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장 "언론 독립 위협하는 디지털 조폭이 최우선 감시 대상"

김예리 기자 2024. 10. 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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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일 신임 사장, 취임사에서 "연합뉴스판 징비록 작성" 예고
"외부 세력과 결탁해 새 사장 겁박" 노조 겨냥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황대일 신임 연합뉴스 사장. 연합뉴스TV 보도 갈무리

황대일 신임 연합뉴스 사장이 취임사에서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연합뉴스판 징비록을 작성하겠다”고 했다.

황 사장은 10일 오후 취임식에서 “탈선과 위선으로 점철된 최근 흑역사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연합뉴스의 존재를 가린 짙은 안개와 어둠은 순식간에 걷힐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사장은 취임사에서 스스로를 “연합뉴스 르네상스 임무를 지휘할 황대일”이라고 소개한 뒤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와 국민 신뢰 상실로 역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온몸을 무겁게” 짓누른다고 했다.

이어 “두려움과 공포는 없다”며 “A1+F4 전략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심청이와 같은 희생 없이도 인당수의 폭풍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했다. 앞서 황 사장은 사장후보 지원서에서 'A1+F4'를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우리가 취재 현장에 가장 먼저(First) 도착해서 가장 빨리(Fast) 기사화하되 사실(Fact) 중심의 공정한(Fair) 보도를 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도 취임사에 포함됐다. 황 사장은 “103일간의 파업도 모자라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내쫓을 때 목이 터지라 부른 공정보도의 파랑새는 끝내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노조 일각에서는 마치 신성 권력이라도 가진 듯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채 외부 세력과 결탁해 허위 사실을 앞세워 새 사장을 겁박하고 있다”고 했다.

황 사장은 지난 2월 박근혜 정부 시절 박노황 사장 퇴진을 요구한 이주영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연합뉴스 사장으로서 첫 일성에서도 노조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이며 선전포고성 발언을 한 것이다. 연합뉴스지부는 황 사장이 고소 취하 의향을 물은 뉴스통신진흥회 관계자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며 고소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한 바 있다.

▲2012년 3월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 파업 당시 출정식 모습. 연합노보 갈무리

“2016년 점유율 1위서 추락, 적폐청산이 독배”

황 사장은 “탈선과 위선으로 점철된 최근 흑역사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연합뉴스의 존재를 가린 짙은 안개와 어둠은 순식간에 걷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 인터넷뉴스 점유율 1위인 연합뉴스가 날개없는 추락을 시작한 것은 2018년이다. KBS·MBC·연합뉴스·YTN 등 공영언론사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펼쳐진 적폐청산이 독배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외부 세력과 결탁해 허위 사실을 앞세워 새 사장을 겁박하고 있다”며 “위협에 당당하게 맞서 대한민국 언론계 중추인 연합뉴스의 마비 현상이 재현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인이 취임한 뒤 계획으로는 “정치권 뒷배 등에 힘입어 인사 특혜를 누리는 부조리 관행을 혁파하고 감사 인력을 늘려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연합뉴스판 징비록을 작성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와 거대 자본 등에 한정되다시피한 견제와 감시 대상을 더욱 확대하겠다”며 “포털이나 SNS 등에서 떼 지어 다니며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디지털 조폭이 최우선 감시 대상”이라고 했다.

그간 윤석열 정부 들어 취임한 주요 언론사 사장들은 여권 비판적 보도가 불공정했다는 일종의 '반성문'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박민 KBS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불공정 편파보도로 물의 일으킨 기자나 PD는 업무 배제하고 징계하겠다고 했다. 민영화된 YTN의 첫 사장이 된 김백 사장도 김건희 여사 관련 비판적 보도 등에 사과했다. 이런 맥락에서 황 사장 취임 후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황 사장은 “언론계 최초로 출범할 팩트체크 전담 부서”도 예고하면서 “토착 왜구나 빨갱이와 같은 혐오 발언을 일삼거나 전체 맥락은 무시한 채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악마를 만들어 공격하는 행태에도 비판 수위를 높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TV 사장 “연합뉴스와 윈-윈 원칙”

같은날 취임한 안수훈 연합뉴스TV 사장은 취임사에서 “매사에 솔선하면서 적극 소통하는 CEO가 되겠다”고 했다. 안 사장은 “연합뉴스TV는 공정하고 신속한 보도를 핵심 가치로 두되, 뉴스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이를 확장해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취재와 제작 부분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리고 회사 시스템도 개선하겠다”며 “뉴미디어, 모바일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안 사장은 또한 “연합뉴스와의 관계는 서로 윈-윈 하는 원칙 아래 재정립해 나가겠다”며 “연합뉴스TV 창사 이래 첫 단독 사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공정한 인사 평가를 통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연공 서열보다는 능력과 전문성 중심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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