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도 에어프레미아도…자본잠식에 매각 '난기류' [넘버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자본잠식률. /그래픽=부광우 기자

기업 매각설에 휩싸인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자본력 관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의 지원 덕에 잠시 숨통을 트는 듯 보였지만 적자에 발목을 잡혀 다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비교적 사정이 나은 에어프레미아도 부분자본잠식 상태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악을 면하고 있는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동안 두 LCC에 쌓여 온 수천억원대의 손실은 여전히 인수합병(M&A)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대주주인 VIG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VIG는 아직 매각을 검토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PEF의 특성상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너리스크로 인해 매각설이 나오는 곳이다. 에어프레미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다. 김 회장이 구속됐다고 해서 당장 경영권을 내려놔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맺을 계약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회장 측인 AP홀딩스는 지난 4월 JC파트너스·대명소노로부터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약 122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우선 계약금으로 200억원을 내고 다음 달 말까지 잔금을 치르는 형태인데, 김 회장의 구속이 자금 조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P홀딩스가 잔금을 치르지 못한다면 JC파트너스와 대명소노는 지분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시장에서는 매각설이 현실화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LCC 모두 자본잠식의 기로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우선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199.4%에 달했다.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는다는 건 쌓인 손실이 자본금을 초과했다는 뜻으로, 통상 완전자본잠식이라 불린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49억원을 기록했다.

VIG는 이스타항공을 품은 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부활에 힘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직 역부족인 실정이다. VIG는 2023년 1월 성정으로부터 이스타항공을 4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각각 1100억원과 600억원 등 총 1700억원을 지원하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힘입어 이스타항공은 잠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2022년 말 -46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자기자본이 이듬해 말 플러스(+) 98억원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1년 만에 -150억원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완전자본잠식이 됐다.

대규모 적자 탓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모양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에만 영업손실 374억원과 당기순손실 254억원을 떠안으며 전년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이에 이익잉여금을 쌓기는커녕 애써 투입한 자본만 깎아 먹게 됐다.

에어프레미아는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에어프레미아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81.4%를 나타냈다. 자본잠식률이 0~100% 사이면 부분자본잠식이라 일컫는다. 자본총계가 아예 마이너스로 넘어간 건 아니지만,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 일부를 잠식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게 된다. 에어프레미아의 자본총계는 273억원으로, 1468억원인 자본금을 밑돌았다.

에어프레미아는 흑자 실적을 거두고 있어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2023년 말 자본잠식률이 82.1%로 지금보다 더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407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 등 이익을 내면서 자본 역성장은 면할 수 있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대목은 실적이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매출이 고무적이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4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4% 급증했다. 에어프레미아의 매출 4916억원도 같은 기간 대비 31.1% 늘어난 액수다.

그 덕에 수익성도 이전보다는 다소 나아진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각각 35.2%, 52.7%씩 적자 폭이 축소됐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2023년까지 210억원 손실을 내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0%나 증가했다.

하지만 웬만한 실적 개선으로 메꾸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적자가 많이 쌓여 있는 현실이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결손금은 지난해 말 각각 6139억원, 1389억원에 달한다. 결손금은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이다.

결국 이 같은 대량의 결손금은 잠재적 인수자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다. 눈앞의 이익만으로는 자본잠식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워 새로운 자금이 필수적인데, 이를 상쇄할 결손금 규모가 너무 큰 탓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항공 산업의 업황이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이란 시선이 우세해 M&A 수요도 기대해 볼 만하다"면서도 "과잉 경쟁 속에서 재무 건전성이 지나치게 악화한 LCC들의 경우 인수자가 져야 할 리스크가 큰 만큼, 확실한 자금 동원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