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탁구 대표팀 단체전 결승 좌절! 중국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만리장성의 벽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부딪혀 밀린 패배가 아니었습니다. 한국 여자탁구가 2025 아시아선수권 단체 준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졌습니다. 스코어는 차가웠지만, 내용은 다음을 약속하는 패배였습니다. 1단식에서 신유빈 선수가 세계 1위 쑨잉사에게 1-3(4-11, 8-11, 11-4, 4-11)으로 졌고, 2단식 김나영 선수가 세계 2위 왕만위에 1-3(11-8, 5-11, 7-11, 6-11)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3단식 이은혜 선수도 세계 5위 왕이디에게 0-3(8-11, 4-11, 10-12)으로 졌습니다. 결과는 완패였지만, 1·2단식에서 최상급 선수에게 각각 한 게임씩을 따낸 장면은 팀이 다시 강해지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지난해 6위였던 대표팀이 2년 만에 4강과 동메달에 복귀한 사실 자체가 변화를 말해 줍니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이 패배 속에 내년 런던 세계선수권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바라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경기의 결은 명확했습니다. 초반 두 게임에서 중국의 서브-리시브 첫 두 공이 앞섰고, 한국은 3구 공격(서브 이후 세 번째 공)에서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그럼에도 신유빈 선수는 세 번째 게임에서 리시브 길이를 낮추고 포핸드 드라이브 성공률을 끌어올리며 11-4로 반격했습니다. 이 한 게임이 의미가 큽니다. 쑨잉사의 템포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코트 안에서 스스로 찾아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네 번째 게임 4-2 리드에서 연속 실점을 허용한 대목이 숙제로 남았습니다. 서브 패턴을 바꾸거나 랠리 길이를 늘려 흐름을 끊었어야 했습니다. 김나영 선수도 1게임을 11-8로 잡을 때는 초구 준비가 빨랐습니다. 그러나 2·3게임 들어 중국의 리턴 코스가 깊어지면서 백핸드 전환이 늦어졌고, 코트 중앙을 내주며 실점이 이어졌습니다. 이은혜 선수는 경험 많은 왕이디의 변속에 애를 먹었지만, 마지막 게임 10-12까지 끌고 간 집요함은 분명 수확이었습니다.

오늘의 패배를 단순한 전력 차로만 정리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한국은 홍콩을 3-1로 꺾으며 4강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신유빈 선수가 두 경기를 책임지며 ‘에이스의 방식’으로 길을 열었습니다. 중국전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먼저 득점 구간을 만들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최강을 상대로 한 게임을 따냈다는 건 다음 번에는 두 게임, 그다음에는 매치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이어집니다. 단체전의 본질은 ‘첫 판의 울림’입니다. 오늘 한국은 첫 판에서 울림을 만들었고, 그 울림을 유지하는 기술과 멘탈의 디테일이 조금 모자랐습니다. 그 간격은 훈련의 질과 경기 운영의 선택으로 충분히 좁힐 수 있는 차이입니다.

감독의 메시지도 똑같았습니다. “동메달보다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주전 세대가 바뀐 첫 시즌, 4강과 동메달은 성적 이상의 의미입니다. 서효원·전지희 시절의 수비적 색채에서 벗어나, 신유빈·김나영으로 대표되는 공격 템포로 팀의 결을 바꾸는 중입니다. 색깔을 바꾸는 과정은 늘 요동칩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최강을 상대로도 먼저 때리고 먼저 흔드는 장면이 늘어난다면, 팀의 정체성은 훨씬 단단해집니다. 벤치의 양하은·최효주가 보여 준 응원과 정보 전달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선수단 전체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결국 핵심은 에이스의 성장입니다. 신유빈 선수는 쑨잉사에게 1게임을 빼앗으며 ‘가능한 해법’을 코트에서 찾았습니다. 김나영 선수도 왕만위에게 선제 게임을 따내며 ‘문이 열린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이은혜 선수는 톱5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기로 팀의 바닥을 지켰습니다. 여기에 남자대표팀의 아쉬운 8강 탈락까지 종합해 보면, 올해 한국 탁구 대표팀의 키워드는 “정비와 전환”입니다. 전열을 빠르게 정비하고, 기술·전술의 전환을 더 과감히 밀어붙여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동메달이라는 실마리를 손에 쥐었습니다. 이제 그 실마리를 더 굵은 밧줄로 엮는 일만 남았습니다.

패배의 밤에도 다음 경기는 다가옵니다. 런던 세계선수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기다립니다. 오늘의 0-3은 빈 점수가 아닙니다. 4-2에서의 선택, 듀스에서의 한 공, 리시브 한 발, 서브 한 박자. 숫자 사이에 답이 있습니다. 한국 여자탁구는 그 답을 거의 다 찾아냈습니다.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우는 일, 그것이 다음 무대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패배는 아픔이면서, 동시에 약속입니다. 우리는 다시 중국과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오늘 한 게임이 내일 한 매치로 바뀌는 장면을 꼭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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