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숲속에 지은 20평 단독주택, 북유럽 별장 뺨치네요..

안녕하세요. 결혼 10년 차에 서울 근교 숲 속에 집을 짓고 사는 디자이너와 목수 부부입니다. 20살, 미술과 건축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으로 지내며 서로의 취향과 삶의 방향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신혼집이었던 연희동 꼭대기의 30년 된 빌라를 고쳐 살면서 둘만의 시간, 나무와 가까운 생활에 너무 만족했고, 재택을 하는 디자이너와 작업실이 필요한 목수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고즈넉한 언저리에 집 한동, 작업실 한 동 짓자고 어느 숲 속에 있던 캠핑장에서 결심했습니다.

오랜 시간 땅을 보러 다녔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곳을 파주에서 찾았습니다. 한적한 마을 끝에 있는 골짜기로 길고 경사진 땅은 저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나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결정하기 전에 꼼꼼히 주변을 체크하기도 했습니다. 나즈막한 산이 둘러쌓여 숲속같이 느껴지지만 마을과 이어진 땅이었고, 마을입구엔 서울로 빠르게 나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있었어요. 그리고 젤 중요한 배송 체크! 당일 배송이 되는지 야산같은 땅에서 모든 마트 앱에 주소를 입력해보기도 했습니다 :)

그렇게 체크 후 대지를 결정하고 그 날로 우리는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고 거의 완성된 스케치업 파일을 들고 남편의 친구가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도면 및 건축 과정

외부 배치도

좁고, 길고, 경사진 땅의 모양을 최대한 살려 작업실과 집을 얹었습니다. 집과 작업실은 30m 정도 떨어져 있고 높이차는 5m로 그 사이를 잇는 긴 계단과 데크, 정원을 만들어 땅의 활용도를 높이려고 했습니다.

내부 도면

두 동을 짓다 보니 도시 가스, 상하수도 등의 기본 시설 비용도 많이 들었고 부족한 예산에 평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방의 구조를 바꾸어 가며, 그래도 우리가 꼭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고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외관

한겨울 땅을 닦기 시작하여 일년반이란 시간이 지나 어느 봄날에 집의 모양새가 모두 갖춰 졌습니다. 기다림이 너무 길었던 탓에 내외부 기본적인 것들만 마무리하고 주방도 없는 집에 무작정 들어와 담장부터 외부 데크, 주방 및 모든 가구를 장작 6개월에 거쳐 남편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3면이 숲으로 둘러 쌓인 저희 땅의 유일한 출입구를 심리적, 시각적 경계를 꼭 만들고 싶었지만 견적이 1000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집 짓는 동안 마음고생 많았던 목수 남편은 이제야 자기의 차례라며 담장을 직접 만들어 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작은 문만 사용하지만, 남편이 물건을 싣고 나르기 위해 차량용 진출입로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cctv, 인터폰, 우편함이 포함된 현판을 달고 큼지막한 택배함도 만들었습니다.

작업실은 정남향, 집은 남서향으로 동서로 둘러 쌓인 숲은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오후 늦도록 길게 해가 들어와 걱정보다 따뜻한 첫 겨울입니다.

집도 작업동도 전면창이 남쪽을 바라보고 있기에 하루의 해가 뜨고 짐을, 달이 뜨고 짐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해와 달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짐은 매일이 똑같고 당연한 것인데 평생을 고층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 자라 그런지 이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의 밤에도 계단을 오갈 수 있게 계단 층층이 외부 조명을 설치하였습니다.

가족들이 놀러와 가장 많이 누워있는 장소입니다. 멍하니 하늘을 보다 졸다하면 그보다 완벽함 쉼이 없습니다.

현관

현관을 들어서면 벽을 꽉 채운 신발장이 보입니다. 예산과 예민함의 문제로 집안의 모든 가구는 남편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걸터 앉기도 하는 하부장에는 10년 넘게 동거하는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숨어있습니다.

고양이들은 복도로 통하는 작은 출입구로 다니며, 집사는 현관에서 하부장을 열어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좁고 어두운 현관을 보완하기 위해 커다란 유리 중문을 설치했습니다.

거실

복도에서 작은 두 계단을 내려서면 거실 겸 주방입니다. 거실이라 부르지만 주 생활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둘만 생활하다 보니 잘 때 빼고는 주로 거실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모든 것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하게 방들의 사이즈를 줄이고 집의 많은 평수를 거실로 잡았습니다.

바닥은 낮추고 천정은 박공으로 층고를 최대한 높여 뒤로 이어지는 방들의 프라이빗하고 안락한 공간과의 대비를 주려고 했습니다.

인테리어를 고민할 때 젤 처음 블랙 마루를 결정하였습니다. 집이 지어지기 1년 전부터 가장 짙은 블랙 원목 마루를 찾아 남편과 돌아다녀 찾아낸 광폭 블랙 원목 마루는 볼 때마다 만족스러워요. 먼지가 잘 보이는 단점도 있지만 잘 보여 자주 치우게 되는 장점도 있네요.

