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없으면 농사 끝인데" 나프타 대란에 원협 필름공장 '막막'

정승우 기자 2026. 3. 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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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고갈 위기 4월이면 바닥
멀칭 비닐 부족에 농작물 재배 위기
수입길 막힌 원료 재가동 기약 없어
납품 지연 불가피…농가 타격 현실화
25일 광주광역시 원예농협 필름공장의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광주 원예농협 필름공장 제공 

"적기에 비닐하우스용 필름과 멀칭 비닐을 시설농가들에 공급해야 하는데 원재료 재고가 부족해 농가에 피해가 갈까 봐 마음이 무겁습니다."

25일 비닐하우스 필름 등을 생산하는 광주광역시 원예농협(원협) 필름공장은 평소처럼 기계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생산 라인 사이로 무거운 공기만 흘렀다.

비닐하우스용 필름과 멀칭용 비닐 생산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결국 원협은 필름 공장을 가동하고 싶어도 조만간 그렇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원재료 공급망 차단은 시설 원예 농가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농가에 있어 비닐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농사를 좌우하는 필수 요소다. 비닐하우스를 제때 설치하지 못하면 작물을 심을 수 없고, 땅을 덮는 멀칭 작업이 늦어지면 생육 전반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1993년 설립 이래 농자재 시장 안정과 농가 소득 증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원협에게 지금의 상황은 뼈아프다. 

현재 공장이 보유한 원재료 재고는 약 5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0톤) 대비 17%나 급감했다. 이마저도 4월이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당장 나프타 수입 경로가 뚫리더라도 5월 재가동은 어렵다. 공정상 시차 때문이다.

가격 상승세도 무섭다.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필름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두번이나 인상됐다. 지난 2일 20만원, 23일 20만원 등 총 40만원이 올랐다. 가혹한 것은 오는 4월 1일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 됐다는 점이다.

원협은 원가가 오르고 있어도 농가의 부담을 덜고자 판매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등 만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상위 원료인 LLDPE(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와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의 생산 을 도맡는 LG화학 등 석유화학 대기업들조차 가동률이 급감하거나 일부 라인은 이미 멈춘 상태다.

원협 관계자는 "지금은 남아 있는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4월 중순부터는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원료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생산 차질은 물론 납기 지연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비닐하우스 필름은 농가에서 꼭 필요한 자재인 만큼 공급이 끊기면 현장은 더욱 막심한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농가들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지만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25일 광주광역시 원예농협 필름공장 내부 창고에 원재료가 놓여 있다. 광주 원예농협 필름공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