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경기고등학교 이상준
애정과 열정 사이
흔히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한다. 나를 가슴 뛰게 했던 일이, 어느 순간 미워지는 순간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멀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애정과 열정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 애정 만땅 열정 만땅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가 있다. 지금껏 야구가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지 말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 그의 방식대로 나아가는 길이 결국엔 옳은 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Photographer Inbi Na Editor Nahyeon Kim Location Kyunggi High school
이상준
출생 2005년 12월 13일 신체조건 185cm 100kg 출신교 서울 도곡초–대치중-경기고 포지션 포수 투타 우투우타 2022년 성적 16경기 타율 0.314 16안타 2홈런 14타점 0도루 OPS 0.891
#열정의 첫걸음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과 첫 만남이에요. 인사 부탁해요. (1월 1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경기고 포수 이상준입니다. (인터뷰 전 뭐 하고 있었나요?) 등산했습니다. 이제 인터뷰 끝나면 사우나 할 예정이고요. (사우나를 좋아하나 봐요?) 네. 자주 즐기는 편이에요.
사진을 찍는데 굉장히 부끄러워하더라고요?
이런 건 처음 해봤거든요. 그리고 <더그아웃 매거진>이 정말 유명한 잡지잖아요. 인터뷰를 요청받았을 때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유명한 잡지인데, 제가 나가도 될까 싶어서요. 긴장도 되고 스스로 좀 어색했던 것 같아요.
곧 2023시즌이 시작되는데, 어떻게 새해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기술 훈련보다는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요. 힘을 더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스피드를 높이고 싶은 목표가 있거든요. 조금 더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2022 세계고등학생홈런왕대회(월드파워쇼케이스)에 출전해 나무 배트 부문 우승을 차지했어요.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일단 미국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영광이었고요. 비록 알루미늄배트 부문에서는 예선전에서 탈락했지만, 나무 배트로는 나름대로 실력을 증명해낸 것 같아 다행이었어요. (알루미늄배트에서 어려움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기서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순서가 맨 마지막이었거든요. 거의 60번 대 후반이었어요. 그래서 대기를 오래 하다 보니 피곤해서 제 실력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웃음)
이 대회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어떤 가르침이 인상 깊었나요?
궁금한 게 많았지만, 타격보다는 수비 위주로 여쭤봤습니다. 타격은 아무래도 체격이나 파워가 미국 선수들과 다르기 때문에 훈련도 다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프레이밍이랑 스텝을 어떻게 밟는지, 블로킹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서 배웠어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영광이었습니다.
현재 몸 상태나 컨디션은 어떤가요?
좋아요. 체력을 열심히 기르는 중이고, 훈련도 잘 진행되고 있어요. 그냥 빨리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제가 먹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많이 먹어요. 특히 고기류를 좋아해서 고기 위주로 챙겨 먹으면서 건강 관리를 하는 편입니다.
2023시즌은 마지막 고교 시즌이기도 해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기고 팀 친구들과 함께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드래프트가 있는 해이기도 한데 떨리진 않나요?) 긴장이 되거나 떨린다기보다는 설렘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아마추어 신분을 벗고 정식으로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하루빨리 경험해보고 싶은 설렘이지 않을까요?
지난 경기 얘기를 해볼게요. 1학년 때부터 많은 경기를 뛰었죠. 어린 나이에 부담이 있진 않았나요?
부담보다는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저는 경기를 뛰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출전시켜주셔서 감사했고, 운이 좋게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1학년 때 만루홈런도 기록하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다고 봐요.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마침 또 중요한 순간에 홈런이 터져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2021시즌 봉황대기에서는 3개의 도루저지를 하면서 포수의 능력을 보여줬어요. 어떤 각오로 임했었나요?
그 경기에서 투수가 좀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제구가 잘 안 되다 보니까 저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바짝 집중하고 있었죠. (스스로 송구에 대해 자신감도 있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 있습니다. (웃음) 그래도 무엇보다 안 다치게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니까, 유의하면서 임하려고 해요.
그다음 경기에서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죠. 당시 상황이 생생할 것 같아요.
당시 타격에 슬럼프를 조금 겪고 있었거든요. 타격 성적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만루 상황에서 제발 외야 플라이 하나만 치자라고 바라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공이 가운데로 몰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크게 휘둘렀던 기억이 있어요. 극복한 것보다도 팀에 도움이 돼서 기뻤습니다.
2022시즌에도 16경기를 출전하며 많은 사람에게 눈도장을 남겼어요. 1학년 때와 비교해보면 어떤 점이 더 발전했다고 느끼나요?
아무래도 경험이 더 쌓였잖아요. 1학년 때보다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죠. 그리고 체력이나 멘탈 부분에서도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멘탈을 어떻게 관리하면 되는지 노하우도 생겼고요.
특히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뛰어난 타격감을 보여줬어요. 전체적으로 어떤 경기였는지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풀타임이 처음이어서 체력만 키우고 가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행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고 봐요.
그런데도 본인에게 남는 아쉬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스스로 홈런을 너무 의식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 삼진도 많아지고, 안 쳐도 되는 공에 손이 자주 나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반기 리그에서는 홈런 생각을 아예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타격보다도 볼넷으로 나가려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그때 홈런 1개를 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2023시즌에는 타석에서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직구보다 변화구를 노릴 생각이고, 볼도 더 많이 볼 거예요.
#포수는 나의 것
또래 선수들보다 파워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죠. 파워에 대한 비결이 있다면?
