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000억원' 거론되는 디시인사이드...제값은 얼마?

[재무제표 읽기] 기업거래는 '숫자'와 '논리'의 치열한 대결

한국 인터넷 문화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온갖 유행어와 ‘짤’을 탄생시킨 밈(Meme) 공장.

주인공은 바로 디시인사이드다. 이 회사는 때로는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뒤흔들기도 하는 이곳이 최근 기업가치 평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디시인사이드가 매각을 추진 중이며, 인수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거론되는 몸값이 무려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민이 아는 인지도를 생각하면 브랜드 가치는 분명하지만 2000억 원이라는 숫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과연 합리적인 가격일까? 아니면 단지 매각자의 희망이 담긴 숫자일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반인도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기업가치 평가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공시 통합검색 ㈜디시인사이드 감사보고서. / DART

기업가치 평가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의 재무제표가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어 있는 덕분이다. 누차 반복한 것처럼 모든 기업가치 평가는 ‘재무제표’에서 출발한다. 물론 상장사는 매일의 주가로 시장의 평가와 각종 지표를 확인할 수 있지만, 디시인사이드 같은 비상장기업의 재무적 정보는 대부분 공시자료가 전부일 때가 많다.

기업 간의 인수와 매각은 시장 상황, 성장 가능성, 인수자와 매도자의 전략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하지만 이 모든 복잡한 평가의 출발점은 단 하나, 바로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손익이 기록된 재무제표다. 공개된 재무제표는 신뢰할 수 있는 숫자를 기반으로 작성된 기업의 재무보고서로 기업가치 평가의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한다. 인수자든 매각하려는 기업이든 재산과 이익의 장부가 공개되어 있는데 그걸 무시할 순 없다.

디시인사이드의 2024년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가장 대표적인 기업가치 평가법 두 가지를 적용해 보겠다.

2024 디시인사이드 재무상태표. / DART

첫번째는 가장 보수적인 접근법으로, 자산가치로 평가한다.

보수적이란 뜻은 숫자를 부풀리는 게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적용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회사의 이해관계자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다. 회사가 가진 모든 자산을 팔고 빚을 갚았을 때 주주에게 남는 돈, 즉 순자산(자본총계)이 얼마인지를 따져보는 방식이다. 약간 극단적으로 ‘지금 기업을 접는다’는 청산가치와 비슷한 개념인데 시점이 중요하다. 편의상 공개된 재무제표(2024년 12월 31일)의 숫자를 살펴보자.

순자산(자본총계)은 132억6685만9789원이고, 발행주식 총수는 2만 주다. 1주당 순자산가치는 약 66만 원이고, 가진 자산을 장부상 숫자 그대로 인정한다면 총 기업가치 역시 약 133억 원이다. 2024년 재무상태표 자산항목엔 단기금융상품 95억 원, 매도가능증권 10억 원 외에 크게 변동이 있을 자산이 안 보인다.

그런데 이 방식은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지만, 디시인사이드가 가진 막강한 브랜드 파워, 미래 수익 창출 능력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직 있다.

2024 디시인사이드 손익계산서. / DART

그래서 두번째 평가법은 벌어들이는 손익을 기반으로 한 현금흐름할인법(DCF)이다.

지금 수준에서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치를 기업가치의 본질로 보는 관점이다. 기업이 앞으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총합을 구하는 방식인데 M&A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평가법 중 하나다. 다만, 미래 성장률이나 할인율 등 여러 ‘가정’이 필요하기에 평가자의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시작은 손익계산서와 영업활동현금흐름에 기반한다.

감가상각 등의 회계적 수익 수치를 뺀 디시인사이드가 벌어들이는 실제 현금은 영업활동현금흐름 약 77.6억원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성장률은 향후 5년간 연 3% 성장한다고 가정하고, 할인율은 비상장기업의 리스크를 고려해 10%로 정한다. 그래서 나온 계산은 400~500억원 사이로 달라질 수 있긴 하다.

시장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 것인데 5년간 3% 이익률의 성장만 가정[초기 현금흐름x(1+성장률)] 해도 421억 원 이상의 현금을 번다. 이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재무제표에 기반한 평가는 약 133억원에서 500억 원 사이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거론되는 2000억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싸게 팔고 싶은 매각 쪽은 자산가치나 현금할인법 모두 디시인사이드가 가진 무형의 잠재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비재무적인 요소이지만 시장에서 인정하는 압도적인 트래픽과 브랜드 가치, 충성도 높은 거대 사용자 커뮤니티, 데이터 기반 신규 사업 확장 가능성, 인수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강조할 것이다. 인수자나 매도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제3자인 우리로서는 수백억 원의 차이에 그저 놀랄 뿐이다.

기업 거래는 ‘숫자’와 ‘논리’의 치열한 대결이다. 매각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 하고, 인수자는 그 가격이 합당한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 모든 논쟁 협상의 출발점에 언제나 재무제표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나마 우리가 관전할 때 어느 편을 들지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