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완성된 호주 대표 와인...'투핸즈' 대표가 밝힌 비결 [현장+]

지난 4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도운스페이스 세미나 현장에 호주 와이너리 '투핸즈'의 대표 와인이 진열됐다. /사진=이유리 기자

"우리는 품질과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포도 재배, 수확 등 재배 과정에서 기계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세심한 손길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지난 4일 호주 유명 와이너리 '투핸즈(Two Hands)'의 피에르 앙리 모렐 소유주 겸 제너럴 매니저가 서울 강남구 도운스페이스에 브랜드 세미나를 열고 투핸즈의 철학과 비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투핸즈라는 이름은 와인 재배에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hands-on)’는 접근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모렐 대표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년에 두 번, 비즈니스 겸 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현재까지 20번 가까이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세미나는 방한 이틀차에 진행,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었다. 투핸즈는 전 세계 70여개국에 와인을 판매하고 있는데, 한국이 투핸즈 프리미엄 와인 중 수출 1위 국가다. 전체 와인 판매로 범위를 넓혀도 미주권과 수출 1위를 다투고 있다. 신세계엘앤비는 2017년 투핸즈의 와인을 국내에 들여왔다.

투핸즈는 1999년 와인 수출업에 종사하던 마이클 트웰프트리와 오크통 제조 회사를 경영하던 리처드 민츠가 공동 설립한 호주 대표 프리미엄 와이너리다. 두 사람이 소량으로 재미 삼아 만든 와인이 인근 와인바를 통해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제조와 생산에 나섰다. 비록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투핸즈는 와인의 미슐랭으로 꼽히는 ‘와인 스펙테이터’ 톱 100 리스트에 총 13번 이름을 올린 유일한 와이너리다. 모렐 대표는 2014년 투핸즈에 합류해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한 후, 2022년에는 마이클 트웰프트리와 함께 와이너리의 소유주가 됐다.

투핸즈 와이너리 공동대표 피에르 앙리 모렐이 4일 브랜드 세미나에서 투핸즈의 양조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투핸즈의 명성은 엄격한 품질 관리에서 비롯됐다. 호주의 6개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는 모두 손으로 직접 수확되며,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와인을 양조한다. 포도밭을 구획별로 관리하며 각 세부 산지에서 최고의 품질을 목표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모렐 대표는 "겨울이 되면 2000개에 달하는 배럴을 하루에 100통씩 일일이 맛보고 등급을 매긴다"며 "모든 배럴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해 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겨 C 이하 등급은 출시조차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핸즈 와인의 중심에는 포도 품종 '쉬라즈'(Shiraz)가 있다. 쉬라즈는 호주에서 가장 잘 자라는 품종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 투핸즈의 차별화된 와인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에서는 '시라'(Syrah)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렐 대표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쉬라즈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처음에는 100% 쉬라즈만 사용했지만, 자신감이 생긴 후부터는 다른 품종도 사용해 현재는 쉬라즈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품질 쉬라즈를 수확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도 도입했다. 2019년부터 포도나무에 바늘을 주입해 수분감을 확인하는 '샵 플로우 테크놀로지'와 직사광선으로부터 포도를 보호하는 일종의 선크림 역할을 하는 '고령토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모렐 대표는 "호주는 덥고 건조하고 물이 부족해 포도나무에 수분을 적절히 공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수분 공급 시기를 조절했더니 물 사용량은 50% 이상 줄일 수 있었고 쉬라즈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투핸즈 대표 7종 와인 시음회 열려

피에르 앙리 모렐 대표가 소개한 7개 종류의 와인. 현장에 참석한 미디어 및 와인 관계자들이 함께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유리 기자

이날 모렐 대표는 투핸즈 대표 와인을 소개하고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음된 와인은 △가든 시리즈 3종(사만다·벨라스·릴리스) △싱글 빈야드 2종(코치하우스 블락·시크릿 블락) △플래그십 아레스 쉬라즈 △마이 핸즈 등 7개로, 모두 100% 쉬라즈로 만들어졌다. 같은 품종임에도 재배 지역에 따라 맛과 풍미가 달라 투핸즈가 강조하는 '지역 블렌딩'의 특징을 느낄 수 있었다.

가든 시리즈는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쉬라즈 생산지를 선정해 각 지역의 특성을 표현한 와인이다. 와인 라벨의 색상은 원산지의 분위기와 맛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클레어 밸리에서 만든 '사만다'는 밀밭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라벨을 사용했다. 바로사 밸리의 ‘벨라스’는 진흙과 토양을 표현한 빨간색, 맥라렌 베일 인근에서 수확한 ‘릴리스’는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 라벨을 사용했다. 릴리스 가든 쉬라즈는 바다처럼 상쾌한 향기와 함께 블루베리 파이, 자두향이 어우러져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싱글 빈야드 시리즌 구대륙의 '떼루아(terrior)' 콘셉트를 극대화해 투핸즈의 초기부터 주목받은 라인이다. 떼루아는 토질, 기후, 습도, 일조량 등 포도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조건을 일컫는다. 모렐 대표는 "품질이 떨어지면 그해 생산을 하지 않아 매년 볼 수 있는 와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코치하우스 블락은 세펠츠필드 로드, 시크릿 블락은 모파힐스 내 싱글 빈야드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했다. 두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되며, 새 오크는 사용하지 않고 필터링 없이 병입된다. 시크릿 블락은 자두, 블랙베리의 진한 향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반면, 코치하우스 블락은 과즙 맛에 발사믹, 밀크 초콜릿 같은 달콤함이 특징이다.

투핸즈의 아이콘 와인 '마이 핸즈'는 모렐 대표가 "가장 특별한 와인"이라고 자부할 만큼 애정이 깊은 와인이다. 마이 핸즈는 쉬라즈 중 최고 품질의 포도만 골라 극소량으로 생산된다. 바로사 밸리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 검붉은 색을 띠며 카시스,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의 과일 아로마와 민트, 향신료, 감초 향이 조화를 이룬다. 모렐 대표는 "투핸즈 와이너리 오픈 이래 23년 동안 12번만 출시됐던 와인"이라며 "한번에 많이 양이 나오지 않고 1~2개 배럴에서 나오는 양으로 와인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마이핸즈 최근 빈티지는 2015년으로, 신세계엘앤비가 이듬해 한국에 60병을 들여왔다. 모렐 대표는 "조만간 2016년 빈티지 48병이 한국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피에르 앙리 모렐 대표가 '투핸즈 마이 핸즈' 와인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신세계엘앤비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