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성장 속 고민]④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승계 때문?

닭 사육하는 모습.(사진=하림.)

하림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변화는 단지 사업 확장뿐 아니라 기업 승계와도 관련된 문제다. 하림그룹에는 현재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회사 ‘올품’이 옥상옥 구조로 존재하는데, 창업주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옥상옥 지배구조는 적은 비용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수단이라 재계에서는 ‘꼼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올품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향후 하림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관심이다.

옥상옥 지배구조

현재 하림그룹은 하나의 지주사가 여러 계열사를 다스리는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림지주가 주요 사업계열사들인 하림, 팬오션, 선진, 팜스코, NS쇼핑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하림지주는 각 종속회사의 지분율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도 탄탄한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하림그룹 소유지분도.

문제는 하림지주의 주주 구성이 다소 복잡하다는 데 있다. 통상 지주사는 기업집단의 총수와 그 특수관계자들에 지분이 집중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하림지주는 21.1%의 지분을 보유한 김 회장 외에 2개의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이 두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다.

구체적으로 하림지주는 올 상반기 말 기준 김 회장(21.1%) 외에 올품과 한국바이오텍(옛 한국인베스트먼트)이 각각 5.78%과 16.6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가진 하림지주의 지분율을 더하면 22.47%로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21.1%)과 1.37% 차이가 난다. 올품은 김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고, 한국바이오텍은 올품의 100% 종속회사다. 사실상 하림지주에 대한 김 씨의 지배력이 김 회장보다 큰 것이다.

2022년 상반기 기준 하림그룹 옥상옥 지배구조.

이러한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오래 전이다. 김 회장이 10년 전인 2012년 아들 김 씨에게 올품 지분 100%를 증여한 것으로 시작됐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가 수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올품과 한국바이오텍의 하림지주에 대한 지배력은 항상 공고했다.

올품, 자산 3200억에서 1조 회사로

김 회장이 장남 김 씨에게 지분 100%를 증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올품의 자산규모는 32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2012년 매출액은 862억원, 영업이익은 91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김 씨 개인회사가 되자마자 올품은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 1년 만인 201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배 많은 3464억원으로 늘어났고 영업이익 역시 168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올품은 매년 3000억~4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회사로 거듭났다. 덕분에 2012년 3200억원 수준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1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다만 그 과정이 문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올품의 성장이 자체 사업 경쟁력보다는 그룹의 부당지원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하림그룹에 48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품이 그룹 계열사들에 약품을 고가에 판매하고 사료첨가제는 통행세 거래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당초 선진, 제일사료, 팜스코 등 계열사들은 각자 따로 구매하던 사료첨가제를 2012년부터 올품을 통해 구매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향후 변화는?

업계 관심은 향후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낄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가 올품을 통해 하림지주를 간접 지배하고는 있다지만, 결국에는 이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지배해야 완전한 승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2012년 올품이 김 씨의 개인회사 소유가 된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김 씨가 배당을 통한 이익은 거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오너일가는 개인 소유 회사의 배당금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그룹 핵심 회사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물론 개인 소유회사의 덩치를 키운 후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아직까지 올품과 하림지주 간 규모 차이가 크게 나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옥상옥 구조가 문제긴 하지만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풀든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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