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병기에 돈 건넨 구의원들 "공천 헌금 아닌 총선 자금 지원"
경찰, 구의회 의장 등 선출 대가성 주목
정치자금법 위반에 '뇌물' 가능성 수사
26일부터 이틀 동안 김병기 집중 추궁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병기 무소속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은 전직 서울 동작구의원들이 "공천 헌금이 아니라 선거 지원 자금"이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한 청탁이 없는, 정치적 후원 목적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죄 성립이 갈리는 만큼, 경찰은 26, 27일 소환하는 김 의원을 상대로 돈의 성격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직 동작구의원 전모씨와 김모씨는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2020년 총선 직전 김 의원 배우자 이모씨와 최측근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이 요구해 각각 1,000만원과 2,000만 원을 전달했으며 수개월 뒤 돌려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의원 후보 공천을 전제로 준 돈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둘 모두 이미 구의원 신분이었고 지방선거도 2년이나 남아 있어 후보 공천을 청탁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당시 총선에 출마하는 김 의원을 돕기 위한 정치 자금 명목으로 후원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물론 뇌물죄 적용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 설사 금품이 구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김 의원 측에 돈이 건너갔던 시기에 동작구의회가 의장 및 예산결산위원장 선출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전씨와 김씨가 동작구의회 의장이나 예결위원장 자리를 바라고 김 의원 측에 돈을 제공했는지 따져보고 있다. 만약 자리를 약속받는 대가로 건넨 돈이라고 판단될 경우, 김 의원에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지만, 뇌물죄는 수뢰액이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가중처벌돼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형량이 훨씬 무겁다.
다만 전씨와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 배우자 이씨와 이 부의장이 돈을 요구할 때 구의회 의장 등 특정 자리 배분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고, 우리 역시 구의회 의장, 예결위원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돈을 준 것은 아니다"라며 대가성을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된 다른 인물들은 금품 전달 여부, 반환 시점 등을 두고 전직 구의원들과 다른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배우자 이씨는 돈을 받았지만 바로 돌려줬다고 진술했고, 이 부의장은 아예 자금 지원을 요구하거나 돈을 전달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6, 27일 이틀간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한다. 우선 김 의원을 상대로 배우자와 이 부의장을 통해 돈을 요구하고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돈을 받은 대가는 무엇인지, 돈을 왜 반환했는지, 돈을 언제 반환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외에도 △김 의원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차남 숭실대 특혜 편입 및 취업 청탁 의혹 △보좌진 텔레그램 탈취 의혹 △동작경찰서 수사 외압 의혹 등 김 의원 관련 의혹 전반을 모두 조사한다. 경찰은 김 의원 소환을 하루 앞두고 김 의원 차남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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