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즈 멀티숍 업계 압도적 1위 'ABC마트', 재무제표로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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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살 때 어디가세요? 저는 슈즈 멀티숍이 좋더라고요. 한 번에 여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잖아요. 쓱 둘러보면 트렌드도 파악되고 말이에요!

그런데 이 시장, 요즘 쉽지 않나 봐요. JD스포츠*가 9월에 한국 사업을 접었대요. 장부를 슬쩍 봤어요. 한국 진출 5년 동안 계속 적자였네요.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유럽 최대 규모 슈즈 멀티숍

2018년 709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518억원까지 하락했대요. 일본 유명 슈즈 멀티숍 아트모스**도 고전 중. 올 3월, 한국 매장을 모두 닫았어요.
**2017년 한국에 진출한 일본 슈즈 멀티숍

그런데 이 와중에 승승장구하는 멀티숍도 있어요. 시장 1위인 ABC마트코리아예요! 2022년 연 매출은 5677억원. 전년(4861억원) 대비 16%나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어요. 코로나 전인 2019년(5459억원)보다도 높아요.

어떻게 홀로 생존을 넘어 성장한 걸까요? 경쟁사들은 휘청대는데 말이에요. 재무제표를 샅샅이 살펴봤어요. 이기호 ABC마트코리아 대표도 만났고요!


Chapter 1. 재일교포 강정호, 한·일 1위 멀티숍을 만들다

일본에서 출발한 ABC마트. 한·일 양국에서 슈즈 멀티숍 1위예요. 일본 사업은 1990년, 한국 사업은 2002년 시작했어요.

창업자는 미키 마사히로三木正浩. 한국 이름은 강정호. 재일교포예요. 2023년 포브스 선정 일본 10위 부자로 꼽혔죠.

ABC마트, 슈즈 멀티숍 시장에서 어느 정도냐고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압도적이에요. 일단 일본에선 매장 수가 1000개가 넘어요.

한국도 마찬가지야. 아까 ABC마트의 2022년 매출액이 5677억원이랬죠? 업계 2위 에스마켓의 같은 해 매출은 1174억원, 3위 슈마커는 997억원이에요. 2, 3위 매출을 다 합쳐도 ABC마트의 절반이 안 돼죠.

한국 슈즈 멀티숍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해요. ABC마트의 시장 점유율이 거의 50%에 달하는 셈이에요.

영업이익은 경쟁사를 더 크게 압도해요. 일단 ABC마트, 한국에 진출한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어요.

2022년 ABC마트코리아의 영업이익은 550억원, 영업이익률은 9.69%에 달해요. 10만원짜리 신발을 팔았다 치면 1만원을 손에 쥔 거죠.

이게 쉬운 거냐고요? 전혀요. 같은 해 에스마켓은 15억원(영업이익률 1.32%), 슈마커는 18억원(영업이익률 1.78%)을 남기는 데 그쳤어요.

슈즈 멀티숍 3사 최근 5년간 매출 추이. 업계 2, 3위의 매출을 합쳐도 ABC마트 매출액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롱블랙

Chapter 2. 도미넌트 전략 : 다점포로 상권을 장악하라

지금부터 성장 비결을 파헤쳐 볼게요. ABC마트는 일단 출점이 공격적이에요. 빠르게 매장을 내서 상권을 장악하죠.

특히 핵심 상권이라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매장을 내기도 해요.

이른바 ‘도미넌트 전략Dominant Strategy’. 해당 상권을 독식해 버리는 출점 전략이에요. 스타벅스도 같은 전략을 쓰는 걸로 유명하죠.

“시장을 선점하는 겁니다. 동시에 고객 인지도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어요. 매장이 곧 광고 채널이나 마찬가지니까요.”

_이기호 ABC마트코리아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이하 동일)

같은 상권에 여러 매장을 내면 서로 영향을 받지 않냐고요? 그걸 감수하는 게 ‘도미넌트 전략’의 셈법이래요.

“5개 매장을 인근에 내다보면 3개 매장이 적자가 나기도 하죠. 하지만 5개 매장 전체를 합쳤을 때 흑자가 나온다면 괜찮다고 보는 겁니다.”

