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원의 정치평설]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결국 구속 뒤 기소까지 됐다. TV로 중계된 무장 군인들의 국회 난입과 군 지휘관들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핵심 역할을 한 이는 당시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었다. 대통령과의 계엄 모의에서 기획, 실행까지 실무총책이었다. 심지어 포고령에서 장관들에 건넨 대통령 지시사항까지 직접 썼다고 주장한다. 내란죄에 함께 엮인 운명공동체라 대통령 혐의를 덜기 위한 허위·과장 진술로 보인다. 어쨌든 김용현이 없었다면 계엄이 불가능했을 것 같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 국군조직법에 담긴 국방부 장관의 권한이다. 그럼 아무나 장관을 맡아도 김용현처럼 할 수 있었을까. 선뜻 답할 수 없다. 이번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기소된 전·현직 군인 모두 김용현과 특수 관계인 까닭이다. 사실 계엄사령관 발탁부터 예사롭지 않다. 전시나 사변에 발동되는 계엄의 특성상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맡는 게 상례. 그래서 합참에는 ‘계엄과’라는 상설조직까지 있다. 그러나 계엄사령관 추천권을 가진 김용현의 선택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었다. 해군 출신인 김명수 의장보다 자신의 육사 후배인 박 총장이 부리기 만만했기 때문이다. 육사 동문으로 얽힌 인연은 군대 동원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에다 정치인 체포에 나선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까지 죄다 육사를 나왔다. “어떻게 군 핵심 요직을 육사 출신이 전부 차지할 수 있나.” 여기저기서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번 사태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그 역시 김용현과 육사 선후배로 엮여 있다. 현직 정보사령관과 그 참모들 뿐만 아니라 전방 주둔 기갑여단장까지 맘대로 부렸다. 심지어 북파공작 요원을 동원해 중앙선관위 접수를 시도했다. 그가 현역 못잖은 파워를 휘두른 원천은 김용현이었다. 현직 장관의 인사권을 들먹이며 진급을 미끼로 내걸었다. 군인들은 둘 사이를 눈치껏 파악하고 협조했다.
“국방 상왕”. 김용현이 충암고 후배 윤 대통령의 경호처장이 됐을 때 나돈 말이다. 장관을 뛰어넘는 군 실세라는 얘기였다. 대표적 사례가 경호처장 공관에 계엄 행동대장 3인방 곽종근 이진우 여인형을 호출한 것. 결국 김용현은 장관직에 올랐다. 이전에도 대통령 신임을 업은 군 출신 경호책임자의 인사 개입설이 있곤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장관 직행 사례는 없었다. 그만큼 김용현의 장관 발탁은 이례적이었다. 여기서 ‘윤석열의 몰락’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생각했을 법하다. ‘내가 군 통수권자인데 내 의지대로 하면 되지. 내게 충성해온 김 선배를 장관시키면 군 전문가답게 훨씬 더 잘 보필하겠지.’ 정말 그랬다면 패착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비상대권 운운하며 계엄을 얘기했을 때 김용현은 한술 더 떴다. “우리 군이 과연 따르겠느냐,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 장관 인준청문회 당시 계엄 질문에 내놓은 답변과는 정반대로 행동했던 것. 그가 앞장서 모든 걸 기획하고 집행했다. 국회 권능을 박탈하고 선관위를 장악하는 명백한 내란을 저질렀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기소된 만큼 계엄의 위헌, 불법 행위는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강화다. “쿠데타가 아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데 무슨 소리냐”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우린 문민 대통령이 군을 확실히 장악한 줄 알았다. 이번에 보듯 우리 군은 사적 인연을 내세운 군 선배 장관 한 사람에 의해 얼마든 좌지우지될 수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50명의 국방부 장관 중 순수 민간인 출신은 5명뿐. 특히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이후론 군 장성들이 독차지했다. 놀랍게도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변함없었다. 더 큰 문제는 육군, 그중에서도 육사 출신 장관이 절대적 다수라는 점이다. 이른바 ‘동종교배’가 낳는 여러 부정적 요소를 피할 수 없다. 그 모든 게 이번 12·3 비상계엄으로 압축적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핵심적 폐해는 잘못된 충성 문화다. 내란참여 육군 지휘부 다수는 김용현 주선으로 대통령과 몇 차례 술자리를 가졌다. 앞다퉈 충성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이 말 한마디로 군 통수권자까지 된 대통령. 정말 부조리하지 않은가.

세계최강의 군대를 거느린 미국. 우리와 딴판이다. 아예 군 출신의 국방부 장관 진출을 봉쇄했다. 법상 군인은 현역 복무 후 7년이 지나야 장관이 가능하다. 예외도 있긴 했다. 단, 상·하원 모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역대 장관은 연방 의회 의원 출신, 관련 전공 교수, 대통령 발탁 인사가 대거 임명됐다. 그만큼 문민통제가 완벽히 작동됐다. 군의 충성 대상 또한 철저히 국가와 국민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집권 1기 때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부당한 대통령에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물론 그는 다시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치졸한 보복에 직면해있긴 하다. 그래도 이참에 미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그래야 군도 바로 서고,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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