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도자로 교류하다

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지난 3월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2024 동아시아 문화도시 도자문화예술 국제교류 워크숍'을 운영한다.

워크숍에는 한국, 중국, 일본 각 나라의 도자 작가 3명,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교류하고 있다. 작가들은 동아시아 문화도시 및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도시 출신 또는 거주 중인 20년 이상 경력 도예가들이다.

기간 중 '한중일 국제도자 워크숍'이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이어진다. 작가들이 세라믹창작센터에 상주해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9일 작가 소개 발표를 했고, 23일 작품 제작 시연회가 있었다. 이날 일본과 중국의 작가들은 자국에서 쓰는 흙과 김해 진례 흙의 차이점을 설명했고, 작가 간 교류와 참여자와의 소통 시간도 진행했다.

또, 상주한 작가 9명의 작품과 '2023년 국제 레지던시'에 참여한 한중일 작가 5명의 작품도 전시한다. 있다. 전시는 다음달 17일부터 10월 20일까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전관에서 열린다.

한국 = 한중일 워크숍에 참여한 강효용 명장은 김해시 초대 도자 최고명장이다. 강 명장은 23일 클레이아크 세라믹창작센터에서 도자 제작 시연을 했다. 먼저 흙반죽을 방망이로 두드려 넓게 펴고 흙을 말리고 채에 친 것을 그 위에 뿌렸다. 산청, 합천에선 백토라 불리고 김해, 울산에선 보토라 불리는 흙이다. 강 명장은 가래떡처럼 생긴 흙타래로 독을 무서운 속도로 쌓아 올렸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면 3~4m가 넘는 독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강효용 명장이 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성희 기자

강 명장 맞은편에서 시연한 임용택 작가는 '오토(烏土)'라 이름 붙인 흙을 쓰고 있었다. 김해에서 나는 흙으로 철 성분 중 카오린을 17~18% 정도 함유해 까만 색을 띤다. 임 작가는 오토로 구운 도자기 색을 보여주고, 도자기에 분칠하는 작업을 보여줬다.

한국의 임용택 작가가 자신이 쓰는 흙, 오토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김해 진례 가람도예에서 활동하는 주은정 작가는 분청을 사용해 왔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입자가 고운 조형토를 써 김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쌍어문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주 작가는 "잉어를 쌓아 올리는 과정이 어렵지만 반복해 연습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이번 국제교류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라고도 말했다.

한국의 주은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중국 = 2022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였던 중국 원저우에서 온 가오이펑(高藝峰) 작가는 평소 손으로 흙반죽을 다져왔는데, 다른 작가들의 추천으로 방망이를 사용하게 됐다. 가오이펑 작가는 한편으로는 해시계가, 한편으로는 탁상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그는 "정해진 것을 하면 재미없지 않나? 우연이 더 좋아 순간 떠오르는 생각대로 작업한다"면서도 "현대와 고전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해시계라는 원시적인 아이디어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가오이펑 작가가 작품 시연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중국의 가오이펑 작가의 작품. /주성희 기자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지정된 중국 다롄에서 온 취징(曲晶) 작가는 주어진 흙을 사용하지 않는다. 흙을 능동적으로 사용하려고 직접 구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에 김해에서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미술관 안에 있는 흙을 써보려고 한다. 취징 작가는 "인간이 태어나 인생에서 여러 과정을 겪듯 흙도 마찬가지이며 사람이 배우고 겪고 성공하는 기회를 가지듯, 작품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취징 작가는 흙반죽을 종이처럼 펼쳐놓고 조각을 만들어 이어 붙인다.

중국의 취징 작가가 작품 시연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중국의 하이잉후(胡海英) 작가는 2015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였던 칭다오와 징더전을 오가면서 활동한다. 하이잉후 작가는 평면적인 작품을 해왔는데 이번에 입체감이 있는 작품으로 도전했다. 그는 추상적인 식물로 자연을 나타냈다. 또 백합을 도자로 표현한다. 하이잉후 작가는 백합을 인생의 마무리가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이날 시연회에 참여한 이들에게 김해 진례의 흙으로 만든 백합 작품과 징더전의 흙으로 만든 작품을 두고 만져보고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하이잉후 작가는 작품 시연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일본 = 올해 일본에서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는 이시카와현이다. 이곳에서 온 츠리 미쓰오(釣光穗) 작가는 이달 1일부터 세라믹창작센터에 입주하면서 김해 진례의 흙과 안료의 배합을 연구하고 있었다. 츠리 미쓰오 작가는 흙가래 기법을 쓰는데 아주 가느다란 실 모양을 쌓아 올리는 기법을 쓴다. 마치 뜨개질을 연상하게 한다. 꼬는 방향이나 3가지 안료를 배합하는 방법에 따라 작품은 다른 분위기를 낸다. 그는 "김해 흙은 깔끔하고 끈적거리지 않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츠리 마츠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시연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후쿠오카 유리(福岡佑梨) 작가는 2017년에 동아시아 문화도시였던 일본 교토에서 왔다. 그는 한국에서 구한 안료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었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면에 안료를 두껍게 바르고 굽고, 다시 안료를 바르고 굽는 과정을 4번 정도 거친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새로운 안료를 쓰면서 그 안료가 입체감을 주는지 실험하고 있다. 후쿠오카 유리 작가는 작품 위에 안료를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질문을 받고 답하며 참여자와 소통했다.

일본의 후쿠오카 유리 작가가 작품 시연을 하는 모습. /주성희 기자 

아오키 구니토 작가는 2018년에 동아시아 문화도시였던 가나자와에서 왔다. 그는 이미 작품의 상당 부분을 완성한 상태였다. 작가들은 세라믹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고 지난 2일에 김해 역사문화투어를 했다. 아오키 구니토 작가는 그때 본 금관이 일본의 불꽃 모양 토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내 작품은 미래를 상상해서 만들었지만 그 발상의 기본은 과거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권을 통과하는 일본의 불꽃 모양 토기를 상상해 만들었다.

일본의 아오키 쿠니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동아시아 문화도시란? = 이 세 나라의 도예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건 동아시아 문화도시 덕분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 합의로 2014년부터 매년 각 나라의 독창적인 지역문화를 보유한 도시인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선정해 왔다. 다양한 문화 교류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이로써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우리나라 경남 김해시, 중국 웨이팡시·다롄시, 일본 이사카와현이다.

김해시는 '금바다, 아시아를 두드리다'라는 표어로 동아시아 청소년 문화제, 한중일 도자교류전, 아시아의 탈(가면) 전시회, 가야문화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예정이다. 또한 김해국제음악제, 국제아동극 페스티벌, 분청도자기축제 등 김해시 주요 문화행사와 연계해 동북아 3국의 문화 다양성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으로 지역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3국 간 활발한 지역 문화 교류를 기대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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