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發 ‘제작비 인플레’… 흥행작 제작사도 “쇼트폼 갈아탈 판”

장은지 기자 2024. 10. 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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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K콘텐츠들이 연일 글로벌 흥행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 단가가 급등하며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 플랫폼 사업자 생태계는 양극화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 등장 이후 시작된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국내 지상파·유료방송 사업자가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고, 수익 저하와 제작 감축 등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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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작비 대주며 IP 장악
회당 제작비 11년새 10배 뛰어… 한국 ‘하청’ 생산기지화 우려 커져
업계 “한국 기업에만 모래주머니… 규제 역차별부터 해소해야” 목소리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K콘텐츠들이 연일 글로벌 흥행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 단가가 급등하며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 플랫폼 사업자 생태계는 양극화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IP)까지 장악하며 한국의 ‘하청’ 생산기지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만 옭아매는 낡은 규제 청산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드라마 포기, 구조조정 중”

23일 업계에 따르면 흥행작을 내던 이름 있는 제작사들마저도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이나 쇼트폼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직원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드라마 제작사는 2022년까지만 해도 매년 드라마 2, 3편씩을 만들었지만 2023년부터 2년간 한 편도 제작하지 못해 직원들을 내보내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B제작사의 경우 내년부터 제작비 부담이 덜한 예능을 제작하기로 했다. 한 대형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드라마 제작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 되니 쇼트폼으로 갈아타겠다는 제작사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 한국 드라마의 평균 회당 제작비는 약 3억 원대였지만 올 들어 최대 10배인 30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제작비 폭등은 국내 영상 콘텐츠 생태계의 근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 등장 이후 시작된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국내 지상파·유료방송 사업자가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고, 수익 저하와 제작 감축 등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방영 기준)는 2021년 총 116편에서 2022년 141편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23편으로 줄었다. 올해는 107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상파 3사와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93편에서 올해 70편으로 줄어든 반면, 넷플릭스는 2022년 12편에서 지난해와 올해 모두 14편으로 국내 방송사와 OTT를 통틀어 가장 많은 제작 편수를 기록했다.

● “넷플릭스에 없는 규제, 韓 업체만 적용 역차별”

넷플릭스가 막대한 제작비를 담보하고, 흥행 실패의 위험을 부담하는 시스템을 정립하며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만 바라보는 기형적 구조가 단숨에 형성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넷플릭스 투자의 의미와 역할은 존중해 주면서, 취약한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나 구글 유튜브는 피해가지만 한국 콘텐츠 업계에 적용되는 ‘규제 역차별’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예를 들어 한국 인터넷TV(IPTV)나 OTT는 구독료 인상이나 약관 변경 때마다 규제 기관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중간 광고 삽입에 대한 규정도 엄격하다. 반면 넷플릭스는 중도 해지 불가 등 글로벌 정책을 따르고 있다. 한 IPTV 업체 관계자는 “한국 기업만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격”이라며 “각종 광고, 심의, 편성, 요금, 약관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해외 플랫폼과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프랑스 방송사업자들이 연합하여 설립한 토종 OTT인 살토(Salto)가 2년 만에 파산한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꼽힌다”며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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