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CATL 손잡고 배터리 공장 신설…"中 배터리 확장에 K배터리 근심"
중국 배터리의 미국 시장 공략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중국의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과 함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신설을 추진하면서다. 이로 인해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전기차 공급 비중이 높았던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CATL의 유휴 장비를 사들여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대용량 배터리 '메가팩'에 들어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소식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테슬라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우선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량 목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테슬라가 건설 비용을 100% 부담하고, CATL 측에서는 장비 공급과 설치하는 작업 외에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테슬라의 이번 공장 신설로 미국 시장에서도 LFP 배터리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갖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재계에선 테슬라와 CATL의 배터리 공장 설립이 진행될 경우,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과 상무·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인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 미시간주 마샬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 포드와 CATL 등 사이 협업 내용을 조사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 업체가 중국과 북한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재 회피 활동을 도왔다는 것이다.
미 의회는 2023년 12월22일 국방수권법(NDAA)에 일부 규정을 추가해 국방부가 CATL을 포함한 중국기업 4곳의 배터리를 2027년 10월부터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업체가 생산하는 배터리를 통해 정보가 유출되는 등 안보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받는 포드가 중국 기업과 협업해 결과적으로 중국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북미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은 포드가 100% 지분을 갖기 때문에 IRA 귀책사유가 없다는 해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이미 자사의 배터리팩 제품에 CATL의 배터리셀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번 장비 구입 계획도 포드의 사례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테슬라가 ESS용 배터리에 CATL의 생산장비 및 기술을 활용한다면 미국 정치권에서 이와 관련한 반발이 나오는 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이외에 캘리포니아주 래스롭에 있는 기존 배터리 공장의 생산 능력도 올해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이 전기차 사업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지난주 컨퍼런스 콜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테슬라와 CATL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모두 미국 전기차 업체 대부분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GM, 폭스바겐, 포드, 현대차, 기아 등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한다. SK온 배터리는 포드,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 전기차에 탑재되고, 삼성SDI의 경우 리비안, BMW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테슬라와 포드가 CATL과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당초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의 NCM(니켈·코발트·망간)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탑재했다. 하지만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CATL의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높여왔고, 최근엔 유럽, 중국, 한국 등 해외 시장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포드는 최근 전동화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관련 투자를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 규모도 늘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CATL과 함께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포드가 전기차 주력 배터리를 NCM에서 LFP로 바꿀 경우, SK온은 천문학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포드와의 합작공장인 '블루오벌 SK'는 포드향 배터리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이번 결정으로 CATL, BYD 등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진출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CATL의 ESS용 배터리 셀 공정은 일부 조립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기차용 배터리 셀 공정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며 "4680 배터리 양극판 롤을 공급하며 테슬라와 깊은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ESS용 배터리 생산 설비까지 투입되면 향후 테슬라에 CATL 배터리 비중은 더욱 높아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