매장 수만 많은 것도 아니에요. 규모도 커야 해요. ABC마트는 쇼핑몰에 입점할 때 최소 80평, 주요 상권에선 최소 120평 이상의 매장을 낸다는 원칙이 있다고 해요.

핵심 상권에, 큰 매장을 빠른 속도로? 이게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돈은 어디서 마련하는 걸까요?

도미넌트 전략은 든든한 자금력이 필수예요. ABC마트는 높은 수익성으로 확장 자금을 마련했어요. ABC마트의 전신은 도매상이었으니, 누구보다 소싱이 빨랐어요. 중간 유통 구조가 없으니, 마진율이 높았고 말이에요.

게다가 효자 브랜드를 직접 유통하기도 했어요. 바로 반스VANS. 일본 ABC마트는 반스의 아시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거든요. 이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초기 ABC마트에 톡톡한 마진을 남겨준 거예요.

어느 정도였을까요? 무섭게 확장하던 2008년, ABC마트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18.16%로 치솟을 정도였어요.

도미넌트 전략은 코로나 와중에도 꺾이지 않았어요. ABC마트는 2022년에 300개점을 돌파했어요. 경쟁사들이 매장을 줄이고 있었지만, 오히려 속력을 냈죠.


Chapter 3. 접객 전략 : 시장에 온 듯 친근하게

상권이 아무리 좋아도, 관건은 집객이죠. 손님이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ABC마트가 유난히 강한 게 바로 이 ‘집객력’이었어요. 2002년 ABC마트가 한국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이기호 대표는 생각했대요. ‘사람들이 홀린 듯이 들어온다’고 말이에요.

뭐가 달랐을까요? 시장식 호객. 일본 ABC마트가 시장통에서 시작했다고 말했죠? 초기 ABC마트는 그야말로 시장처럼 신발을 팔았어요.

매장 앞에 점원들이 나가 손님들 불러 모은 거예요. “나이키 에어조던, 오늘 세일!” “반스 스니커즈, 50%!”하고 외치면서 말이에요.

조금 낯선데요? 한국 점원들도 그랬대요. 처음엔 “사람들에게 호객하라”고 해도 할 줄을 몰랐다고 해요. 그래서 조를 짜서 일본 매장에 견학까지 갔죠.

시장통 같은 친근함은 ABC마트 곳곳에 녹아있어요. 이름부터 그래요. 고급스럽게 보이려는 노력이 전혀 없죠. 노랑과 빨강이 어우러진, 강렬하면서도 좀 촌스러운 키 컬러도 그렇고요.

매장 구성도 시장 느낌 그대로예요. ABC마트 가보셨나요? 매장 중간중간에 신발 박스가 천장까지 쌓여있어요.

“신발 박스를 숲처럼 쌓는 게 ABC마트의 전략이에요. 고객과 직원이 박스에 가려 서로 잘 볼 수 없어요. 그러면 들어오는 고객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입구에서부터 계산대가 보이고, 직원들이 내 동선을 쳐다보고 있으면 부담스러워요. 사겠다는 결심 없이는 매장에 들어올 수가 없죠.”

ABC마트 가면 직원들이 이따금 소리칠 때가 있어요.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하고 말이에요. 직원이 늘 보이지 않아도,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리려고 그러는 거래요.

산더미처럼 쌓인 신발 상자는 효율도 높였어요. 직원이 창고까지 사이즈 찾으러 오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딩이 되기도 해요. 매장에 들어온 순간 느낄 수 있잖아요. ‘여기 신발 되게 많다’고 말이에요. ABC마트 슬로건도 그렇잖아요.

“세상의 모든 신발!”

Chapter 4. 데이터 : 추진력은 숫자에서 나온다

자신 있게 매장을 늘릴 수 있는 이유, 또 있어요. 바로 데이터예요.

“매장을 열 때 기준이 있어요. 월세가 예상 월 매출의 10%를 넘으면 안 돼요. 그럼 이익 관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매장을 100개 넘게 열고 나니까 매출이 예측이 됩니다. ‘이 정도 상권에 이 정도 규모로 오픈하면 몇 명이 오고, 얼마를 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출점할 수 있었죠.”

