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만 바라보는 은행장들, 혁신은 누가 하나

김태현 기자 2026. 5. 1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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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장들 올해 모두 임기 종료…복잡한 연임 방정식 

[우먼센스] 이름을 대면 알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주인'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SK하이닉스는 최태원 등 대주주가 회사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한다. 하지만 은행은 다르다. 은행은 '특정'할 수 있는 주인이 없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모두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누군가 압도적 지분을 확보한 구조가 아니다. 

2025년 9월 15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여섯번째)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회장, 빈대인 BNK 금융지주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회장, 이 위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회장.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당장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만 해도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과 증권, 카드사 등의 '모회사'인 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은행장에 임명되고 싶은 이들은 치열한 암투를 벌여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이자놀이' 비판에도 은행은 역대급 실적

적지 않은 이들이 집을 사거나 빌리면서(전세) 생긴 빚을 갚느라 힘들지만, 그만큼 은행들은 웃고 있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는 4년 만에 최대 수준의 성과가 예상된다. 정부에서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예금 금리는 묶으면서 예대금리차가 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탓이다. 

사진=이종현(이오이미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분기에만 13조 원이 넘는 이자 수익을 거뒀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와 조달 비용 감소 덕분"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국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는'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버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어준다'고 홍보하지만, 예대 금리차를 보면 어느 은행이 가장 '수익'을 쫓는지 알 수 있다. 3월 정책서민금융 상품 제외 예대금리차는 신한은행이 1.64%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어 NH농협은행 1.55%p, 우리은행 1.50%p, 하나은행 1.46%p, KB국민은행 1.41%p 순이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이처럼 벌어진 금리 격차는 고스란히 은행권의 '수익'이 됐다. 올해 1분기 이자이익으로 13조3817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조7061억 원)에 비해 5.3% 늘어난 규모다. 그리고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70~90%의 수익이 이 '예대마진'에서 나온다.

외국 선진 금융 시장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다르다. 미국의 JP모건이나 영국의 HSBC 같은 글로벌 은행들은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수수료 수익(Fee Income)이나 투자금융(IB), 자산관리(WM)에서 창출한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거나 고도화된 자산 배분 전략을 고객에게 제안하고 돈을 버는 방식이다.

사진=Gemini 생성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달라"고 지적했지만, 은행들이 기업 등을 상대로 한 대출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시중은행 종사자는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인사권을 가지다 보니 임기 동안에는 은행장과 회장이 전권을 가지는 구조인데, 문제는 이들 역시 연임을 노리다 보니 '실적'이 악화될 수 있는 무리한 도전보다 안전하고 쉬운 관리형 모델만 선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인 없어요? 최대주주는 있지만요

이는 은행의 지배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기업들은 회장님이 15%~50% 확보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린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회장님은 바뀌지 않는다. 밑에서 회장을 모시는 임원들이 바뀔 뿐이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하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대형 은행과 카드사, 이들의 모회사인 금융지주사는 특정할 수 있는 주인이 따로 없다. 신한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 국민연금이 보통 6~9% 정도를 확보한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3~6%를 확보한 JP모건 등 외국 투자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NH농협은행(NH금융지주)만 지분을 100% 농협중앙회가 소유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농민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보니 역시 '주인'이 없고 투표로 선출된 농협중앙회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역시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주인이 모호하다 보니, 각 시중은행과 금융지주 회장의 실질적인 인사권은 정부(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은행장이나 회장 후보가 나오면 금융당국에서 "적절하다, 아니다"라며 넌지시 신호를 보내고, 이사회는 이를 읽어 '원하는 인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진=Gemini 생성

당연히, 줄을 서는데 바쁘다. 임기 동안 사고를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실적을 기록한 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밉보이지 않아야 '연임'이 가능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무개가 동문인 정치권 실세 아무개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을 노린다'는 지라시가 돌고 '현직 아무개는 새로운 정부에 찍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들이 깜짝 등장하는 것도 이같은 지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시중은행 종사자는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10억 원이 넘는 연봉과 성과급이 보장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은행에서 '임기가 있는 주인'이 되는 셈"이라며 "인사권이 있다 보니 말 한마디에 알아서 직원들이 척척 움직이고 의전이 달라지는데 누가 2년만 하고 싶겠냐, 은행장을 2번 하고 그 사이 정치권, 금융당국과 인연을 쌓아 금융지주 회장을 2년 씩 2번 이상 하고 싶은 게 당연한 욕심"이라고 설명했다. 

'연임 막자'는 정부, '한 번 더'에 올인한 은행

물론, 최근 들어 예외도 있었다. 바로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이다.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는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과거 라임 사태 징계이력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진 회장 연임을 반대했다. 다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인을 포함한 88% 주주의 찬성으로 연임이 확정됐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이종현(이오이미지)

그러다 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한 '부패한 이너서클' 문제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청와대와 금융당국에서는 제도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가만히 놔뒀더니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년, 20년씩 해 먹는다"는 대통령의 지적을 '법'으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회장 연임 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에서는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10년 사이, 주요 시중은행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 중 '엄청난 변화를 주도했다, 혁신적인 경영인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해외 금융기관들은 핀테크와 AI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 은행들은 여전히 국내 아파트와 기업 대출로 돈을 버는 1980년대식 영업 방식에 갇혀 있고 은행장과 회장은 '한 번 더'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CREDIT INFO

서환한 객원기자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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