비결보다는 초등학생 때부터 배트에 공을 갖다 맞히는 훈련을 잘 안 했거든요. 무조건 풀 스윙, 크게 휘두르는 걸 좋아해서 배트 스피드나 힘이 좋아진 거 아닐까요? 그런 습관이 생기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봐요.
포수라는 쉽지 않은 포지션을 하는 중인데, 어렵진 않나요?
힘든 점은 없어요. 포수라는 포지션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요. 팀과 투수를 리드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제가 지시한 대로 던져서 타자를 잡을 때의 쾌감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포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느껴요.
포수로서 타자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타자가 대기 타석에 서 있을 때부터 보거든요. 어떤 타구를 노리고 있는지 예측하면서요. 그런 걸 생각하면서 투수와 사인을 주고받죠. 평소에도 유튜브로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기도 합니다. 다른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치른 경기 중 베스트와 워스트 플레이를 뽑아본다면요?
워스트가 제일 안 좋았던 경기죠? 그건 사실 많아요. 그래도 굳이 뽑자면 청룡기 때의 모든 경기가 아쉬웠어요. 전체적으로 야구가 안 됐거든요. 혼자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는 느낌? 당시엔 정말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걸 계기로 성장했다고 느껴요. 베스트는 1학년 때 협회장기 대회에서 경동고 상대로 홈런을 쳤던 경기가 기억나요. 아쉽게 팀은 졌지만, 제가 대타로 나가서 9회 초에 동점 홈런을 쳤거든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인상이 깊은 경기였습니다.
지명 드래프트 전 꼭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홈런을 더 치고 싶기도 하고, 타율이 높은 것도 좋지만 팀이랑 같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니까요.
우승을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승을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돼야 하잖아요. 제가 찬스 때 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순 없으니까 수비에서는 100%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팀 분위기도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다른 팀도 물론 그렇겠지만, 저희는 특히 엄청 친하거든요. 야구가 안 되는 친구에게 다 같이 달려가 격려해주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요. 그래서 2023시즌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애정하는 야구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원래 제 친형이 야구를 했어요. 그래서 형을 따라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거예요. 하다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럼 포수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4학년이요. (일찍 결정한 편이네요. 힘들진 않았나요?) 어릴 때부터 도루 잡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포지션을 고민한 적은 없었습니다.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먹는 거 좋아해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닙니다. 사우나도 좋아하고요. 친구들이랑 놀 때도 먹는 거 위주로 결정하게 돼요. 게임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피파온라인을 즐겨 하고 있습니다.
평소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혼자보단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전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싫어해요. 그래서 그런 일이 없도록 신경 쓰기도 하고,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아우르는 편이에요.
요즘 자주 하는 고민이 있다면?
평소 고민을 하는 편은 아닌데요. 그냥 시합을 빨리 뛰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야구를 엄청 좋아하는 게 느껴지네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야구 경기를 하면서 야구가 싫어지거나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체력 운동은 좀 재미없지만, 무조건 해야 하는 거니까 괜찮아요. 훈련이 엄청 힘들다고 느낀 적도 없어요.
#be the legend
훈련할 때나 경기 전 루틴이 있는지 궁금해요.
경기 시작하기 전 포수 자리에 앉아서 기도하는 습관이 있어요. 1회 수비 시작하기 전, 연습 투구 받기 전에 항상 하는 편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라이벌이 있다면?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도 신경 쓰이는 선수가 있다면 북일고 이승현 선수요. 친분은 아예 없는데, 우승 포수라는 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타격도 엄청 좋고, 어깨도 강해 보여서 좋은 라이벌이자 좋은 상대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래 선수들과 비교해 내세울 수 있는 본인만의 장점을 소개해주세요.
타격 부분에서는 그래도 힘이 조금 더 강하지 않나 싶어요. 공을 멀리 그리고 강하게 칠 수 있는 능력이 있고요. 그리고 도루를 잡을 수 있는 어깨도 자랑입니다.
롤 모델이 궁금해요.
메이저리그에 좋아하는 포수가 있어요.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마르틴 말도나도요. 안정적인 캐칭은 물론이고 블로킹, 송구 능력 다 뛰어난 선수입니다. 수비 플레이를 정말 편안하게 하는 선수라 닮고 싶어요.
롤 모델에게 한마디 해보라는 질문도 있었거든요. 메이저리그 선수지만 볼 수도 있으니 한 번 해볼까요?
평소에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같이 야구 경기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에서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 선배님이요. 볼이 너무너무 궁금해요. (응원하는 팀이 키움이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안우진 선배님의 공을 쳐보고 싶어요. (웃음) 빠른 구속도 궁금하고요. 진짜 그 변화구를 실제로 한번 꼭 보고 싶어요. 진짜 진짜 꼭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간절)
입단한 후의 목표가 궁금해요.
첫해 목표는 무조건 신인상이죠. 그리고 언젠가는 홈런왕도 해보고 싶어요.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야구를 잘하는 선수도 좋지만, 팬서비스가 훌륭하고 인성이 먼저 되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이상준에게 야구란 무엇인지 다섯 글자로 표현해본다면?
혹시 여섯 글자로 해도 될까요? (그럼요. 여섯 글자로 표현해본다면?) 야구는 수비다! (이유는요?) 타격은 슬럼프가 올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수비에서는 슬럼프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수비가 우선이고, 방망이는 옵션이라는 신념으로 경기에 임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경기고도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기대한다는 말을 쉽게 쓰지 않으려고 한다.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건, 결국 원하는 바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기대는 사람을 들뜨게도 하지만, 가라앉게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감히, 이 어린 선수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야구를 향한 단단한 애정과 열정을 잃지 않기를, 그러면서 나아갈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3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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