브랜드 디자인을 하다보니 늘 유행하는 디자인, 인테리어를 많이 보곤 하는데요. 우리만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어떠한 유행도 생각하지 않고 둘만의 취향을 그대로 담고자 했어요. 그래서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색들이나 조합들도 그저 끌리는대로 선택한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대비를 좋아하는 둘의 취향을 고스란히 닮은 집이 완성됐죠.

블랙 원목 마루를 선택한 이후, 필수적인 가전과 대형 가구의 컬러는 왠만하면 블랙으로 맞추려고 했어요. 반대로 러그와 1인용 의자, 에어컨 커버 등 등 작은 면적의 가구와 소품으로 컬러 포인트를 줬구요.

전면에는 시원한 통창과 측면에는 출입이 가능한 샷시(새시)를 설치했습니다. 저희 집의 가장 큰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커다란 창들은 햇빛을 잘 들이고 숲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합니다.

3중 유리로 벽체와 단열 효과도 비슷하다고 해요. 창 옆으로는 TV를 바라 보고 앉을 수도 있고, 숲을 바라 보고 앉을 수도 있도록 모듈식 소파를 두었습니다. 기분에 따라 가끔 요리조리 옮겨 배치하기엔 모듈 소파만한게 없는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작업 테이블 겸 식탁 용도의 2미터 가량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뷰가 좋은 자리이죠. 재택 근무를 주로 하는 제가 종일 앉아 있는 곳이며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숲이 보이는 자리 입니다.

평수가 작다보니 따로 식탁을 두기엔 답답할 듯 하여 폭은 좁고 길이가 긴 테이블을 남편에게 주문하여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엌으로 이어지는 벽 위에는 에어컨을 숨겨서 설치하고 가림판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주방 문은 필요에 따라 개폐할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일을 하다 바로 뒤로 이어지는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를 하고 이 자리에서 숲을 내다보며 식사를 합니다. 그러고선 소화 시킬 겸 밖으로 나가 계단을 거닐며 아랫동(남편 작업실)으로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매우 단순한 일상이지만 여행보다도 집을 좋아하는 저희 부부에게는 가장 평온한 일상입니다.

올 겨울엔 눈이 잦아 눈 구경은 원 없이 하는 중입니다.

여름엔 수풀이 우거져 꽤나 시원하게 지냈습니다.

4계절 중엔 가을이 야외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어 가장 좋았지만 낙엽의 치우는 수고는 만만치 않았네요.

카페트를 정말 좋아하는 둘째 녀석입니다. 모로칸 러그는 끊임없이 양털이 빠지는 단점이 있지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다는 유니크한 패턴의 디자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 숲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고라니도 나타나고 화려한 깃털의 꿩도 나타납니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풍경을 즐기는 두 냥이들 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소품 두 가지인 스프링 연필 꽂이와 층층이 광택이 다른 스틸 소재의 스토리지 입니다.

남편과 저 둘 다 일이 끝나면 늦은 시간까지 콘서트 영상이나 영화 보는 게 가장 큰 낙이예요. 그런 저희에게 소음 걱정이 필요 없는 숲은 최적의 환경입니다. 골짜기 형태의 땅의 특성상 소리가 어디로 새어나가지 않아 야외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늦게까지 놀기도 합니다.

주방

좁은 집이다보니 거실과 주방이 시원하게 이어지는 것을 원하고, 가끔 귀차니즘에 치우지 못한 주방이 가려지기도 바랬어요. 그래서 양쪽으로 넓게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두 가지 효과를 내었어요.

사실 디자인 일을 할 때처럼 딱히 계획이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직감으로 고르고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취향이 담긴 색감이 나온 것 같기도 해서 매우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미니멀하게 비워둔 벽면과 슬라이딩 도어 뒤로 살짝 대리석과 강렬한 블랙 주방이 보여지는 뷰가 딱 저희의 취향입니다.

귀여운 손잡이를 열면 일자형 주방이 나옵니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위해 붙박이 가구들은 모두 바닥과 이어지는 블랙으로 통일했습니다. 20평 집에 블랙 포인트들이 좁아보일까 걱정도 했는데 컬러들이 통일 되니 오히려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처음엔 ㄱ자로 디자인을 그렸었는데요. 오히려 좁은 공간에 ㄱ자 주방을 넣자니 죽는 공간이 생기는 것 같았아요. 그래서 심플하게 ㅡ자형 싱크대로 결정하고 대신 층고를 뒷쪽 방들보다 높여 상부 수납장을 크게 만들어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하부장에 밥솥과 전자렌지 등 모두 감춰서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식구가 사용하기에 일자 주방은 충분하였고 오히려 통행하는 여유 공간이 넓어져 만족 한답니다.

집을 짓고 공간 디자인을 하는 모든 과정이 이랬던 것 같아요. 과감하게 선택하고 제할 것들을 제하는 거요.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은 맘은 굴뚝 같지만 가지고 있는 예산은 한정적 이었기에 '선택과 집중'을 중요시 생각한 것이 남편과 저 둘 다 같았기에 별 의견 충돌 없이 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컬러는 검정과 흰색의 전체 톤에 과감한 대리석을 선택했습니다. 주방도 직접 남편이 만들다 보니 상판 소재는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했어요.

