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개편發 양극화…GA '대형 독주·중소 위축' 가속
원수사, 리스크 관리 위해 GA 통제력 확대...판매전문회사 입법화 신중론도

|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보험산업 구조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는 단순 판매를 넘어 보험금 청구 지원과 사후 관리까지 역할이 확장되는 것으로, 제도 변화가 맞물리며 대형 GA와 중소형 GA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비용과 효율성을 앞세운 GA가 핵심 판매 채널로 부상하며 보험사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GA가 전속 설계사 조직 운영에 따른 고정비와 교육·훈련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상품을 비교·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관리를 위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가 중요해졌다. 이에 보험사들 사이에서 비교·판매 경쟁력을 가진 GA 채널의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GA가 담당한 생명보험 신계약 건수는 약 456만8000건으로 전체(929만건)의 49%를 차지했다. GA협회는 지난해 업계 매출 규모를 2024년에 비해 약 20% 증가한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GA업계는 보험판매전문회사 입법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는 보험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보험사는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판매전문회사는 판매와 중개를 전담하는 구조다. 판매전문회사는 수수료 협상 권한을 확보하는 대신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1차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같은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최근 시행된 보험판매수수료 개편안이 바탕으로 한다. 오는 7월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에는 '1200% 룰'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1차년도 수수료뿐 아니라, 정착지원금과 각종 인센티브까지 규제에 포함시켜 과도한 사업비 지출을 막고 보험사의 비용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판매수수료 분급 기간을 기존 2년에서 2029년에는 최대 7년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 대형 GA·보험사 자회사 GA 중심으로 재편..."중소형 GA 부담 가중"
이에 GA업계는 신규 계약과 설계사 영입을 통해 단기간 실적을 확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계약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한 장기 관리 역량이 중요해졌다.
GA업계는 수수료 체계 변화를 수용한 만큼,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제도 도입 시 GA 영업 구조는 보다 통제 가능한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이며 사후 관리와 보험금 지급, 민원 대응 등의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것이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GA가 금융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채널인 만큼 불완전판매 예방과 내부통제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민원 감소와 고객 만족도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과정에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대형 GA와 보험사 자회사를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GA들은 수수료 분배 기간이 최대 7년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착지원금과 장기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형 GA는 초기 수수료 감소에 따른 유동성 부담으로 경영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플랫폼형 GA인 토스인슈어런스는 고객의 보험 상담 흐름에 맞춰 시스템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이를 통해 업계 평균 대비 월등히 낮은 금감원 고객 민원 비율과 높은 고객 만족도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영업 모델을 시장에서 증명해보이고 있다.
원수사들의 GA 통제력 강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ABL생명은 계열 GA 자회사 ABA금융서비스를 최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회사 구조 변경으로 이사회 구성과 정기 감사가 의무화되면서 내부통제가 고도화됐다는 평가다.
한화생명도 GA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지분을 모두 취득해 100% 자회사로 편입, 의사결정 일원화를 통해 영업력을 강화했다. 하나손해보험은 계열사인 하나금융파인드에 150억원을 증자하며 대면 영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제도 안착을 위해선 업권 차원의 자정 노력과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판매전문회사는 2008년과 2015년에도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GA의 영세성과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 등을 이유로 보험사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내부통제 관련 제도의 도입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업권 차원의 자정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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