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 있으면 장땡? 퇴거의사 분명히 해야

김진수 2024. 9. 2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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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서도 보증금 받지 못한 이유 들여다보니…
보험도 소용없는 '보증사고 미성립'이 절반
HUG "임차권등기 전 이사하면 구제 못해"
"설명의무 등 HUG 책임 강화해야" 지적도

최근 5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HUG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가 4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HUG의 업무 처리가 엉성했던 걸까? 하지만 HUG 측은 대부분이 임차인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난색을 보인다. 

HUG는 '임차인이 퇴거 의사를 확실히 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입자도 HUG도 난감해하는 '전세 보증이행 거절'의 이유들을 들여다봤다.

HUG 전세보증 이행 거절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전세보험 13건 중 1건꼴 '보증사고'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끝나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져 주는 '전세보증보험'이다. 전세 계약 종료 후에 한 달이 지나도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보증사고'로 간주한다. 경매 또는 공매에 넘어간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종료일로부터 한 달이 지나면 보증보험 가입자가 이행청구를 하고, HUG가 1개월 안에 심사해 보증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류 심사나 명도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두 달 안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올해 6~8월 전국에서 발생한 보증사고는 5203건, 사고 금액은 1조1089억원 규모다. 이 기간 보증이 만료되는 보증 금액 가운데 보증사고가 발생한 보증 금액 비율(사고율)은 7.4% 수준이다.

어림잡아 보증보험에 든 13~14건의 전월세 계약 가운데 1건꼴로 사고가 난다는 의미다. 낮지 않은 확률이다. 서울에서 사고 금액이 큰 자치구는 강서, 금천, 관악 순이다.

보증보험 가입자는 보증사고일로부터 두 달 안에 HUG에 보증이행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험 지급 이행이 거절된 사례도 총 411건이나 있다. HUG로부터도 보증금을 못 받은 사고들이다. 보증 금액으로는 765억원 규모다.

이행거절 건수는 12건, 29건, 66건, 128건, 176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보증금 규모 역시 지난해 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8월만 해도 306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맹성규 의원은 이를 두고 "가입 시 설명의무부터 가입 후 보증이행까지 HUG의 책임을 강화해 보증 업무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뺄게요" 말 안하면 보험도 '무용지물'

거절 사유 중 보증 사고로 성립되지 못한 경우가 176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올해만 벌써 113건으로 지난해(57건) 대비 2배로 늘었다.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상실(96건)과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 계약(87건)에 따른 이행 거절도 다수 발생했다. 사기 계약이란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해 HUG를 속여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말한다.

문자(카카오톡) 내용에 임대차계약 갱신거절에 대한 의사와 임대차계약 종료일자, 그 일자에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것에 대해 임차인과 임대인이 합의한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자료=HUG

보증사고 미성립은 임차인이 제때 퇴거 의사를 밝히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묵시적 갱신'됐기 때문에 나타난다. 임차인은 계약종료 두 달 전까지 내용증명 우편이나 문자(카카오톡), 전화통화(녹음), 공시송달 등 방법으로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임대인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문자(카카오톡) 내용엔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에 대한 의사와 종료일자,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임대인의 전화번호와 받은 날짜, 통보 내용이 포함돼야 하며 임대인의 답장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임대인이 계약해지 문자에 답장을 보낸 날을 계약해지 통보가 완료된 날로 본다.통화녹음의 경우 공인속기사가 작성한 녹취록을 제출해야 한다.

HUG 관계자는 "보증사고 미성립은 임차인이 계약해지 통지를 정확하게 안 한 경우를 말한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기존 보증서로는 이행청구가 불가해 연장 처리를 해야 한다"며 "다만 계약종료 후 두 달 안에 계약종료합의서를 제출할 경우 기존 보증서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HUG

무턱대고 방 빼면 안돼…'임차권등기' 후 이사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상실의 경우 HUG로서도 보증이행 거절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임차인은 전셋집에 전입신고를 하고 계속 살아야 대항력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확정일자를 받은 전세계약서까지 있어야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다.

HUG 관계자는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유지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상실할 경우 구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주택임차권등기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경료'가 이뤄진 경우에는 전출 또는 이사를 해도 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계약 종료 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퇴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이행청구 서류를 준비해 HUG 관리센터에 보증 이행청구를 신청하게 된다. 서류심사 과정은 녹록지 않다.

지난 4월 경기관리센터를 찾은 제보자 A씨는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해 임차권등기 후 수십장에 이르는 서류를 직접 준비해 센터를 방문했다"며 "수 차례 서류 보완 요청을 받고 6월 말이 돼서야 서류 접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토로했다.

HUG는 약관에 따라 이행청구 접수일로부터 한 달 안에 심사해 보증 금액을 지급한다. 물론 집을 비워주는 '명도'까지 마쳐야 한다. 이 '한 달'에는 서류보완 기간이나 새집 탐색 기간은 제외된다.

HUG 측은 "한 달 이내로 완료하게 돼 있는 보증이행 평균 심사기간은 지난해 기준 17일"이라며 "심사 후 임차인이 이사할 주택을 계약하고 이사하는 날까지 평균 기간은 32일로 임차인의 이사일에 맞춰 보증금을 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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