처음엔 시크한 스테인레스 소재나 깔끔한 타일로 할까 싶었다가 우리집이닌깐 좀 더 재미난 무늬를 골라보자 하여 대리석 전시장을 여러 번 찾아 직접 고르고 남편과 둘이 직접 설치 했어요. (저 대리석을 둘이서 들어 나르고 설치할 때는 살짝 후회도 했습니다.)

남편 혼자서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도어 없이 임시 합판 식기세척기 문을 달고 몇 달을 지내기도 했어요.

한동안 그릇도 작은 방에 펼쳐 두고 생활했구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날 입니다. 필요에 따라 서랍 사이즈를 남편이 맞춰주어 완벽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블랙 수전과 싱크볼로 전체적인 톤을 통일 시켰어요.

서쪽 창에서는 오후 시간 볕이 쏟아집니다.

향을 좋아해 인센스 홀더와 오일 버너를 자주 사용합니다.

원래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주방에서는 더 신나게 요리합니다.

침실

연희동 신혼집은 거실과 침실이 칸막이 유리로만 분리된 일체형이었어요. 그래서 이번 집에는 아늑한 침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로지 침실의 목적 만을 최대한 살린 공간으로요.

침대는 슈퍼 싱글 매트리스가 두 개 들어가도록 대형으로 제작하여 둘 다 편안하게 잘 수 있게 했구요. 정말 수면만을 생각한 침실로 완성했습니다. 헤드 양쪽에 조명을 매립하여 자기 전 독서도 편히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답니다.

환기를 위한 최소한의 창만 두고, 가구 또한 남편이 제작한 침대와 붙박이장 외엔 어떤 것도 두지 않았아요.

평수를 조율하다 빠지게 된 옷방을 대신해 마주한 화장실의 세탁장을 미뤄둔 벽을 이용해 벽장을 두고 프레임과 문만 달아 옷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일반 붙박이장보다 넓게 제작하여 온갖 짐을 숨기는데도 유용하답니다.

침대 발 밑으로 보이는 북쪽 작은 창은 생각보다 침실에 어울립니다. 하루종일 은은한 볕만 들기 때문에 굳이 커튼도 필요없고 침실에 어울리는 조도를 만들어 줍니다.

작은 방

작은 방은 간혹 방문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비워두는 공간이라 남편이 제작한 수납장만 두었습니다.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하부는 띄우고 작은 사이즈의 방을 밝아 보이도록 오크 무늬목으로 제작 하였습니다.

20평 작은 집에서 여닫이 문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고자 작은 방을 포함한 모든 도어는 슬라이딩 도어로 제작하였습니다.

작업장

남편의 작업 공간입니다. 우리가 집을 짓기로 결심한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목공이라는 작업의 특성상 먼지와 소음이 많이 발생하게 되고, 오래 작업을 하다 보니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곳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고 해요. 숲 속에 둘러 쌓인 목공방은 그가 꿈에 그리던 작업실입니다. 그래서인지 밤낮 없이 불이 꺼질 겨를이 없습니다.

데스크 업무 공간

입구부터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 수납장 안에 모든 공구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남편의 깔끔한 성격 탓에 목공 작업실이 어찌 늘 집보다 더 깨끗합니다. 손님들이 자주 오는 작업실은 밝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모든 가구는 오크 무늬목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작업장 카페

수납장 안쪽으로는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의 미니 카페입니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아크릴 도어를 달고 그 안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포인트긴 하지만 집은 블루 포인트가 있었다면, 작업실은 녹색 포인트를 주었어요. 상업용 녹색 작업대는 작은 목공 작업에도 사용되고 작업실 손님들과 식사를 할 때도 사용 중입니다.

전면과 측면에 숲을 바라보는 전창을 내어 어디서 작업하든 초록을 보며 작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마당

사시사철 아름다운 숲은 저희 집의 시그니처 이자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친구 찬스로 좋아하는 그라스를 잔뜩 심었습니다. 친구네 커플과 우리 부부가 하필 제일 더운 여름에 이틀 동안 셀 수도 없는 그라스를 심었습니다. 1년 사이 제 키에 가까울 만큼 자란 그라스 사이에서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올해는 온 가족이 모여 새집에서 첫 김장을 했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김장이라 더욱 재미있었네요. 집 앞의 3미터의  마당 공간도 다양하게 쓰입니다.

중앙 데크

시공 과정

남편이 지난 여름 죽도록 혼자 만든 데크는 집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아늑한 스팟이 되었습니다. 집과 작업실을 연결하는 중앙 광장 같은  데크는 사계절 내내 좋은 추억거리로 가득합니다.

눈이 유독 많이 내린 이번 겨울엔 아름다운 설경을 실컷 보았습니다.

마치며

숲 속에서 첫 사계절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도심보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다행이 저희에게 잘 맞는 삶을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긴 시간 이 숲에서 우리만의 속도로 지내보려 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