ABC마트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객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대요.

고객이 물건을 사면, 직원은 포스기에 고객 정보를 입력해요. 나이대와 성별, 외국인 여부를 입력해야만 계산이 가능하대요. 20년 가까이 쌓인 이 고객 데이터, ABC마트코리아의 큰 자산이에요.

“전국 매장에서 나이대와 성별에 따른 선호 제품이 나오잖아요. 데이터를 보고 있으면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이 됩니다. 정확하게 발주해 제품 회전율을 높여야 매출이 올라갑니다.”

제품 회전율이 얼마나 높은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2022년 ABC마트코리아 재고자산은 1525억원.

같은 해 팔린 제품의 원가(2967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6개월 동안 팔만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죠.

이 재고가 너무 많으면 물건이 충분히 빨리 팔리지 않는다는 신호예요. 반대로 너무 적으면, 물건이 달려 낼 수 있는 매출을 못 낼 수도 있죠.

이기호 대표는 “연간 2회전을 적정 속도로 보고, 인기 제품은 4회전을 목표로 한다”고 해요.

이기호 대표는 ABC마트에 운동화를 공급하던 협력사, 메이슨 인터내셔널의 임원이었다. ABC마트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메이슨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한국에도 진출했다. ⓒ롱블랙

Chapter 5. 소싱력 : 잘 나가는 브랜드만 챙기는 건 네트워킹이 아니다

출점 전략도 데이터도 좋아요. 하지만 고객들의 관심사는 아니잖아요. 고객들은 뭐 보고 멀티숍을 갈까요. 맞아요, 좋은 제품이 있어야 가는 거죠!

슈즈 멀티숍의 경쟁력은 제품 소싱력이에요. ‘범고래 열풍’을 일으켰던 나이키 ‘덩크 로우’나, 나이키 ‘에어포스 1’, 리셀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던 아디다스 ‘삼바’, ‘이지부스트’… 이런 인기 제품을 경쟁사보다 많이 소싱해야 하죠.

비결이 있을까요? 일단 바잉 파워가 중요해요. 그래서 멀티숍들이 초기에 출혈을 하면서도 규모 경쟁을 하는 거고요.

신발 업계에 ‘수주 회의’란 게 있는 거 아셨나요? 글로벌 신발 브랜드들은 시즌을 6개월쯤 앞두고 리테일러들을 불러 모은대요.

이때 주요 모델별 주문 수량을 취합하는 거예요. 이 주문으로 제품별 수량을 예측하고, 생산 계획을 세우는 거죠.


Chapter 6. 직원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법

ABC마트가 2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킨 또다른 비결이 있어요. 바로 현장 경영이에요. ABC마트는 본사 전직원이 매달 5일 이상 매장에 출근해요.

특히 주말 중 하루는 반드시 매장에서 근무한대요. 대신 금요일에 쉬고요. 마케팅팀부터 재무팀까지, 예외가 없어요.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도 마찬가지. 주말엔 예외 없이 하루를 매장에서 보낸다고 해요.

“사무실에서 데이터만 봤을 땐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판매량이 높지 않은 제품이 있다고 해볼까요? 인기가 없는 건지, 재고가 없어서인지 다 알 수가 없어요. 현장에 가면 그 온도 차를 알고 좀더 면밀히 데이터를 보게 되죠.”

직원을 성장시키는 시스템도 남달라요. 노스펙 채용. 학력, 성별 나이 등을 보지 않고, 역량 위주로 직원을 뽑죠.

“판매직에 비전을 심어주고 싶어요. 누구든 능력이 있다면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실제로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본사 업무도 잘할 수 밖에 없어요. 현장 경영 DNA가 ABC마트의 문화이자 자산이죠.”

ABC마트, 생각보다 컨셉과 문화가 정말 독특해요! 여러분은 어떤 슈즈 멀티숍 브랜드를 좋아하시나요?

👟롱블랙 노트 - ABC마트 : 슈즈 멀티숍 1위의 성장 전략, 숫자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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