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베디드 금융이 은행권의 신사업 전략으로 떠오른 가운데 신한은행은 이종의 산업 공급망에 금융서비스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 결과적으로 '상생 구도'를 이루겠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기업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영업력을 높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른 기업과 공급망 금융 동맹을 맺고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금융 영업을 선도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사의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혁신 모델을 뜻한다.
우선 신한은행이 선택한 임베디드 금융 전략은 산업이나 기업의 공급망 전체에 신한은행의 서비스형 뱅킹(BaaS) 금융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이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거쳐 일반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과는 그 결이 다르다.
현대모비스의 부품 유통플랫폼 '하임즈(HAIMS)'를 활용해 자동차 부품 협력사를 대상으로 부품 구매용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하임즈에는 1200개 협력사가 참여하고 있다. 협력사 공급망 대출 규모는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현대체절에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에이치코어 스토어(HCORE STORE)'에서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제철의 에이치코어 브랜드를 취급하는 판매기업들은 매출채권을 할인해 판매 대금을 먼저 받는 방식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매기업들은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어 결제일을 채권 만기 시점까지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이 종합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 E&S, 모빌리티 스타트업 위즈돔과 함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것도 임베디드 금융 전략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에 기업 BaaS 모델을 이식해 친환경 버스 운송 사업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식자재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CJ프레시웨이도 신한은행의 임베디드 금융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신한은행은 고금리,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 급식업체 등에 대금 상환 기간을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금융 솔루션 프로세스 구축 △매출대금 정산관리 효율화 모델 발굴 △QR 시스템을 활용한 주문 서비스 최적화 솔루션 제공 △외식사업자들을 위한 금융 상품 개발 등을 진행한다.
신한은행이 B2B BaaS에 집중하는 것은 대규모 기업 기반 고객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유치한 기업 고객에게 여신 및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이들을 신한은행에 정착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장의 영업력을 십분 활용해 기업 고객과의 추가 거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에는 조직 개편으로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을 새롭게 만들었다. B2B 플랫폼 사업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늘리고 사업 성과 창출을 가속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그룹 내에 플랫폼영업부를 설치해 공급망 중심의 BaaS 사업을 전담하게 했다. 올해부터는 인큐베이팅 단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신한은행의 임베디드 금융은 기업의 영업활동과 금융을 하나로 연결해 기업의 구매 및 판매 등 모든 과정과 금융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상태를 구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구매 단계에서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한은행이 여신을 제공한다. 아울러 신한은행의 노하우를 살린 자금관리 솔루션(CMS)을 마련해 기업이 물건을 판매할 때 수금, 정산, 회계 절차를 쉽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영업 사이클 전체를 금융과 연결할 수 있게 된다면 기업의 활동이 계속되는 한 금융 활동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며 "기업과 해당 산업이 성장할수록 은행의 영업 영역도 함께 커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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