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5세대 HBM 12단 세계 첫 양산...엔비디아 납품할듯

이해인 기자 2024. 9. 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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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단 적층 HBM3E. HBM3E 현존 최고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가 구현됐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12단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한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제품 공급에 처음으로 나서며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D램에 비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데다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꼽힌다.

26일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중 최대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의 HBM3E 12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연내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HBM3E 12단은 B200A, GB200A 등 엔비디아의 최첨단 고성능 AI 반도체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 3월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한지 약 6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이 AI 메모리에 필수적인 속도, 용량, 안정성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동작 속도는 9.6Gbps로 현존 메모리 최고 속도다. 특히 AI 학습 훈련에서 속도를 크게 높였다. SK하이닉스의 신제품 4개를 탑재한 단일 GPU로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 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두께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12개를 쌓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8단 제품과 동일한 두께로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렸다는 것이다.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실리콘전통관극(TSV)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쌓은 것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전 세대보다 방열 성능을 10% 높여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생기는 구조적 문제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보고서에서 D램 업황의 올해 4분기(10~12월) 고점론,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가량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세계 최초 양산 소식은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담당(사장)은 “SK하이닉스는 다시 한번 기술 한계를 돌파하며 시대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AI 메모리 리더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AI 시대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착실히 준비해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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