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던 1년…김채연의 첫 올림픽을 향한 도전

은반 위에 선 김채연(19)은 늘 담담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롤러코스터”였다고 한다. 사대륙선수권과 하얼빈아시안게임(이상 금메달)에서 환호를 받았던 순간도, 세계선수권 무대(10위)에서 아쉬움을 곱씹었던 기억도 모두 그 안에 있다. 성취와 좌절이 교차한 지난 1년은 김채연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처음 얼음 위에 올랐을 때는 “넘어질까 무서웠다”. 하지만 바람을 가르는 순간 느껴진 자유가 그를 사로잡았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발목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을까도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만두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 중 최근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를 한 김채연은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피겨니까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채연은 지난 시즌 가장 벅찼던 순간으로 서울에서 열린 2025 사대륙선수권을 꼽았다. 국내 팬들 앞에서 안정된 연기를 펼치며 큰 박수를 받았다. 반대로 가장 속상했던 기억은 3월 열린 세계선수권이었다. “외부적인 상황까지 겹쳐서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24 세계선수권(동메달) 때는 프리 연기를 마치고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채연은 “심적으로 불안했던 때라 연기를 끝내고 나니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고 했다.
다가오는 시즌(2025~2026)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전초전이다. 쇼트프로그램 음악은 안무가 셰린 본이 추천한 ‘산타'(santa)의 ‘키 아 르 드와?(Qui a le Droit?·누구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를 택했다. 프리스케이팅 음악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배경음악(OST)을 골랐다. 김채연은 “전쟁은 평범한 하루와 일상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두려움과 혼란에 몰아넣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담긴 시대적 아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고 그 끝에 전쟁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재도 프로그램에 같이 담을 수 있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채연의 무대에는 늘 어머니 이정아씨의 손길도 함께한다. 시즌마다 어머니가 직접 제작한 의상을 입고 출전하는데, 이번에도 “프로그램의 색깔을 살릴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셨다”고 했다.

대학 입시도 미루고 올림픽을 준비 중인 김채연의 하루는 훈련으로 채워진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스케이팅을 하고, 오후 3시부터 2~3시간 정도 보강운동을 한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사우나로 피로를 풀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김채연이 피겨에서 느끼는 행복은 단지 메달이나 점수에 있지 않다. “연습 목표를 달성할 때, 그 작은 성취에서 기쁨을 느낀다.” 실패가 아쉬울 때면 ‘그날만 속상해하고, 다음 날은 보완하자’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꾸준히, 조금씩 더”가 그의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극도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순간에는 ‘그동안 내가 연습한 것들을 믿자, 할 수 있다’라고 계속 되뇐다.
온종일 아무 일정도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만 쉬어보고 싶다지만, 성격상 안 될 것도 같단다. 엠비티아이(MBTI·성격유형검사)로는 아이에스에프제이(ISFJ:외유내강형)가 나왔는데 주변에서는 ‘에프(F·감정형)’가 아니라 ‘티(T·사고형)’ 같다고 한다. 요즘 빠져 있는 것은 독서다. 심리학책을 읽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책 읽을 때 유독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다”는 김채연이다. 좋아하는 색은 검정과 하양, 가방 속 필수품은 에어팟이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샤부샤부다.
김채연은 과거의 어린 김채연에게 10초만 조언할 수 있다면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목표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후배 피겨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피겨를 시작해서 좌절도 많았지만 결국엔 으뜸의 자리에 섰기에 땀의 가치를 더 잘 안다.
김채연은 9월11일부터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열리는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롬바르디아 트로피 대회를 통해 새 시즌 연기를 공개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간절하다. “올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올림픽에 나가게 되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김채연에게 피겨란 “삶”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페이지를 매일매일의 연습으로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열심히 했고,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김채연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노력으로 빙판 위의 서사를 써내려가며 이제 막 또 다른 삶의 장을 펼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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