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00포인트 시대 열려야…상장 시장 파이가 커져야 벤처도 산다”
[머니 토크]

올해 벤처 생태계는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 흐름이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유동성 확대와 금리 인상으로 잠시 위축됐던 모험자본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피지컬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전략적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초기 스타트업부터 성장 단계 기업까지 자금조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벤처 생태계 활성화와 함께 코스닥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2월 10일, 네 명의 전문가가 모여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정책과 모험자본 시장 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윤 대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유동성 확대에 따른 버블이 있었고, 이후 금리 인상으로 모험자본 시장이 위축됐다. 코스닥 시장 육성 정책은 정부 자금뿐 아니라 민간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모험자본 시장 규모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산업이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반면, 다른 전통 산업들은 성장 둔화 흐름을 보여 왔다. 이런 구조를 전환하려면 혁신 분야에서 창업이 활발해지고 자금이 집중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최근의 변화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진우 AFW 파트너스 상무(이하 최 상무) “국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 근거가 마련됐다. 일례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쟁사 대비 멀티플 기준에서 저평가돼 왔으나, 최근에는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 해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피지컬 AI’와 관련해, 정부가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이 분야의 성패는 결국 ‘실물 데이터 확보’에 달려 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을 해 왔기 때문에 실물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미국의 AI 기업 및 글로벌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협업 생태계가 안착된다면, 이는 한국 기업 가치를 새롭게 증명하는 강력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배상철 플렉스벤처스 대표(이하 배 대표) “중요한 것은 자금이 창업 생태계로 효율적으로 흘러 들어가 고용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스타트업의 성장이 일자리 증가로 연결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수치로 입증돼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 사례다. 지난해 영국 기업 ‘테랍’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바 있는데, 이 같은 해외 기술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은 한국 시장의 미래 가치를 인정받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 코스닥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계해 투자와 성장 기회를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홍석현 GS 벤처스 대표(이하 홍 대표) “현재 AI 및 휴머노이드 관련 정책자금이 투입되고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발판 삼아 생태계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의 유사 기술 기업 대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시장에서 저평가돼 온 측면이 있다. 한국 엔지니어들과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앞으로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의 온기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윤 대표 “1999년 닷컴 버블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시대를 열었다면, 2026년은 다시 하드웨어 시대가 본격화되는 원년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가 본격화되려면 초격차 수준의 제조 기술이 동반돼야 하는 만큼, 제조 경쟁력을 꾸준히 축적해 온 한국에는 기회가 있다. 다만 시장이 도약하려면 건강한 코스닥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완성도와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일정 수준의 기술 단계에서도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한 번 더 도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진입과 퇴출’ 기능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 우수 기업은 더 성장하고, 시장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배 대표 “비상장 시장과 상장 시장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비상장에서는 정보 비대칭 속에서 투자가 이뤄지지만, 상장 시장에서는 공시와 지정감사, 기술 평가 등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거래소와 증권사가 함께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털(VC) 입장에서도 초기 투자 단계부터 ‘이 기업이 상장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된다. 또한 VC에 상장은 회수이지만, 기업에는 새로운 시작이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장 절차는 보다 신속하고 명확한 기준 아래 운영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퇴출 기준 역시 분명해야한다.”
최 상무 “미국과 한국 벤처 생태계의 큰 차이는 자금의 성격이라고 본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비중이 높아 여러 운용사(GP)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고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가 자금은 일정 기간 내 집행해야 하는 구조가 있다 보니, 투자 사이클이 다소 빠르게 돌아가면서 기업의 준비 정도와 무관하게 자금이 투입되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은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대학기금이나 연기금 등 민간 출자자(LP) 중심으로 조성된다. GP 선정과 투자 기업에 대한 실사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자금 집행이 좀 더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코스닥과 비상장 기업 활성화로 정책 방향이 움직이고 있다. 현장에선 이러한 정책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실제 자금 집행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씀해 달라.
배 대표 “VC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펀딩 소스는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기관이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기 출자 규모가 증액되면서 VC로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실제 투자 현장에서도 집행 금액이 늘고 있고, 과거에 비해 로봇 등 신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자금이 확산되고 있다.”
