환의 할아버지가 "최씨가 최씨를 낳으면 적통 중의 적통 아이가"라고 외치며 외려 남성임신을 반기는 장면이 있는데, 이 대사가 떠오른 순간 코미디로 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여기에 가임인구 증가에 일생을 바친 광기 어린 과학자 김삼신 박사, 기와집에 살면서 수시로 경상도 사투리로 호통치는 시아버지까지 독특한 캐릭터들이 더해지면서 재미를 더했다.
주인공 강유진·최정환 부부는 당초 딩크로 설정했지만, 10년 차 난임 부부로 설정을 바꿨다. 이 덕분에 정환이 두려움을 딛고 남성임신을 결심하게 되는 과정이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합계출산율이 0.4명으로 추락한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작품이 제작되는 와중에 계속 출산율이 떨어져서 놀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2021년에 기획한 이야기인데 이후 합계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정말 이러다가 진짜로 합계출산율 0.4명이 되는 날 이 작품이 또 회자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웃지 못할 일이죠."
노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던 사람은 아니었다.
32세의 나이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고, 2021년 투병 경험을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 '파란거인'을 제작해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안임신' 역시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 '안임신'은 작년 멕시코 몬테레이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비롯해 서울인디애니페스트에서 독립보행상,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만화 '안임신'은 국내 3대 만화상 중 하나인 부천만화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하나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과 만화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노 작가는 "쏘키 작가님의 캐릭터 디자인을 처음 본 순간 아주 마음에 들었다"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아무래도 열화(그림체가 변함)될 수 있는데, 오리지널 느낌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만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스토리도 조금 다르다. 만화에서는 주인공 유진이의 고등학교 시절, 연애 과정 등 캐릭터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만화의 매력을 맛본 노 작가는 다음 작품도 만화로 준비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착안해 시가에 사는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린 '나는 시고양이로소이다'를 그리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보고, 나중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네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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