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코인에 올라탄 유통업계
유통업계, 관련 제품 봇물…완판 행진
캐치테이블·카카오맵 등도 마케팅 동참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화제의 예능
지난 파리 올림픽의 시청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었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송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대가 끝났다고도 했습니다. 하긴 '국민 예능'으로 불리던 무한도전이 끝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고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보던 '국민 드라마'가 사라진 지도 오래됐습니다. 저도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 드라마 봤어?"라고 묻는 경우가 드물어졌죠.
그런데 요즘은 누굴 만나든 똑같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SNS에서도 모처럼 한 가지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네, 아직 끝이 나지 않았음에도 올해 가장 성공한 예능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이야기입니다.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무의미할 겁니다. 1~4화가 공개되자마자 단번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2주 연속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고 하죠. 화제성만큼은 올해 나온 그 어떤 영화·드라마·예능 프로그램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연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이미 예약이 꽉 찼습니다.
오랜만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하필 주제가 '요리'입니다. 스타 셰프들이 수십명 이상 등장합니다. 유통·식품업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온갖 곳에서 흑백요리사를 엮어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림픽 특수'도 사라진 유통업계에 흑백요리사가 '특수'를 불러온 겁니다. 그래서 이번 [주간유통]에서는 흑백요리사에 빠진 유통업계 이야기를 다뤄 볼까 합니다.
물 만난 물고기
이 프로의 최대 수혜자는 물론 셰프들이겠죠. 최현석 셰프의 '쵸이닷', 정지선 셰프의 '티엔미미' 등 원래도 유명하던 맛집들은 물론, 전국구 인지도는 아니어도 그 지역에서만큼은 내로라하는 맛집을 운영하던 흑수저 셰프들의 매장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큰 덕을 본 플랫폼이 바로 '캐치테이블'입니다. 식당 예약 플랫폼인 캐치테이블은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식당 중 80% 이상이 입점해 있습니다. 특히 '파인다이닝'의 세계를 처음 알게 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예약률이 배 이상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초이닷과 '윤서울', '마마리' 등의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던 컬리도 잽싸게 '흑백요리사 코인'에 올라탔습니다. 마켓컬리 스테디셀러인 '최현석의 쵸이닷'의 파스타를 비롯해 정지선 셰프의 덮밥, 김도윤 셰프의 나물 비빔밥 등 흑백요리사 관련 제품들을 모아 특별전에 나섰죠. 현대그린푸드는 오는 4일까지 공식 온라인몰인 그리팅몰에서 오세득 셰프와 정지선 셰프, 정호영 셰프, 유현수 셰프, 이하연 한식 명인의 간편식을 모아 판매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음식 대결을 펼쳤던 지난 주에는 CU가 '대박'을 냈습니다. '나폴리맛피아'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의 권성준 셰프가 개발한 '밤 티라미수'가 1위를 하면서 관련 제품 판매가 급증한 겁니다.
해당 방송에서 권 셰프는 연세우유 마롱 생크림빵·HEYROO맛밤득템·다이제·이디야 토피넛 라떼 등을 이용해 즉석에서 티라미수를 만들었는데요. 방송 직후 이 메뉴를 재현해 보려는 소비자가 몰리며 해당 제품들의 판매가 30~60%가량 늘었습니다. CU는 이 '밤 티라미수'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꽁꽁 언 '밀키트'도 훈풍?
사실 흑백요리사가 공개되기 전 외식업계는 불황이었습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파인다이닝 업계는 코로나19 시절의 호황이 거짓말인 듯 얼어붙었죠. 단적인 예로 심사위원으로 나온 안성재 셰프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모수'도 투자자인 CJ그룹이 손을 떼면서 휴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의 인기 덕분에 다시 한 번 프리미엄 외식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높죠.
유통업계에도 비슷합니다. 바로 밀키트 시장입니다. 2019년 1000억원 규모던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0년 1882억원, 2021년 3003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2022년과 지난해엔 각각 400억원 안팎의 성장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시절 몸집을 불리다가 엔데믹과 함께 그 인기가 거품처럼 사그라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흑백요리사가 꺼져가는 밀키트 시장을 살릴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의 식당 밀키트 출시를 시작으로 최근 밀키트 시장의 트렌드인 'RMR(레스토랑 간편식)'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이 식당에서 판매 중인 메뉴를 RMR로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꺾여 가던 수천억원대 시장을 살린다고 하면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계기 하나가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는 건 우리가 종종 봐 왔던 일들입니다. 흑백요리사가 과연 파인다이닝 시장과 밀키트 시장을 모두 살려낼 수 있을까요. 그 어느나라 사람보다 먹거리에 '진심'인 한국인을 믿어 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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