홍 대표 “최근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K-휴머노이드 연합’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투자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과제도 늘어나면서, 이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체감하고 있다. 성과와 지속가능성은 실행 과정과 시장의 반응을 통해 검증될 부분이라고 본다.”
윤 대표 “2026년을 전망하려면 2021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모험자본 시장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투자 기업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유동성은 주로 유니콘이나 프리 기업공개(IPO) 단계의 대형 이커머스·플랫폼 기업에 집중됐고, 그 결과 본질 가치 대비 밸류에이션 버블이 형성됐다. 이후 2022년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과잉 유동성의 후유증이 본격화됐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역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고 코스닥 활성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여건은 매우 좋아 보인다. 상장을 앞둔 기업에는 분명 우호적인 환경이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밸류에이션은 높아졌고, 투자 경쟁은 치열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AI, 반도체 등 일부 분야의 소수 기업에 수조 원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보다 이미 입지를 다진 기업에 거대 자본이 몰리는 구조다. 따라서 유동성 공급이 있더라도 투자받는 기업 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공통 흐름이다.”
최 상무 “글로벌 시장에서도 2026년은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지만, 자금이 고르게 확산되기보다는 소수의 톱티어 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자금이 이미 잘 알려진 선도 기업들로 유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픈AI는 약 8300억 달러 수준의 기업 가치가 거론되고 있고,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 기업 역시 약 25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이 언급된다. 아직 매출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은, 유동성이 특정 기업에 강하게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2021년과 다른 점은, 지금의 AI는 기존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비록 현재 밸류에이션 과열에 대한 우려는 있으나,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5년 내 유의미한 매출이 실현된다면 전례 없는 거대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AI 시대의 상징적 장면이었다면, 2022년 챗GPT 출시는 AI를 일상으로 끌어들인 전환점이었다. 불과 6년 만의 변화다. 그런 속도를 감안하면, 2030년의 산업 지형 역시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 비상장 기업의 규제 체계가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기업들의 성장과 혁신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윤 대표 “대표적인 사례로 화장품 산업을 들 수 있다. 과거 일본이나 프랑스 브랜드가 더 고급 이미지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가 됐다. 이 변화는 정부가 화장품 산업을 직접 육성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규제 체계의 전환이 결정적이었다. 과거에는 화장품 원료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관리해 허용된 성분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금지된 일부 성분을 제외하고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훨씬 창의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획·생산·판매를 한 회사가 모두 수행해야 했던 구조를 분리하면서, 아이디어만 가진 기업도 전문 제조사(OEM·ODM)를 활용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이 변화가 오늘날 글로벌 K-뷰티 기업들을 탄생시킨 기반이 됐다고 본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은 단순한 자금 투입이 아니라, 제도와 규제를 정비해 시장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확장하는 데 있다고 본다.”
배 대표 “자금의 대형 기업 쏠림 현상과 관련해서, 신생 VC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분명하다. 대형 라운드에 참여하고 싶어도 대형 VC들과 자금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쟁이 쉽지 않다. 오히려 신생 VC일수록 초기 단계부터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초기 투자를 전담하거나 일정 비율 이상 초기 기업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펀드가 필요하다. 또한 비수도권에도 제조 기반의 우수한 기업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면, 그에 맞는 지역 특화 펀드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최 상무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이상 리스크는 전제조건이다. 모든 기업이 성공 루트를 밟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한다면, 핵심은 자금을 집행한 GP의 사후관리 역량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본다. GP가 투자 이후 어떤 모니터링과 관리를 했는지, 사후 실사가 더 정교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윤 대표 “비상장 스타트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장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코스닥이 3000포인트 시대에 진입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2~3배 늘어난다면, 신규 상장 기업의 공모 밸류와 조달 가능 자금 또한 비례해서 커질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대규모 자금은 비상장 단계에서 기업을 훨씬 경쟁력 있게 키울 수 있는 강력한 ‘씨앗’이 된다.”
- 최근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의 일부 부실 우려도 제기된다.
최 상무 “신기사를 단순 벤처투자기관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전통적 벤처투자뿐 아니라 바이아웃 형태의 경영권 인수, 구조화 금융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가능하다.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기능을 열어 두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운용 측면에서는 벤처투자뿐 아니라 경영권 인수 영역에서도 적극적 자금 집행이 필요하다.”
