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과 달라"..돈 되기 시작한 재활용 섬유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10년 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2020년을 전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붐이 일고 글로벌 기업들의 재활용 원사 요구도 커지면서 주문에서도 가시적 증가세가 보이고 있다."
국내 한 섬유업계 관계자가 최근 재활용 원사 시장에 대해 전한 분위기다. 파타고니아, 나이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속가능 패션을 표방하고 나서면서 몇 몇 업체가 10여 년 전 기술 개발해 뒀던 시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친환경·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에 따르면 전세계 재활용 섬유 수요 규모는 2018년 53억3200만달러에서 2026년 80억200만달러(10조3700억원)로 연평균 5.2%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섬유 전체 수요 증가율(2.9%)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친환경 원사가 우선 적용되는 곳은 의류업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는 2020년 1조4000억달러에서 2026년 1조9500억달러(2528조원)로 연평균 약 3.4%씩 성장할 전망이다.
물론 2500조원을 훌쩍 넘기는 시장이 기술적으로나 수익성, 제품 수요 측면에서 모두 재활용 의류들로 대체될 순 없다. 스태티스타도 이 가운데 지속가능한 의류 시장 비중은 2020년 3.6%에서 2026년 6.1%(1190억달러·154조원)가 될 것으로 봤다. 지속가능한 의류란 재활용 뿐만 아니라 유기농, 생분해 등 기후대응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류를 통칭한다.
대표 의류업체들은 대담한 도전들으로 지속가능한 의류 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모든 생산 제품을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H&M은 2030년까지 100%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만을 사용, 2040년까지 기후긍정적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아디다스는 2024년부터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전 제품에 대해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패스트패션 대표 기업인 자라도 2025년까지 100% 지속가능 섬유로만 제품을 만들어 판다고 지난 2019년 밝혔었다.
글로벌 대표 패션 기업들이 속속 지속가능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자 바빠진 것은 섬유기업들이다. 특히 글로벌 화학섬유 소재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9년 기준 7.3%로 중국(26.3%)에 이은 2위였다. 선진국들이 글로벌 리사이클 표준(GRS), 리사이클 클레임 표준(RCS) 등 재활용 섬유 표준,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제조품 가치사슬 전반에서 탄소배출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섬유기업들도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대표 섬유기업 중에서 효성과 휴비스는 비교적 빨리 재활용 원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폴리에스터 원사(리젠)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석유를 원료로 한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와 달리 리젠을 페트병을 작게 조각낸 칩에서 실을 추출해낸다. 리젠은 현재 입소문을 타고 의류, 가방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휴비스는 2009년 재활용 페트 섬유 '에코에버'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이 섬유는 국내 최초로 나이키 공식 공급자로 선정됐다. 휴비스는 지난해 2월에는 국내 최초 리사이클 칩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같은해 6월에는 SK케미칼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방식의 폴리에스터 원사(에코에버 CR) 생산에도 성공하는 등 투자를 지속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녹색성장' 등 바람을 타고 섬유업계에서 재활용 원사 기술개발이 이뤄졌었지만 경기가 침체됐던 점, 국내에서 원료를 구하기 지금보다 더 어려웠단 탓에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최근 ESG 붐이 일고 가치소비 환경도 마련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증가세는 매출 수치로도 확인되기 시작했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리젠처럼 폐페트를 재활용해 생산한 합성섬유 제품 매출액은 2018년 106억2300만원에서 2019년 230억5400만원, 2020년 315억1500만원으로 2년 새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휴비스의 에코에버의 매출액도 2020년 30억원에서 2021년 40억원으로 33%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80억원을 기록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 뿐 아니라 태광산업은 대한화섬과 손잡고 재활용 원사 '에이스포라 에코'를 개발했고 도레이첨단소재도 2008년 폐페트병, 폐어망 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에코웨이'를 개발했다.
재활용한 친환경 원사의 활용처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더 다양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패션기업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구, 가전 업체들에서도 탄소감축이 화두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동차 내장재에 쓰이는 섬유량만 한 대당 약 35kg로 알려져 있다.
박훈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재활용 원사가 관심받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수익이 나지 않는, 이제 막 시범사업 단계라 할 수 있다"며 "원활한 원료 조달이 관건이고 국내 생산시설 구축 등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시장도 더 커지고 섬유기업과 완제품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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