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겨누고 폭행 3시간’ 양은이파 조양은 무죄인데 공범은 집유…왜?
폭력조직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와 함께 채무자를 때린 공범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씨가 무죄를 확정받은 것과 대조된다.
조씨의 재판에서는 행방불명된 폭행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로 쓰이지 못했지만, 공범의 재판에서는 수사기관에서의 피해자 진술이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달 25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1~2월 필리핀에서 조씨가 교민 B씨에게 권총을 머리에 겨눠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약 3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전신을 때리고 중요 부위를 담뱃불로 지지는 동안 B씨를 붙잡아둔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B씨는 수사기관에서 5차례 걸쳐 조사를 받았지만, 재판에는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310조의2에 따르면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않거나 피고인에 의한 반대신문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건 재판부는 B씨가 ‘소재불명으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 B씨의 수사기관 조서 등을 예외적으로 증거로 인정했다. 비록 B씨가 행방불명돼 재판에서 진술하지는 못했지만,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B씨의 진술 내용을 신빙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의 B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진술 내용·조서 작성에 허위개입 여지가 거의 없는 점, B씨의 건강진단서와 상처부위 사진이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내용, 방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음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폭행 정도가 매우 중하고 상해의 정도도 가볍지 않아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폭행의 대부분은 조씨가 가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의 가담 정도는 조씨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다고 보인다”고 했다.
반면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조씨는 지난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앞서 1심은 조씨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해자 B씨의 진술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B씨는 1심 재판 때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한 뒤, ‘조씨의 보복이 두렵다’며 재판에 다시 출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B씨의 진술조서에 대한 조씨 측의 반대신문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후 B씨는 행방불명 됐다고 한다.
이에 2심은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져야 피해자 진술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B씨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조씨를 유죄로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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