- 정책자금 통합이나 ‘국민 펀드’ 설립 논의도 나오는데.
윤 대표 “획일적 의사결정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시장 논리상 대규모 자금은 자연스럽게 검증된 대형 기업으로 쏠리게 되는데, 의사결정 권한이 한곳으로 집중되면 초기 스타트업은 불리해질 수 있다. 스타트업 정책 방향성의 대표적 지표는 한국모태펀드 예산이다. 예산 확대는 정부 의지의 신호이고, 축소는 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정책자금은 모태펀드뿐 아니라 한국성장금융, 국민연금공단, 산업은행 등 여러 기관에서 공급된다. 기관마다 투자 철학과 우선순위가 다르며, 이러한 ‘다름’이 지금의 창업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요소다.”
국민연금이 스타트업 등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구조가 현재와 같이 수익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가.
최 상무 “모험자본의 특성을 고려하면, 연기금이 해당 자산군의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연금은 안정성과 장기 지급 능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를 보면, 각 주 연기금은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 대형주 등 안정 자산에 배분하고, 그 일부를 사모펀드에 출자한다. 사모펀드는 현금흐름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 전통적 벤처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또한 대형 사모펀드가 벤처캐피털 플랫폼을 보유하며, 연기금 출자가 1차적으로 사모펀드에 이뤄지고, 그 펀드가 벤처 영역까지 일부 자금을 배분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공단의 벤처투자 출자도 긍정적이다. 다만 펀드 기간이 길고 블라인드 운용 특성을 고려할 때, 연금 본연의 안정성은 일정 수준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 한국모태펀드와 정책자금이 앞으로 벤처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나 개선·강화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배 대표 “한국모태펀드는 구조적으로 자금이 특정 분야에 쏠리지 않도록 다양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 창업, 초기 창업, 특정 전략 산업 등으로 출자 분야를 세분화해, 대형·후기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생태계 전반으로 자금이 확산되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모태펀드는 대형 운용사뿐만 아니라 신생·중소형 VC에도 투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운용 철학과 전략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에도 이러한 ‘자금의 다양성과 생태계 확산’이라는 정책 취지는 명확히 유지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
윤 대표 “모험자본은 상장 시장 중심의 금융 자본에 비해 구조적으로 더 취약한 측면이 있다.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과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정책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래서 이 영역은 정부의 ‘일관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에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다가, 또 어느 순간 관심이 줄어들면 투자 사이클이 급격히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변동성은 생태계 전체에 부담이 된다. 벤처투자는 특정 빈티지(투자 연도)가 좋을지 미리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과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다. 일정한 속도로 자금이 공급되고, 지속적으로 펀드가 결성되고, 기업이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험자본은 ‘한 번의 강한 드라이브’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일관성’이 더 큰 효과를 내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홍 대표 “최근 AI 분야는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니 정부 차원의 전략적·집중적 투자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자본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케일의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트렌드가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특정 분야에만 자금이 집중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에 대한 투자 기반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역할도 중요하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등지의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반도체, AI 관련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면서 자체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이런 전략적 CVC 활동이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됐다. 한국 기업들도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부 혁신을 흡수하고, 이를 자사 사업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강화되길 희망한다.”
최 상무 “두 가지 방향이 중요하다. 정부가 여러 지원을 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이 실질적으로 해외 매출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장벽이 있다. 기업이 국내 투자자 자금만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넘어서, 글로벌 펀드나 국부펀드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필요하다면 해외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 둘째는 M&A 생태계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의 주요 엑시트 경로가 IPO뿐 아니라 M&A인 경우가 훨씬 많다. 전략적 투자를 통해 소수 지분을 보유한 뒤, 시너지가 확인되면 인수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세컨더리 펀드다. 미국 시장에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매입하는 세컨더리 펀드가 활발하게 존재한다. 신주 발행만이 아니라 구주 거래를 통해 기업 가치가 여러 차례 시장에서 검증되면서 유동성이 형성된다. 이런 과정이 쌓일수록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의 근거도 더 탄탄해진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