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 effect)을 극복하자!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 effect, 닻 내림 효과)이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처음 제시된 정보가 기준점이 돼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효과를 말한다. 심지어 우리는 사안과 아무 무관한 첫 정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판사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한다. 필자가 단독판사로 근무하던 시절 김상준 판사(현 변호사)가 소개한 판사의 기준점 편향에 관한 발표를 접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제프리 J. 라츨라린스키 교수는 판사들에게 소음 법규위반의 대한 벌금을 정하게 하면서 A그룹엔 상호를 '클럽 11866'이라 하고 B그룹엔 '클럽 55'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A그룹은 B그룹보다 3배 높은 벌금을 답하는 결과가 나왔다.
징역 1년과 9년이 선고된 각 사건이 있다. A그룹엔 징역 1년인 사건의 결과를 알려주고 징역 9년인 사건의 형량을 묻자 징역 6년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B그룹엔 징역 9년이 선고된 사건 결과를 알려주고 징역 1년인 사건의 형량을 묻자 징역 2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같은 케이스에 대하여 검사의 구형량을 무작위로 하였음에도 판사들은 본인들이 들었던 구형량에 비례해서 형을 답했다는 것이다. 실제 사법연수원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
형사재판에서도 기준점 편향이 작용할 수 있다. 양형기준이나 공소장일본주의가 이를 방지할 수 있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랬대? 어 그래? 뭐 그런 것 아니겠어?'라는 추정의 닻(Anchor)으로부터 사건을 진실의 바다로 끌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필자는 해당 사례를 듣고 난 이후부터 섣불리 직관으로 추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소장이나 공소장, 기사가 던지는 첫 정보의 기준점이 정말 맞는지 분석하여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했다. CCTV 영상도 반복하여 분석하니 수저로 밥을 억지로 떠먹였다던 보육교사의 행동이 입에 흘린 밥을 수저로 정리해주는 모습으로 정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기준점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첫 정보를 받아들이는 주체인 개인, 사법기관, 언론 등은 첫 정보가 당해 사안과 관련된 것인지 깊이 숙고하고 정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여 오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자극적 제목의 기사보다는 사실 위주의 기사를 보는 습관을 갖고, 편향적 기사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두루 접하고 이성적 분석을 충분히 해야 한다. 직관적 추정은 최대한 미루어 판단함이 좋다.
둘째, 첫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 인터넷이나 언론, 수사기관은 사안과 관련 없는 정보를 배제하려 노력해야 한다. 자극적 표현에 치중하기보다는 사실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갑질, 을질, MZ세대, 워라벨 등의 모호한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기준점 편향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최근의 주호민 씨 사건 등은 정보전달자가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서재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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